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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상
- 헤르만 헤세 -
생명의 나무에서
잎이 하나하나 떨어진다.
오오, 눈부신 화려한 세상이여
어쩌면 너는 이토록 만족하게 하는가.
흐뭇하게, 이토록 괴롭게
어쩌면 너는 취하도록 만드는가.
오늘 아직 불타고 있는 것도
머지 않아 사라져 갈 것이다.
나의 갈색 무덤 위로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불어 갈 것이다.
어린아이 위로 어머니가 몸을 구부리신다.
그 눈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그 눈은 나의 별이다.
다른 모든 것은 사라지고 변모된다.
모든 것은 죽는다.
즐겁게 죽는다.
다만, 우리를 낳은
영원한 어머니만은 여기에 남아서
그 부지런한 손가락으로
덧없는 허공에 우리들의 이름을 쓴다.
그 위에 기적의 길은 늘 가까이 있는데
그렇게도 너는 오랜 빛나는 눈으로 그 길을 걸을 수 있겠는가.
이 길이 결코 너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는
마법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러나 지금은 마법의 힘도 사라지고
너는 눈을 뜨게 될 것이다.
멀리 미로와 관능의 골짜기에서
합창 소리를 들으며
너는 조용히 외계로부터 눈을 돌려
네 자신으로, 너의 내부로 향한다.
그때서야 비로서 너는 휴식을 갖게 되고
최후의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꿈도 없는 깊은 잠에 떨어지기 위해
비로서 정적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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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