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를 인정했냐 하지 않았냐는 학생분의 물음에 이미
뭔가 실체의 고정적인 의미가 전제되어 있는듯 보이네요.
그러나 실체의 의미 자체가 철학사적으로 역사를 갖고
있는 개념입니다.
경험론자라고 해서 우리 코 앞에 존재하는 것들
이를 테면 책상위의 사과, 그것을 바라보는 나 자신.
나의 엄마 아빠 가족들, 그리고 집과 학교건물 등 등
그런 것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어찌 부정할 수
있었겠습니까
다만 그들은 그것이 이른바 물체 또는 실체로서 존재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의 것인지 특히 인식론적으로 어떤 근거를 가지고
그러한 존재성을 획득하는지 그에 대한 나름 대로의 반성적 고찰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라 하겠습니다.
로크가 초기의 경험론자라는 점에서 그 후대 학자들에 비해
전통적인 실체개념과의 단절 정도가 좀 덜하긴 할 지라도
근본적으로 경험론자들은 전통적인 객관적 외계 실재체로서의
실체란 그저 형이상학적인 가정일 뿐 인식론적으로는
다만 관념의 다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른바 존재 내지 실체에 관한 그들 나름의 또 하나의 철학사적
입장 내지 해석이라 하겠습니다.
로크, 버클리, 흄등 경험론자들 내부에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실체개념을 어느 정도 입장차를 가지고 인정 내지 부정하였는가라
는 문제는 경험론을 다루는 논의과정의 중심주제는 아니긴 하지만
굳이 발전과정의 차원에서 본다면 로크의 경우 학생분이 제시한
추정처럼 치밀한 내적 추론에 의한 자기 정합성이 그 단계로선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세부적인 논의를 알고자
하시면 근세인식론 내지 영국경험론에 관한 책들 내지 로크의
저술을 추가적으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e: 근세 철학의 인식론적 문제의식에 주목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