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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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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우리 산책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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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서진희 날짜: 2008.01.05. 22:44:53 조회: 438 글쓴이IP: 59.9.83.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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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우리 산책길에서/
용마산 정상 2600m앞
1월 초 한겨울 날씨치곤 햇살이 따뜻하다
늦게 출발해서인지 해는 남서쪽에 걸쳐 있어
두어시간 남짓이면 일찌감치 어스름해지는 짧은 햇살을 잡고
굳이 정상을 오르고자하는 욕심은 버린 지 오래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비석도 없이,
마른 억새 무성하게 고개숙인,
나는 산책하는 그들을 볼 수 있고,
그들은 날 볼 수 없는,
남서쪽에서 서쪽으로 다 기울더라도
남은 햇살까지 내내 비췰 무덤 하나 찾아들었다
주인을 알 수 있는 단서는 이방인으로선 전혀 알 수 없는
숫자들의 나열 202140 낮은 표지석 달랑 하나 뿐
누군가 기억해 줄 사람 있어 다녀갔을까
겨울낙엽보다 더 바짝 마른 누런 국화 한 다발 덩그러니 놓여진
등에 진 배낭에
빨리 읽어달라 보채는 두 아이를
앞으로 돌려 앉히고
칭얼칭얼 댈 때마다 줄 알사탕 한 봉지도 함께 꺼내고
햇살은 내내 이름없는 묘역을 비춰주건만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은 얼어붙는 듯
누구인지 모르지만, 안녕
알사탕 세 알은 잠시 빌린 자릿세
다시 집어 든 한 알은
당신을 한 시간동안 덜 외롭게 한 내 몫.
(낮에 망우리묘역이 있는 용마산산책길을 다녀왔습니다. 망우리서부터 출발하면 아차산까지 이어지는 공동묘지를 따라 이어진 산책길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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