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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자본주의속 지구정상회의/ 월든 벨로
글쓴이: 이정호  날짜: 2002.08.31. 09:04:04   조회: 429   글쓴이IP: 211.207.65.235
지구자본주의속 지구정상회의/ 월든 벨로(한겨레신문 2002.8.31)


10년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환경·개발회의(1차 지구정상회의) 때에 비해 현재의 지구 환경은 명백히 더 나빠졌다. 분석가들은 자연의 선물을 끊임없이 상품화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주범이라고 지목한다. 자본주의는 자연속 존재(생물)와 사회속 존재(시민)라는 인간의 두 가지 측면을 약화시키면서, 소비자라는 단 한가지 기능으로 인간을 한정지으려 한다. 자본주의엔 많은 ‘운동법칙’이 있지만 가장 환경 파괴적인 것은 세이의 법칙, 곧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살아 있는 생명체를 죽은 상품으로, 천연자원을 죽은 자본으로 변화시키는 수요 창출 기계다.

지구 자본주의는 불균형적으로 팽창해 북의 핵심에선 과잉개발이, 주변부에선 과소개발이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환경적 충격 또한 차별적으로 분포되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미국인 한명은 몰디브인 17명, 파키스탄인 30명, 방글라데시인 107명, 네팔인 269명이 내뿜는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하지만 북의 자본주의가 지구에 끼치는 실제 충격은 통계수치보다 훨씬 크다. 환경운동이 부상하자 북은 환경적 불안정을 남으로 떠넘기고 있다. 전형적인 예는 일본이다. 일본의 자본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자원 소비와 이 지역내 오염 배출을 계속 늘림으로써 자국내 환경 기준에 맞춰왔다. 예컨데 1950년대부터 50년 동안 필리핀에서 생산된 목재의 70%를 일본이 소비했다. 안전거리만큼 떨어진 곳에서 상품을 생산해 소비하는 이런 행태는 60년대부터 공해산업과 노동집약적 생산시설을 방콕 등 동남아로 대규모 이전함으로써 통제불능의 공해를 유발했다.

이제는 임금 싸고 ‘공해친화적인’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자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일에 유럽과 미국 자본이 일본을 뒤따르고 있다. 생태 황무지인 선양은 이른바 중국 기적의 또 다른 얼굴이다. 오늘날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일은 생산과 소비의 환경적 비용을 세계경제의 속지로 떠넘기는 150년 간의 자본주의 지구화 과정의 최종 국면이다.

10년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생활방식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말함으로써 리우 환경회의를 좌절시켰다. 유럽과 일본은 충격을 받은 척했지만, 그 뒤 10년을 보면 이들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경제를 지탱하는 해법은 소비 촉진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선진7국(G7)의 이른바 국제경제 관리는 본질적으로 이들 가운데 어느 나라가 자연을 상품으로, 상품을 다시 쓰레기로 바꾸는 데 앞장설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지금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고 있는 지구정상회의는, 1년전 미국 업계의 강력한 로비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를 거부했을 때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많은 이들은 이 결정을 자본주의가 자유주의적인 가면을 벗어버리고 ‘자본주의의 본질은 자연의 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인다. 일본과 유럽의 엘리트들은 당황한 척했다. 그런데 그들이 진짜 당황한 것은 미국의 솔직함 때문이었다. 3개 세력이 공유하고 있는 생산체제의 기본 동력, 곧 지속적인 팽창은 소비 촉진과 환경 파괴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너무나 솔직히 인정한 것이다.

요하네스버그 회의는 녹색세례를 받으려는 기업들과 협박하는 미국, ‘우린 너희보다 고상하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유럽이 교차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또 제3세계는 친기업적인 자유화의 대가로 원조를 구걸할 것이고 세계무역기구는 자유무역을 위해 환경을 약탈하려 할 것이다. 이번 회의는 다른 유엔회의처럼 또 한번의 수치스런 실패가 될 것이다. 이 실패를 목격하는 오늘은 남미가 신자유주의 경제에 반란을 일으키고 조직적 기업 범죄가 미국 자본주의의 신뢰성을 갉아먹는 시점이다.

소비 주도의 성장 엔진인 미국·일본·유럽·동아시아는 동반 경기침체라는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마르크스부터 슘페터까지 많은 분석가들이 자본주의의 자멸적인 동력이라고 지적한 것이 점점 진전되고 있다. 이 와중에 자연의 복수는 하루가 다르게 분명해지고 있으며 전세계 소비자들은 공동체를 되찾겠다는 굳은 의지를 지닌 시민으로 거듭나고 있다. 자본주의가 약화시킨 사회적 연대를 되살리자는 의지도 강력하다.

요하네스버그 회의는 자본주의와 환경, 자본주의와 공동체간 투쟁의 중요한 푯대로 기억될 것이다. 어느쪽이 이길지는 당분간 두고 볼 일이지만.

월든 벨로/ 필리핀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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