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뻥 구멍이 뚫렸나
고개 들어 제대로 쳐다보진 못하고
손목이 얼얼할 때쯤 발밑에서 뭉그러진
너희를 보았다
세상은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고,
저마다 제 갈길도 참 잘 간다 할 때에도
종종거리며,
내 몸 주위엔 얼씬도 못하게 늘 피하고 다녔다
푸른 하늘도 이고,
살랑이는 바람에 몸 맡기며
때론 행복하네
때론 슬프네
세상 기쁨과 슬픔이 다 저 혼자인 체
꿈틀대는 것들은 무엇이나
제일 무섭네, 제일 징그럽네하다
땅 위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모양새에
오늘같이 하늘도 우는 날이면
신발바닥에 닿기라도 할까봐 늘 종종걸음을 쳤다
목 마른 나무들 하늘 향해 더 솟구치라
온 몸으로 밀어내며 그 암흑 속을 헤집어
숨길을 트이던 너희를.
물길을 만들던 너희를.
그 길들이 제 숨길은 막아
살길 찾아 온 몸으로 밀고 올라 온 이 지상
더러운 몸둥이들 아래 터지고 마는
너희를 또 피해
타인을 위한 물길 한번 열어보지도 않은 채
늘 꿈틀대기만 하다
그 모습에 하늘이 울어버리는 날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