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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마후라의 '군대스리가'
공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하늘여행>
이명옥(mmsarah) 기자
보라매, 빨간 마후라, 파일럿이라는 단어는 한번 쯤 모두의 심장에 전율이 일만큼 가슴 뛰게 하는 매혹적인 단어들이 아니었을까?
<하늘여행>은 땅이 아닌 하늘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무려 100일 동안이나 밀착 취재하여 엮은 바로 ‘공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 이야기만 아니었다면 ‘하늘을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카루스의 꿈‘ 만큼 누구에게나 매력이 철철 넘치는 이야기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들은 항상 날개를 달고 하늘을 비상하는 꿈을 꾸어왔고, 마침내 날개 대신 비행기라는 물건을 만들어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루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대 중에서도 특별하다면 특별한 조직인 공군들의 모습을 100일이란 짧지 않은 기간동안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쓴 휴먼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책 역시 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 울릉도에도 공군 사나이들이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
ⓒ 이명옥
<하늘여행>을 쓰고 사진을 찍은 팀들은 패기만만한 젊은 저널리스트들로 자신들의 작업을 상상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정의한다.
“군대가 다 그렇지. 공군이라고 별 거 있겠어?” 그렇게 시큰둥하던 그들이 100일간 공군과 부딪치고 뒹구는 동안 자신들의 편견이 여지없이 부서지며 겸손해질 수 밖에 없었다면 분명 무언가를 보았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그들은 프로페셔널한 사람들만 지닌 전 생애를 건 도전과 열정, 절망을 딛고 서는 집념, 말로는 표현되지 않을 철저한 신뢰에 바탕을 둔 진정한 인간애를 공군들의 삶에서 보았던 것이다.
가치(VALUE)-꿈과 희망의 하늘을 날다, 도전(CHALLENGE)-파란 하늘에 펼친 빨간 마후라, 특별함(SPECIALITY)- 특별함으로 만난 공군의 매력, 인간애(HUMANITY) -아름다운 인연 담은 하늘여행이라는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하늘여행>은 각 장마다 생생한 현장 사진들이 함께 담겨 있다.
▲ 홍보 패러다임을 뒤집은 뉴스레터팀
ⓒ 이명옥
소년시절 종이비행기에 꿈과 희망을 담아 날리다가 마침내 그 꿈을 실현, 창공을 날고, 자체 기술로 만들어낸 최초의 군용항공기 KT-1의 개발에 참여하고, 세계 종이비행기 3대 작가 중 한 명이 된 항공학 박사 이희우 대령, 두 번의 조종사 탈락과 절망, 그 모든 좌절을 딛고 꿈에 도전하여 마침내 최우수 비행사가 된 이경주 소령, 전투기 사격 중 명중하면‘야호! 맞았다’한다는 보통 처녀로 공군 최초의 여성전투기 조종사 중 한 명이 된 박지원 대위.
장병생활백서 군대리아, 뽀글이조리법, 군대스리가 등 재치 넘치는 홍보로 군대 홍보 패러다임을 바꿔 공군 사이트를 단번에 인기 사이트로 바꿔 놓은 사이버 홍보팀, 미니어처 만들기, 십자수 놓기 등 기상천외한 동호회 이야기에는 상상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군대의 실생활이 소상하고 재미있게 담겨있다.
이 책은 항간에 떠도는 군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철저하게 깨뜨려 버릴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새로운 도전정신과 자신에겐 사그라들던 삶에의 열정이 자신도 모르게 되살아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책을 읽는 동안 자신들의 나태함과 무력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다던가, 편견의 색안경을 벗어 버릴 수 있게 되었다면 그건 책을 엮은이들의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혹여 책을 읽고 하늘 사랑이나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이 더해졌다면 그건 순전히 ‘하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독자들의 책임이다.
*군대 용어 해설*
군대리아: 군대에서 일주일에 1~2번(주로 수요일과 일요일) 나오는 햄버거로 유명한 패스트푸드사의 이름을 빗대어 지칭하는 말.
뽀글이: 봉지 라면을 뜯어서 물을 부어 먹을 때 쓰는 말. 주로 군대에서 애용되는 조리법.
군대스리가: 군대에서 이루어지는 축구를 독일 축구리그 분데스리가에 빗대어 지칭하는 말.
얘야, 열다섯 살은 꿈꾸기 좋은 나이란다
비상을 꿈꾸는 아들에게
▲ 최고 명예를 자랑하는 공군 정예 비행팀 블랙이글스
ⓒ전나무 숲
현아! 11월 12일로 네가 만 15세가 되었구나. 지금까지 늘 할머니의 자랑과 기쁨이 되어준 네가 고맙기만 하다. 넌 어려서부터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었지.
그 꿈이 비록 "전 이담에 커서 대통령이 되겠어요" 라거나 빨간 불자동차가 멋있어 보인다고 "이담에 꼭 소방관이 되고 싶어요" 하는 것처럼 수시로 변하는 아이다운 것이라 해도 네 나이기에 꿈 꿀 수 있는 것이고 네가 정말 원한다면 언젠가 꼭 성취할 수 있는 멋진 꿈이라고 말해주고 싶구나.
이제 고등학생이 된 네 가슴에 담긴 너만의 진짜 꿈이 무엇인지 이 엄마는 알 수 없지만 인생은 진정 꿈꾸는 자들의 것이란다. 끊임없이 꿈꾸고 도전하는 자들로 인해 인류 문명의 발전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과거의 역사가 잘 증명해 주고 있잖니?
엄마는 네가 스스로 선택한 운동인 검도를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하고 있는 것처럼 네가 항상 더 많은 것을 꿈꾸고, 더 많은 것에 도전하는 진취적인 삶을 살았으면 한다. 네 나이 열다섯 살은 비상을 꿈꾸기에 아주 적당한 나이거든.
다만 아들아!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하렴. 인생은 외줄로 엮는 편직물 같은 것이란 걸. 그 생의 줄을 잡고 어떤 꿈의 무늬를 엮어 가든 그건 오로지 개인의 몫이란다.
아무리 가깝고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누구도 대신 생을 살아 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
알고 있겠지? 네 나이는 무엇이든 도전해 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때라는 것을. 푸르른 창공을 향해 네 날개를 활짝 펴렴. 바람이 불거나 폭풍우가 몰아친다고 결단코 네 스스로 날개를 접거나 꺾지는 말렴.
하늘을 달리는 우리 꿈을 보아라
하늘을 지키는 우리 힘을 믿으라
죽어도 또 죽어도 겨레와 나라
가슴 속 끓는 피를 저 하늘에 뿌린다
하늘은 우리의 일터요 싸움터
하늘은 우리의 고향이요 또 무덤
살아도 되살아도 정의와 자유
넋이야 있고 없고 저 하늘을 지킨다.
-최용덕 장군(1898~1969) / 이명옥
하늘여행 /글: 강수정·이남훈 사진: 김윤해·이동화 / 전나무숲/ 12,000원
2006-11-15 16:13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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