<에우튀프론>을 법의 과잉에 대한 풍자로 해석하시다니
참 재미있네요.
그 작품에 대해 그렇게 해석한 것을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플라톤의 대화편이 문학적 성격도 풍부하게 갖고 있다고 보면
그리 생각하시는 것도 나름 창조적인 발상이라고 봅니다
대화편의 부제는 나중 후대 사람들이 붙인 제목이고
플라톤 자신이 붙인 제목은 아닙니다
그리고 부제는 대부분 물론 내용과 관련이 있지만
반드시 그 대화편이 다루고자 하는 철학적 주제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에우튀프론> 역시 경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경건" 자체가 주제라기 보다는
이른바 플라톤 철학에서 "그것이 무엇이냐?(ti esti)"라는 문제를
다룰 때 어떻게 답을 해야 "그것"의 "그것다움"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냐 즉 무엇이 "그것"의 "정의(定義: definition)"인가를
다각적으로 따져보자는 게 그 대화편의 기본 주제라고 하겠습니다
그 논의를 위해 그 대화편에서는 "경건"이 소재로 제시된 것이고
에우튀프론과의 대화를 통해 일반적으로 흔히들 저지를 수 있는
잘못된 유형의 정의방식들이 다각적으로 음미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플라톤은
그러한 잘못들을 드러내는 소크라테스적 문답법의 전형적인 방식
즉 소크라테스적 논박법(elenchos)의 기본 얼개 또한 또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그 대화편의 핵심주제 즉 공부해야할 주된 내용은
"경건"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견해가 무엇이냐라기 보다는
소크라테스 또는 플라톤이 말하는 무엇에 대한 "앎"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진정한 앎이 되는지에
대한 반성적 논의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내용을 중심으로 나름대로의 관점을 갖고
이해하시는 것 또한 고전을 읽는 아주 바람직한 태도이고
또 다양한 방식으로 그와 같은 다양한 해석의 길을 열어
놓고 있는 것 또한 고전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장점들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아무튼 <에우튀프론>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아테네 당대의 경건의 의미와 그와 연관된 그 시대의 정황과
관련한 논의는 <에우튀프론>과 관련한 또하나의 독립된
주제로서 충분히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아마 그 점이 보다 더 관심이 가시는 주제일텐데
그 점에 대해서는 또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또 함께
생각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에우튀프론>의 핵심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우선 소개하는 것으로
족해야할 것 같습니다
re: 재미있는 발상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