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당신을 만날 때엔
설레임으로 시작을 했어.
하루하루가 어찌 지나가는 지 모르겠더라구
그래도 내게 남은 시간들은 많다고 생각했었지.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은 벌써 저만치 가고 있었지
마치 불붙던 열정이 다 사그러진 사랑처럼
살그머니 가고 있더군.
그제서야
내게 남은 시간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
그래도 말이지
당신과 함께 한 그 속에서 때론
행복하고, 때론 외롭고, 때론 가슴 저미는 시간들이
존재했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어.
슬픔,외로움, 행복, 당혹감, 기쁨, 소중함, 분노, 사랑, 미움, 놀람...
내 속의 이 단어들은 당신과 늘 함께 했었거든.
내가 당신에게 가까이 갈수록
당신은 내게서 저만치 멀어져 갔지만
당신을 붙잡고 싶은 생각은 없어.
돌아오라고 손짓하고 싶지는 않아
내게 남은 미련 따위도
당신에게 다 보이고 싶지는 않아
왜냐고 묻지는 마
굳이 말하자면
늘 행복한 가운데서 행복을 어찌 알겠어.
내게 다가왔던 저 많은 감정들도
다 당신과 함께 소중히 껴안고 가고 싶단 것 뿐.
12월 31일
당신을 온전히 떠나보내는 날
그 시간에 난
당신과 함께 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일거야
당신을 보내고 난 그 자리,
그 순간에 나에겐
또 다른 당신과 비슷한 이가 옆에 서겠지.
벌써 마흔 여섯 해나
그렇게 바뀌고 바뀌고 바뀐 것처럼.
아마도 난 그와 보내게 될 시간들 속에서
당신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그와는 덜 후회하도록 노력하게 될거야.
내 소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올해의 당신은
내게 참 특별했었다는 것,
그것만은 꼭 기억해 줘.
당신은 그저
길목 한 켠에 섰다 소리없이
가는 것일 수 있겠지만
마흔 여섯에 만난
올해의 당신은 내게 참 특별했었다는 걸.
아마 살다보면
당신이 그리워지는 날이 참 많을 것 같아
그럴 땐 당신과 함께 했던 그 시간속으로
휘리릭 돌아 갈거야.
그땐 당신도 내 생각하고 있었으면 좋겠어.
/당신을 보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