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불쌍한 학생들이 인문계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라고 한다. 소위 명문대라는 스카이 대학에 특목고 학생들, 수시와 특차 입학생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니 남겨진 자리를 강남과 강북의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정시를 통해 피터지게 경쟁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강남도 아닌, 강북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수험생을 둔 학부모 입장으로서는 여간 입맛이 쓴 것이 아니다.
2009학년도 대학입시를 앞두고 또 다시 입시정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니 불안감이 엄습해 아이에게 슬쩍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대학을 선택해야 할 12월에나 본격적인 상담이 이루어진다고 답했다. 수시로 뒤집히는 정책 앞에서 아무리 현장에 있는 교사라도 무어라 잘라 말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2005년, 숨 막히는 입시경쟁 위주 교육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한 여학생에게 당시 교육부 총리는 "2008학년도 입시방안은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했었다.
불과 1점 차이로 1등급씩 차이가 나는데 내신, 수능, 논술고사까지 3중의 수고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여간해서는 재수를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수능고사를 치른 자녀를 둔 지인들은 하나같이 재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안개 속 교육정책을 편 교육부가 자신들 스스로 저주받은 세대라던 지금 수험생들의 숨통을 조이고도, 본인들이 원치 않는 지옥훈련 1년 유임을 억지로 떠맡기고 만 꼴이다.
새 대통령 당선인은 일관성이 결여된 채 수시로 뒤바뀌는 입시정책이 학부모와 수험생들을 얼마나 불안에 떨게 만드는지는 염두하지 않고 또 ‘대학자율화와 등급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입시 정책 변화를 말하고 있다.
교육전문가가 아니니 정책의 장단점을 들어 뭐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전시용이 아닌, 정말로 수험생을 위한 교육정책의 개선을 원한다면 적어도 당사자들인 수험생, 교사,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 정책을 입안해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 직속 특별교육기구를 두고 15년 이상의 긴 시간을 요하는 '대장금'이라는 교육 중장기 정책을 기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육의 이상적인 현장을 꿈꾸는 환상에 불과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당시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이던 전성은씨는 "꿈과 이상이 높을수록 성취감도 크다"고 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중장기 계획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다. 교육정책만이라도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과 불안을 안겨주는 일을 지양하고 믿고 신뢰할 만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펼쳐주길 바란다.
안개 속 교육정책, 학부모는 불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