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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범위가 크고
한 두마디로 답하기도 쉽지않은 질문이군요.
마침 지난해 비슷한 질문에 대한 답변한 글이 있어
그때의 질의와 답변글 두 가지를 옮겨 그것으로 답변드립니다.
이해해주시길...격려를 드리며
이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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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2001년 6월 2일
<학생>
교수님 안녕하세요
기다리다 지친 비 는 오늘도 올생각을 하지않은채 6월로 접어들었습니다. 별로 오고 싶지가 않은모양입니다.
시원하게 씻어내야 할 일들이 하도 많다보니 어떻게 할 수 없어
내려오기가 겁 부터 나나 봅니다
언제나 용렬한 사람은 제 분수를 모르고 욕심만 앞세웁니다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자신을 과대포장하면서 세상이 자기를 몰라준다고 한 풀이를 하는 일이 우리 주변엔 많이 있는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자기스스로 자기를 소모하는 소인배에 불과할뿐인데도 말입니다.
정승자리에는 정승감이 앉아야 임금의 눈이 맑아지고 그렇지 못하면 임금의 눈이 멀어져 백성의 허리가 굽는다는 말이 있느데
지금의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닌것 같은데......
그래서 세상이 항상 소란스럽고 아웅다웅 하는것 아니겠습니까
지방선거나 대선이 앞으로 다가올 생각을 하니 저는 지금부터 머리가 아플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저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투표 자체를 하지 않았는데 그럴수만은 없을것같기도 하고
선생님 생각은 어떻하신지요
투표를 하지 않는것만이 능사는 아닌것 같아서 들리는 말씀입니다.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고 싶은데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유의하십시오
그럼 이만 안녕히 계십시오
선생님 거짖말의 대부는 아마도 정치인들이 아닐까요
조물주가 정치인들에게 거짓말을 가장 많이 나누어주었답니다
<답변>
오랜 만입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나는데
섬머셋 모옴이 어디선가 이런 요지의 말을 한 것이 생각납니다.
온갖 사람들이 모여사는 한, 정치는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말 죽어도 못할 것이 정치이다.
그런데도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나같은 사람에겐 정말 감사하고 다행한 일이다.
정치가들의 사고방식과 행태에 대한 혐오와
정치의 불가피성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죠.
그래도 모옴이 정치가를 마지못해 인정하는 것은
그들이 행태가 어떠하건 사회적 갈등을 처리해주는 일을
맡아서 하기 때문인데,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정치가들 대부분은
갈등의 해결은 커녕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 역시 학생분처럼
요즈음의 우리 사회를 보면
속이 타서 숯 검정처럼 되버린 그런 느낌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데는
근본적으로는 일제하에서 나라를 팔아먹으며
호의호식하던 기득권자들이 해방 후 심판되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여전히 사회적 기득권자로서 또아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고 가까이는 그 연장선상에서 아직까지도
정재계는 물론 문화언론계등 사회 구석 구석을
군사파쇼들의 잔재들이 여전히 반성없이 기세등등 활개를 치고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요즈음 DJ정권의 개혁, 말이 개혁이지 바로 아래 총리와 당대표를
그 잔재로 임명한 것 부터가 이미 개혁은 안하겠다는 것이니까요.
정치는 타협이니 화합이니 어쩌니 미명을 늘어놓지만
학생 말씀 처럼 속들여다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요.
극우파와 지역감정이라는 또 다른 잔재에 기대어
제 세상 만난 양 득의만만해하는 야당도 그렇고요.
안중에 있는 것은 국민의 안위나 행복이 아니라
자기들의 안위와 영달 그들 만의 야합일 뿐입니다.
지식인 사회도 말이 아닙니다.
한 쪽에서는 터무니 없는 외세와 언론에 온 나라가 농락당하고
휘둘리는 우화같은 후진적 문화현실 속에서도
합리적 비판을 통한 새로운 사회적 규범의 모색은 도외시한 채
서구의 첨단 포스트 모더니즘적 몰규범적 데카당, 사이버, 판타지 문화를
마치 해방을 약속이나 해주는 복음처럼 유포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하나 하나 따져 생각하고 반성하면 끝이 없을 것 갔고
분명한 것은 역사는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와 합심에 의해
진전되어온 만큼, 힘을 내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조그마한 일 부터라도, 그 힘의 일부로 보태질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이런 저런 궁리도 하고
비록 절망이 앞을 가리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하나 하나 그 궁리를 실천해나가기로 함께 노력합시다.
이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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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2001. 5.23
<학생>
교수님 안녕하세요!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
여기 홈페이지에 가끔 들르는데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세미나를 준비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많이 바쁘게 지내시는 군요.
바쁘시더라도 건강 잃지 않도록 조심하시구요.
요즘은 공부하다가 삶의 가치 문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2001년에는 철학을 깊게 공부하겠노라는 생각을 이제 약간 접어두고 다른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를 급하게 쫓아 가다가, 문뜩 문뜩 떠오르는 것은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가치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왜 지금 이것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늘 고민이 앞섭니다. 그러면서도 어쩔수 없이 현실이 이끌려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내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자본의 논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당장의 생활을 유지해야 하고, 죽으면 썩어질 육신을 위해서 다른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떠오르는 삶의 가치에 대한 문제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아직도 많이 있는 걸 봐서는 아직은 희망이 있는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책을 보려고 노력을 했고,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삶의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단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나의 삶이기에.... 그 가치문제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나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나만의 가치에 대하여 정립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게을러진 탓인지, 아니면 하는 공부가 바빠서인지 이런 사색을 하는 시간도 많이 줄었고, 머릿속이 복잡하기만하고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교수님은 학창시절에, 혹은 지금도 그런 경험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온통 혼란스럽기만한 이러한 가치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치의 정립없이 떠밀려가듯 흘러가는 저의 삶에서, 나는 방관자가 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고민과 현실사이에서 고뇌하는 것 자체가 삶이고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교수님 홈페이지에 둘렀다가, 글들을 읽고 두서 없이 몇자 적어 봅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항상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답변>
오랜 만이군요.
요즈음 저는 "자유는 긴장이다"라는 말을 자주 되뇝니다.
자유가 욕망의 방기에서가 아니라
내 욕망에 대한 치열한 자기 규정에서
주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은태님이 직면하시고 고민하시는 모습도
삶에 대한 치열한 자기 규정의 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저 역시 똑같이 고민하고 있고 말씀하신 대로
똑같이 길위에 있다고 하겠지요.
문제는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일텐데
그 대답이야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거창하게는 세계관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러나 멀리는 안 보여도
내 가까이에서 내 주위에서 분명
내동댕이 쳐야할 그 무엇이 득실거림을
직감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아니 최소한 그 사악한 낌새만은 직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안의 아집과 탐욕, 어리석음과 게으름에서 부터
말만 다원주의지 돈 권력이면 하나같이 눈머는 천민자본주의하며,
이미지와 판타지에 냄비 끓듯 환호하는 이 시대 우리의 문화적 천박성하며,
대우자동차노조와 의사협회-하늘과 땅 만큼 다른 파업의 댓가하며,
조중동,부시,3김에 휘둘리는 우화같은 우리의 현실하며,
그 다음 부터는 너무 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문명..우리의 미래
등등에 까지...
그러다 보면 이제 어떻게 해야 좋지 하며 이런 저런 궁리가 생기는데
그러한 궁리들 중 이것 저것 복잡하게 따지지 않아도
분명하게 마음 속에 짚히는 구체적 궁리만은 꼭 실천하는 것이
최소한 철학선생 밥값이라도 하는 길이겠지, 함께 더불어사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 자유, 우리의 자유를 위해서, 우리의 희망을 위해....
우선 나 부터 조중동을 끊고,
일상이 버겁고 힘들지만
조금이나마 시민단체에 기금을 내고
연말에 꼭 불우이웃돕기하고
맛있는 것 먹을 때만이라도 꼭 북한어린이 생각하고
가끔 복권도 사지만 한장 이상은 안사고
영화와 TV도 보지만 그 만큼 책도 읽고
만화도 보고 게임도 즐기지만
틈틈이 고전도 공들여 읽고
아이들 1등하라고 너무 닥달하지 말고.
전두환 욕할 때는 핏발세우지만
평범한 이웃들의 선행에 눈물로 감격하여
선뜻 결심은 안서지만 언젠가
나도 장기기증은 해야겠다 마음도 먹어가면서
남길 유산도 없지만 있더라도
절대 내 새끼 잘되는데만 쓰지 않겠다 마음 먹으면서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가 누리는 기득권이
누구의 눈물이 되는 것은 없는지
가끔은 뒤돌아 보면서 그렇게 하나 하나 조금 씩 궁리를 현실화 하면서
그렇게 해서 하나 하나 확고한 입장을 형성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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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2번째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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