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어제 대구지하철 사건은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고 또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울러 그 사건으로 변을 당한 사람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애초에 누가 정신지체자라고 보도했는가. 우리 나라 사람들은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면 우울증을 거론하고 정신이상을 거론한다. 그러나 우울증에도 종류가 많고, 정신이상에도 종류가 많으며 특히 정신지체에는 종류가 더욱 많다. 그런데도 방송관계자들은 잘 알아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갖다 붙인다.
초기 방송에서 범인을 가리켜 정신지체2급자, 정신병, 우울증, 등 되는대로 떠들었는데 알고 보니 범인은 택시운전을 하다가 뇌졸중이 와서 실어증과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정신병자보다는 정상인에 가까운 사람이다. 우울증 역시 기질적 우울증이 아니라 뇌졸중으로 인한 반신불수에서 온 일시적 우울증이고, 그러한 증상은 정상인 누구든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생하기 마련이다. 굳이 말한다면 그는 인격장애이고, 인격장애는 겉으로 멀쩡하게 보이니 누구도 그런 장애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요즘 같은 물신만능 풍조의 세상에서 돈 없으면 인간 취급도 못 받으니 사람 대접을 제대로 못 받으면 누구라도 심한 인격장애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범인이 정신지체 2급으로 나왔다면 아마도 그것은 정부의 혜택을 받으려고 범인이 정신지체 흉내를 지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에 택시기사를 했던 사람이 갑자기 정신지체 2급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신체장애 2급이 된다면 또 몰라도... 그 사람은 혼자서 몸을 움직여 지하철을 탈 정도이니 2급 판정도 수를 쓴 것이 틀림없다. 그 정도면 3,4급 정도이다.
그런대도 무턱대고 정신지체니, 정신병이니 하고 방송에 떠들어대어 국민들에게 장애인 혐오 감정을 심어 놓고는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도 않는다. 이 비극적인 사건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장애인 연합회에서 무식한 언론인들에게 명예훼손죄를 거론할 만한 일이다.
끝으로 한 마디, 국립서울정신병원 정은기 의료부장은 "정신질환장애인들은 사회적인 약자로 일반인보다 범죄율 이 낮고 오히려 범죄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인격장애자는 평소에 정상인으로 생활하지만 가정이나 직장문제, 과도한 스트레스와 대인관계 실패 등으로 오히려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 며칠 전 미장원에 갔다가 자연히 대구참사 얘기가 나왔죠, 한 아줌마가 그러더군요. '정신병자 놈들은 다 쓸어 죽여야 해!' 저는 그말을 듣고 기가 막혔습니다. 제가 보긴엔 범인이나 그 아줌마가 별로 다름이 없어보였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더랬습니다. 위 글은 제가 게시판에 올렸던 원문입니다.
무식한 방송관계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