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y 날짜: 2008.05.30. 23:38:05 조회: 617 글쓴이IP: 61.76.14.26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다.
오늘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보면 딱 맞는 말이다. 광우병 쇠고기문제로 국민적 저항에 나서는 형국인데도 야당은 기껏 반대 의견을 담은 성명서 몇 줄 발표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듯하다.
(에끼! 야당이 모르쇠로 일관할리 있습니까?)
하고 점잖게 반론할지 모르지만
여권에 대한 야권의 대응수위를 바라보면 야(野)라 이름 붙이기 매우 민망한 점잖고 모범적인 준법 집단인 것이다. 얼마 전 농림부장관 해임안(解任案) 부결도 이런 느긋함에서 온듯하다. 당초 해임건의에 동참키로 한 야3당의 의석수는 민주당 136석, 선진당 9석, 민노당 6석 등 151석으로 재적(291석) 과반(146석)보다 5석이나 많았지만 결과는 149석 참석 140석 찬성으로 예상치 못한 반란표가 나온 게 아니라 예상한 반란표가 나온 것이다.
여기에다가, 한미 쇠고기 수입에 관한 고시반발은 마치 분노의 기름에 불을 던진 듯 폭발하는데 우리 야당은 앳띤 청소년들과 어린애를 안고 나온 주부들이 몸을 던져 차려준 밥상도 더듬거리며 못 먹고 있다.
오늘 전하는 통합민주당의 일부 소식은 장관고시에 대해 촛불집회와는 별도의 장외투쟁을 갖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인즉,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훼손하지 않는 의미와 함께 자칫하면 촛불집회의 배후세력이란 의혹에 휩싸일 수 있는 데다 반미세력으로 비쳐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현실의 문제를 바라보고 정부여당에 대응하는 야당의 생리적 구조가, 이렇듯 여성스럽고 소심하다면 이게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제1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여태껏 언론은 촛불집회의 배후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여권의 횡포에 참다못한 국민들의 자발적 운동이며 원인제공자로 검역 주권을 포기한 정부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이라도 야당이 쇠고기 협상을 반대하는 국민의 멍에를 쓰고 전면에 나서는 것이 그렇게 두렵단 말인가, 과연 국민 따로 야당 따로 가는 쇠고기 재협상, 고시철회 운동도 있단 말인가?
제1야당의 정체와 수준이 이 정도라면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 0번지의 불행한 나라에서 내일없는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국민이 자신에게 닥칠 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광장에서 거리에서 몸을 불사르고 있는데 제1 야당의 지도부가 밝힌 당론이 촛불집회의 배후가 될까 두렵다니, 이런 비겁한 변명이 어디 있단 말인가! 비유하자면 자식들과 가정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고 이웃집 힘센 놈에게 이것저것 다 내어준 참으로 비겁하고 무능한 남편을 둔 여편네의 찢어진 마음 같다.
아직도 반미, 친미라는 좌우 색깔론도 문제지만 어떻게 광우병 쇠고기 먹기 싫다는 최소한의 국민적 권리요구가 그들 야당의 눈에는 반미세력으로 비친다 말인가.
이러니 이 나라에는 진정한 야당이 없는 것이고 이게 여권인지 야권인지 구별이 가지도 않을뿐더러 이들에게 우리의 정치적 의사를 맡기기보다는 국민스스로가 일어서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자 몸부림치는 것이 백번 옳은 것이다.
주권자들은 밤을 새워가며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고시철회, 재협상을 외치는데 신문 어느 면에도 제1야당의 일원이 나와서 자신의 몸을 던져 시민들을 위한 공권력의 보호막 되었다는 말이 없다. 그들은 그 시간에 어디서 무엇을 하며 밤을 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세금을 받아먹고 살아가는 자들이라면 한미 쇠고기 협상으로 인해 활활 타오르는 국민들의 뜨거운 분노를 바라보며 어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