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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아들아, 세상을 바르게 보는 눈을 가져라

글쓴이: 이명옥 날짜: 2008.01.15. 16:08:39 조회: 438 글쓴이IP: 60.196.90.151

▲ 대학로에서 아들 강현(왼쪽)과 홍세화님( 오른쪽) 아들아이가 세상을 보는 바른 눈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모임에 데려갔다.

아들아, 세상을 바르게 보는 눈을 가져라
제1회 박종철 인권장학생이 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이명옥 (mmsarah)

2008년 1월 14일은 6월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 박종철 열사의 2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고인의 모교인 서울대 90년대 학번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박종철인권장학회는 제1회 장학금 수여자로 강현(서울 재현고 2)군 등 3명을 선정했다. - 연합뉴스 1월14일자 기사 일부

아들아이가 박종철열사의 모교인 서울대 90년대 학번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박종철 인권장학회'가 수여하는 제1회 박종철 인권 장학금을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1990년생인 아이는 박종철 열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얼마 전에야 비로소 <박종철 평전>을 읽게 된 아이는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아래와 같이 솔직하게 표현을 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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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다르고 군사정권이나 억압적인 사회를 경험해 보지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박종철'이라는 사람이 위대하다거나 엄청난 일을 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람의 결단력이나 흔들림 없는 신념,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등은 대단한 것 같다. (중략) 과연 내가 '박종철'이라는 사람의 입장이었다면 그 좋은 환경을 포기하고 사회운동에 참여했을지 생각해 보았지만 나라면 아마 못했을 것 같다.

(중략) 박종철은 '먼저 인식한 자가 먼저 실천한다'는 믿음으로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 민주화 항쟁에 불을 붙였다. 실천하는 자가 없으면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그 실천을 박종철 열사가 몸소 보여주었고 민주화의 꽃을 피워냈다. - 감상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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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방관자였던 제가 아들아이에게 세상의 불의와 타협하지 말라고 충고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박종철 열사에게 부끄러운 삶은 살지 말라고 당부의 말을 하고 싶어 몇 자 적습니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삶 살길 바란다

현아, 오늘 자기의 생명으로 민주화의 불꽃을 일구어 낸 박종철 열사를 기억하는 분들이 주신 '제1회 박종철 인권장학금' 증서를 들고 돌아 온 너를 본 순간 세상은 불평등과 편견이 가득한 곳이라 툴툴거리기만 했던 엄마의 모습이 한없이 작고 부끄럽게 느껴지더구나.

꽃다운 스물 두 살 청년이 민주화를 향한 신념을 지키다 물고문으로 죽음에 이르렀을 당시 이 엄마는 어느 글에 고백했듯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있었단다. 86년에 교통사고를 당해 2년 가까이 병원에 있어야만 했거든.

이한열 열사와 박종철 열사처럼 자유와 민주를 갈망하는 젊은이들 희생이 헛되지 않아 6월 민주화 항쟁의 불길이 치솟았고 우리는 민주화라는 값진 열매를 얻게 되었지. 사실 이 엄마에게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상황을 가시적인 독재나 물리적 폭력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네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게다.

공안당국에 의해 대공분실에 끌려 간 지 하루 만에 고문으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버린 젊은이의 시체를 부검한 의사는 고민 끝에 양심선언을 택했지. 탁상을 '탁'하고 쳤는데 '억'하고 쓰러져 죽더라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은 독재와 폭력에 길들여져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던 사람들마저 분노케 만든 계기가 되었고…. 그것이 세상의 정의와 진실은 반드시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니면 무엇이겠니?

어쨌거나 부끄럽게도 이 엄마는 민주화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이루어 낸 민주화에 무임승차를 하게 되었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도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오지 않았다. 20에 속한 자들은 신분과 학력, 직업을 대물림하며 기득권을 누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일전에 엄마가 홍세화님을 만나러 갈 때 너를 데려갔었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니? 네게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야. 이 엄마는 네가 세상을 바르게 보는 눈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단다. 불의와 불평등에 눈감는 사람이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도 더불어 가지고 있지.

현아, 너는 실천하는 자가 없으면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고 했지? 박종철 열사는 '먼저 인식한 자가 먼저 실천한다'는 믿음으로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 민주화 항쟁에 불을 붙여 민주화의 꽃을 피워냈다고도 했고.

이 엄마는 네가 바르게 세상을 인식하고 또 그 인식을 실천으로 옮겨 제1회 박종철 인권 장학생으로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현아, 축하한다. 그리고 고맙다. - 2008년 1월 14일 박종철인권장학금을 받은 날

2008.01.15 09:52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