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사일기 삶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작은 위안이 단순한 그림과 함께 실려있다
마음을 감쌀 외투가 필요하세요?
[서평] 성우스님이 엮은 <산사일기>
이명옥 (mmsarah)
제2의 출발을 다짐하는 한 여성계 인사가 다른 여성계 인사들로부터 격려의 문구가 담긴 천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그녀는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자매 연대가 보여 준 따뜻함을 기억하며 "그래, 내게는 한겨울 추위를 막아 줄 따뜻한 외투 같은 자매들이 있지"라며 힘을 낼 수 있는 힘과 위로를 받는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렇다. 그저 지친 어깨를 감싸주며 진심을 담아 "힘내!"라고 말해주는 지인을 곁에 둔 이들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힘과 용기를 얻을 것이다. 살다 보면 아무런 이유나 조건 없는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때가 있는 법이다.
보석처럼 빛나는 81편의 마음풍경이라는 <산사일기>는 바쁜 일상에 지쳐 쉬고 싶을 때 집어들면 좋을 책이다. 그저 생각만 해도 삶에 지친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어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 짓게 하는 그런 지인처럼, 무심히 지나치던 들꽃이 어느 날 문득 눈과 가슴에 들어와 박히듯이 편안함을 주는 글귀들로 엮여 있다.
그대
만일 큰 길이 되지 못하겠거든
아주 작은 오솔길이 되어라.
그대 만일 태양이 될 수 없으면 별이 되어라.
실패와 성공은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니
무엇이 되더라도 가장 좋은 것이 되어라
- 더글러스 마로크
언제나 오솔길이 아닌, 큰 길이 되고 싶고 무수히 많은 별 가운데 하나가 아닌, 빛나는 태양이 되고 싶다는 허망한 열망 하나만 접는다고 해도 내 손에 비치는 햇살의 따스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을 옥죄이는 보이지 않은 커다란 욕망이라는 괴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는지를 단순한 그림과 글로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꽃의 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하나
덕이 있는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사방에 풍기기 때문입니다.
- 법구경
떨어지는 낙엽을 부며 왠지 스산하고 쓸쓸해지는 가을, 따뜻한 차 한잔에서 풍겨나오는 향기처럼 자기 안에서 향기로운 울림이 있는 음성을 듣고 싶거나 생의 외줄 위에서 욕망의 무거운 짐보따리를 메고 위태한 발걸음을 떼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조용히 집어들 일이다.
자기 안의 칼바람이 어느덧 잠잠해지며 햇살이 따스하게 영혼을 감싸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마음을 감쌀 외투가 필요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