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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것은 단순한 약이 아니라' 사랑과 관심의 따뜻한 마음' 입니다. 팩마다 전해지는 온기가 마주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 같습니다.
약이 아닌 '사랑의 마음'을 받았습니다
이명옥(mmsarah) 기자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가 부실한 제가 아침 지하철역에서 두 시간 이상 서서 신문배포 도우미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다리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통증이 좀 있거든요. 게다가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갑자기 불어난 체중으로 무릎 관절염까지 생기고 말았거든요. 무릎이 너무 아파 파스로 견디기 힘들어지면 슬쩍 선생님께 가서 침을 맞거나, 정형외과의 소염제를 타다 먹고는 했지요.
정형외과에 가면 언제나 무리하지 말고 쉬라는데 지금의 제 형편으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라 조금 통증이 멎으면 약도 병원도 멀리하는 날이 반복됐습니다. 아는 약국의 약사에게도 몇 번이나 약을 먹어보라는 충고를 들었지만 한 귀로 흘러 듣고 말았지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무릎 주위 전체가 부어오르면서 아프기 시작하더군요. 할 수 없이 또 선생님께 가서 침을 맞았는데, 선생님이 지나가는 말처럼 그러시더군요.
"자기 무릎 더 나빠지기 전에 약을 먹어야겠다. 내가 시간 내서 약을 지어 보낼 테니 시간 맞춰서 먹도록 해. 외출할 때도 한 포씩 들고 나와서 꼭 챙겨 먹고."
약을 지어먹을 형편이 아닌 전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지요. 그렇게 선생님을 뵙고 5일이 지나갔는데 오늘 한의원의 간호사 선생님이 전화했더군요.
약을 오후에 택배로 보냈으니 저녁 늦게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요. 밖에서 전화를 받고는 부랴부랴 집에 연락을 해 두었지요. 집에 돌아와 보니 11시쯤 약이 도착한다는 전화가 왔다고 하더군요.
11시가 좀 넘어 제가 받은 약은 따끈한 온기가 남아 있더군요. 온기를 식히려고 약을 꺼내어 늘어놓다보니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합니다.
선생님은 늘 그러셨습니다. "병만 보지 않고 사람을 보겠다"고요. 그리고 선생님은 늘 행동으로 당신의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혼자서 어렵게 자녀를 키우며 일을 해야 하는 여성이 아파서 한의원을 찾았을 때 선생님이 약값을 받게 될는지 못 받게 될는지 생각 안 하시고 우선 약을 지어 먹여 병을 고쳐 주시는 것을 여러 번 보았거든요. 여자들, 특히 엄마들이 자기를 위해서 약을 지어 먹지 못하는 것을 늘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씀하곤 했지요.
"자기를 위해 약 먹는 것 미안해하거나 죄책감 갖지 마세요. 시부모, 남편, 아이 챙기다 보면 늘 자기 자신은 빼놓게 되는게 주부지만, 엄마들이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하고 튼튼해져요. 생각해 봐요. 몸짱 만들려고 헬스클럽을 다녀도 한두 달로 안되잖아요? 헬스클럽 다녔다 생각하고 약 먹고 건강부터 지키세요"라고요.
사실 제가 만난 여성계 선배님들이나 여러 선생님들은 말로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행동해라"라고 단 한 번도 충고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저 한 번 두 번 만남이 이어지고 그분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그 자체가 거울이 되어 제 삶의 어느 부분이 꼬여 있는지 어느 부분에 먼지가 가득 끼어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이지요.
수많은 세월 내 안의 이기심 속에 갇혀 살아온 제 삶이 나날이 부끄러워지는 요즘입니다. 조금만 더 일찍 그런 자매 연대를 만나게 되었다면 아마도 부끄러움의 날들을 많이 줄일 수 있었겠지요….
내일부터 아주 열심히 약을 챙겨 먹으려고 합니다. 이기심과 부끄러움의 나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저도 뭔가를 꼭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하니까요.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아무런 약속도 없이 약을 지어 주신 선생님의 사랑에 진 빚도 갚아야 하니까요.
2007-06-14 11:0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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