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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인근 도봉산 자락이 끝나는 곳에,
'요셉의 집'이란 비인가 보호시설이 있습니다.
수녀님 한 분이 거리에 버려진 분을 보살피는
이전의 이름이 '임종의 집' 이었다는데서 알 수 있듯이
임종 직전의 분들을 보살피고,
그분들의 마지막을 지켜드리는 곳입니다.
4~5년전 인연이 시작된 이래,
가끔씩 그곳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그곳에 계신 분들의 반찬이나 간식거리,
때로는 제철 과일을 사들고서...
사실...요셉의집을 방문하는 것도
제게는 거의 머...수녀님을 위로하는 수준...
음식을 해서 들고 가면서도,
그것을 드실 분들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나눠드릴 생각에 기뻐하시는 수녀님...
그 모습을 보며 느끼는 기쁨이 더 컸었지요.
중학교 시절, RCY를 하면서
봉사활동차 찾았던 보육원에 대한 기억 때문에,
사실은...시설에 있는 분들과 마주한다는 것이
제게는 피하고 싶은 일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늘 요셉의집도 설렁설렁...
그런데 어제 제 역할은 거의 '기사'에 불과했기 때문에
당연히...모시고 간 '어르신'의 뜻에 따라야 했는데...
작년에 삼계탕 끓여서 들고갔을 당시처럼,
어제도 일일이 배식하고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었지요.
그런데 방 한 구석에 앉아 식사를 하지 않는 할머님,
익명의 후원자님 눈에 띄었습니다.
혼자 식사를 하실 수 없는 분이라 먹여드려야 한다는 얘기에,
갑자기 제 손을 잡아 끌고 들어가시는 싸모님!!~~
"어...저 이런것 안해봐서 잘 못해요..."
"그래?? 그럼 오늘 해보자!!~~"
104세의 할머님도, 88세, 86세의 할머님도
모두들 앉아서 들깨수제비를 맛있게 드시는데,
창문 아래 다리를 몇 번은 겹쳐 꼬았을 자세로 앉으신 분...
할머님 앞에 앉아서 음식을 떠넣어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만 하고, 자네도 먹어..."
한 수저를 떠넣어 드릴 때마다,
할머님이 자꾸만 저도 먹으라고...
"할머님 먼저 드리고 저도 먹을게요!!~~"
치아도 몇 개 없기도 하고,
구수한 들깨 국물이 맛이 있으셨는지
제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할머님께서 다른 대접에 담긴 수제비 국물을 벌컥벌컥...^^
"이렇게 다들 보기만 해도 좋은데...
내 새끼들은 얼마나 예쁠까...
내 새끼들은 얼마나 좋을까..."
치매를 앓아서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신다는 할머님,
결국 대소변 모두 수녀님이 받아내시는데...
역시 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간 싸모님,
제게 관련된 지식 하나를 알려주시더군요.
그 증상 가운데 하나가 추위를 타신다는 것.
그래서 늘 당신 스스로도 옷을 몇 겹이나 껴입고
옆 사람도 걱정하는 마음에 자꾸 말씀하신다고...
어제 할머님도 그랬습니다,
반팔 티셔츠 아래로 드러난 팔을 자꾸 쓰다듬으시며
춥지 않느냐고......
창 밖으로 흔들리는 나뭇잎에 눈길을 주는데,
창틀에 놓인 예쁜 카네이션 두 바구니...
다가가서 살짝 만져보는데, 할머님 한 분이 다가오십니다.
"하나는 손주가 사오고, 하나는 조카가 사왔어...
딸은 오래전부터 아파서 올 수가 없어서..."
이미 눈물은 다 말라버렸을 할머님 같지만,
그 할머님을 바라보는 제 마음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흘러갑니다.
공부 시작하고 제대로 자식노릇도 못하고,
늘 시간에 쫓겨 분주하게 보낸다는 핑계로
과연 내가 해야 할 일들의 선후는 맞는건지...
세상 모든 기억을 다 삼켜버렸을
그런 치매를 앓으시면서도,
늘...자식에 대한 그리움 하나는,
순간순간 멈출 수 없는 호흡처럼...
그렇게 생명과 같은 존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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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집...그리고 치매를 앓는 할머니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