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 당시의 베르사이유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받으리라는 생각으로 갔다.
그런데 한 철들수 없는 여자를 만나고 왔을 뿐이다.
인생을 사랑하며 즐길 여유를 갖지 못한,
인생을 영위하기 보다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걸려들어
정신없이 휩쓸려야 했던 한 여자를 보았다.
자신을 지켜줄 수 없는 소심한,내성적인, 덜 성숙한, 세상 물정 모르는, 아니 관심도 없는 소년같은 남편.
왕위를 물려받을 때의 그의 대사에서 그가 세상을 두려워하는 소년이란 생각을 했다.
"오, 주여 굽어 살피소서, 전 너무 어립니다....."
예쁜 옷과 구두, 맛있는 케익과 와인 그리고 도박.......
스트레스 받은 십대에게 많은 현금을 쥐어주면 그것 외에 무엇을 또 할 것인가?
20대의 그녀가 자연 속에 묻혀 행복해 하는 모습은 왠지 오버한 느낌이다.
20대는 원심력에 의해 날아가고 싶은 때이지,
자연 속으로 들어가 인생을 음미하는 시기는 절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특히나 파티를 좋아하며 깔깔거리던 그녀로서는......
그녀가 40대였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하여간에.
어른이 되지 않은 소년 소녀를 어른들의 세계,
그것도 죽음 외에는 끊을 수 없을 왕가의 정략결혼의 틀에 가두어 희생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평민이기에 자연스럽고 느리게 어른이 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베르사이유의 연못 주위를 자전거로 달렸던 추억에 잠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두부모 자르듯 반듯하게 정리된 가로수와 고무줄 놀이 하던 서양아이들.
그리고 침대가 작고 높다고 생각되었던 그 침실과 그곳에서 내다보던 정원......
음....
기억이 새롭다.
내가 거기에 있었다니........
영화가 별로였나 보다. 내가 내 추억에 빠져 있었으니.*^ ^*
마리 앙트와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