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대한민국은 신분제 부활을 꿈꾸는가
'엘리트 지상주의' 현실화하는 교육정책
이명옥(mmsarah) 기자
교육부총리의 1/3 특차 전형, 1/3 수시전형, 나머지 1/3은 일반 전형으로 입학생을 뽑겠다는 의지 천명에 이어,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통합형 논술로 변별력을 두겠다는 파문에 멍든 가슴에, 대학 등록금이 1500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고대 총장의 발언으로 뛰는 심장이 진정되기도 전에 대학 교양과목인 영어나 과학 등을 고등학교에서 미리 이수할 수 있게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건은 '특목고'와 '외고' 학생들일 경우 희망자에 한해서 일반 고등학교의 경우 상위 3%에서 5% 안에 드는 학생들이 학교장 추천을 받아야 가능하다고 하며 A, B, C 등급으로 고교 학적부에 기록되며 대학에 가면 그 학점이 그대로 적용이 되어 그 과목을 이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소수 엘리트 지배계급의 세습사회가 되는 것은 아닐지 보통 사람들인 다수는 심히 불안하다. 물론 엄격한 신분 사회인 조선시대에도 명목상으로는 두 번째에 자리하고 있던 농민 계급도 과거를 치를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다만 남이 해주는 밥 받아먹으며 당대 내로라하는 학자를 독선생으로 들여 밤낮으로 "공자왈 맹자 왈"을 찾는 양반의 자제들과 달리 농사짓는 부모의 잔심부름을 하다가 마을에 하나씩 만들어 놓은 보통 교육 시설인 서당을, 그것도 운이 좋아야 겨우 다니던 농민의 자녀들은 감히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음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나라가 인정하는 공신의 후예들이나 귀족의 자제들은 '음서제도'라는 특혜를 통해 과거 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관직에 나갈 수 있었으니 과거 제도는 온전히 양반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의 시대, 민주주의 시대인 현재의 상황은 과연 어떠한가?
실종된 시민사회의 이름뿐인 교육받을 권리
90년대 이후 고등교육의 장인 대학 교육의 기회가 넓어져 실력이 인정되면 누구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 될 수 있는지 한번 짚어보기로 하자.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가 대학생 15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35.6%가 현금을 빌린 경험이 있고 이 중 74.7%는 아직 부채를 다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융통금은 평균 594만원으로 88%가 학비 때문에 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말할 나위 없이 보통 사람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기회는 이중 삼중의 벽으로 막혀있는 셈이다.
입시에서부터 강남 특구, 특목고, 외고 등 차별조건이 늘어선 데다 대학들은 대학대로 가지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양쪽으로 뒷받침이 가능한 학생들을 추려 뽑고 있으며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하여 어렵게 대학에 입학했다 할지라도 과다한 등록금이 족쇄처럼 보통 사람의 어깨를 짓눌러 계속적인 학업을 회의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허울 좋은 교육받을 권리는 이름 뿐, 실체는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이쯤에서 정책 입안자들과 가진 자들은 좀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민주시민사회의 평등을 역행하면서 힘없는 보통 사람들을 한없이 작게 만드는 정책들을 마치 더 바람직한 방향을 향한 진보의 발걸음인양 가장하는 행위만은 삼가는 것이 어떨까?
대한민국은 엘리트 지향 사회며 이미 오래전에 사장된 신분 제도의 부활과 세습을 꿈꾸는 비현대적인 사회라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분노를 줄이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주장] 대한민국은 신분제 부활을 꿈꾸는가(오마이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