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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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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략 사상이 된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조해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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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정호 날짜: 2004.10.14. 13:31:12 조회: 924 글쓴이IP: 211.42.212.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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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 사상이 된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
- 9.11 이후 미국의 ‘국가 심리’ 분석 -
월간말 2004년 220호
조해경(안양대 겸임교수, 정치학박사)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은 정신병자처럼 테러 공포에 휩싸여 있다. 미국 국민 모두가 ‘반(半) 정신병자’가 되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가능하면 피해갈 지경이다. 현재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서는 유럽에서 쫓겨 신천지를 찾아올 때 느꼈던 조상들의 불안증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9.11 테러는 미국의 정책사를 ‘9.11 이전’과 ‘9․11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외교안보 차원에서는 과잉 방어 정책을 추진해가고 있다.
미국은 합리주의와 프런티어 정신(개척자 정신)에 기반한 나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책을 보면 그것을 미국인 본래의 진취적 정신에 바탕한 ‘팽창주의적 프런티어 정신’으로 정의해야 할지 혹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두려움에 쫓기는 프런티어 정신’으로 정의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패권국가 답지 않은 미국의 행태
9.11 테러로 인해서 미국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마구잡이식으로 국내 보안을 강화할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해 놓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는 데는 두 가지 관점을 적용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팽창주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으로 사용해온 프런티어 정신이다. 다른 하나는 전 세계에 대한 미국인들의 무차별적 압력이 혹시 9․11 테러로 인한 일종의 노이로제 때문이 아닌가 하는 관점이다.
정치학자 조지 모델스키에 따르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 나타나면 국제사회는 패권국 중심의 국제체제를 형성, 국제질서를 안정시켜 나간다. 그리고 이런 초강대국은 100년을 주기로 등장했다 소멸하고, 다시 등장하면서 불안정한 국제질서를 안정시키곤 한다는 이야기다. 국제정치학자 왈러슈타인도 17세기 네덜란드와 19세기 영국처럼 강력한 ‘패권안정 국갗가 존재할 경우 전쟁 가능성이 줄어들고 세계경제는 자유무역체제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순환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미국의 최근 행위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등장하긴 했으나 현재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무분별한 무력 행동은 국제정세에 안정을 가져오기는커녕 세계정세의 불안정을 초래하여 결국 자국을 현재의 위치에서 밀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패권주기 순환론자들은 최근 주기순환이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편집자 주 : 한 패권 국가가 나타나 국제질서를 안정시켰다가 쇠퇴하면서 다른 국가에게 패권을 뺏기는 기간을 ‘패권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패권주기’의 순환이 급속히 빨라졌다는 주장은 패권국가가 자국의 지위를 예전만큼 오래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같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등장이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온다는 기존의 사고방식은 점점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심지어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은 현재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워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마구잡이식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을 흥부예찬론자로부터 놀부예찬주의 국가로 인식하도록 만들어 가면서 반미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런 반미 감정의 확산은 미국을 세계의 왕따로 만들면서 패권주기를 더욱 단축시켜 미국을 패권국가의 지위에서 몰아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보면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안보정책은 현상유지에서 팽창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팽창정책의 수단은 군사적, 경제적, 이데올로기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군사적 팽창정책은 군사력을 동원, 영토를 점령하는 것을 비롯해서 군비의 확장 및 증가 등을 가리킨다. 경제적 팽창정책은 경제원조나 기술 원조를 통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며 이데올로기적 팽창은 사상을 통한 대외팽창을 의미한다.
‘테러와의 전쟁’에 관련된 외교정책을 종합하면, 9.11 이후 미국은 팽창정책을 바탕으로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프런티어 노이로제
미국이 현재 이라크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테러와의 전쟁’은 ‘두려움에 쫒기는 프런티어 정신’에서 나온 과잉 반응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번 9․11 테러의 경우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상자 숫자만 해도 2차대전 당시 진주만 기습으로 인한 희생자들보다 훨씬 많았다.
미국인의 선조들은 주로 유럽에서 두려움을 안고 탈출한 사람들이다. 미국 본토에서 엄청난 사상자를 낸 9․11 테러는 이런 두려움을 되살려 미국인들을 (프런티어이긴 하지만) ‘테러 노이로제’에 걸린 프런티어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미국인들은 지금 9․11 테러를 명분삼아 세계 각국의 테러리스트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어떻게 보면 9․11 테러가 미국인들의 기질(프런티어 정신)을 (오랜만에)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것이다.
사회학자이자 「고독한 군중」의 저자인 데이비드 리즈만은 일찍이 미국인들이 개척정신을 통해서 길러온 프런티어 정신을 발휘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진단한 바 있다. 미국인들은 개척시대의 프런티어 정신을 기껏 섹스로 돌렸으나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섹스에 대한 정신적 여유까지 잃어버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서부영화를 통해 개척시대의 향수에 젖었고 이후엔 E.T 등 우주 공상영화에 빠져들다가 9․11 테러라는 사태와 맞부딪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국민성이랄 수 있는 프런티어정신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사학자 프리디히 터너는 미국인들의 기질은 유럽에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신대륙을 개척하면서 만들어진 기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인들은 유럽에서 탈출하면서 항상 누군가에게 쫓긴다고 느끼는 불안과 공포도 선조들로부터 물려 받았다. 테오도르 루즈벨트 전 대통령도 미국인의 기질은 유럽인들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서부의 개척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수주의로 발전한 프런티어 정신
유럽인들은 미국의 서부 개척사를 민족의 이동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서부로 나가면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인내력과 동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국수주의 정신을 키워나갔다. 미국인들의 국수주의 정신은 최근 이라크전과 아프간 전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 미국인들은 자국민 한 사람의 전사를 이라크인 수천 명의 사망보다 훨씬 비통하게 생각한다. 또한 미국인 포로 한명의 석방은 미국 국민 전체의 석방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미국 프런티어 정신의 형성을 19세기 말까지 유럽 계몽주의가 미 대륙으로 옮겨지는 과정으로 규정한다. 계몽주의는 존 로크, 토마스 홉스, 장 자크 루소에 의해 사회주의 사상과 합쳐져 유럽에서 꽃을 피우면서 미국으로 건너 왔다.
홉스나 로크 등의 사상은 유럽에서는 국가의 재제를 받았으나 신대륙 미국에서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전파되었다. 유럽에서 전파된 계몽주의 사상은 신대륙 미국에서는 유럽의 계몽주의 사상과는 다른 프런티어 정신으로 변하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유럽에서 막 넘어온 낭만주의를 개척정신으로 변화시켜 나갔다. 그들은 자연을 유럽인들처럼 낭만적으로 보지 않고 극복해 나가야만 할 험난한 장애물로 생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그들은 시인 워즈워드 대신에 피뢰침을 발명한 벤자민 프랭클린과 아름다운 바다를 소재로 거대한 흰 고래(모비딕)를 극복의 대상으로 형상화한 멜빌을 탄생시켰다.
프런티어 정신은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그림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그림은 영웅들의 그림으로는, 벤자민 웨스트의 「울프 장군의 죽음」, 코플리의 「피어슨 소령의 죽음」, 트럼블의 「벙커 힐 전투」 등이 있다.(편집자 주 : 벤자민 웨스트, 코플리, 트럼블은 미국의 초기 낭만주의를 발전시킨 18세기 화가들이다.)
미국인 고유의 ‘악’에 대한 개념
테러와의 전쟁은 ‘악’에 대한 미국인 특유의 과잉 반응 중 한 모습이다.
악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념은 청교도 정신에 기반한 것으로 유럽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미국의 악에 대한 관념은 ‘악은 도저히 구원할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인들과 다른 발상이다. 오히려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은 개인 스스로 악마가 될 수가 있으며, 악마도 구제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악에 대한 개념은 오로지 미국에서만 형성된 청교도 정신에서 나온 것으로 최근엔 미국의 국익이나 개인에 상반되면 무조건 악이라고 여기는 관념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미국인들은 ‘악’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악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세계 대전에 개입했다. 미국은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침략 전쟁을 개시하기 전에는 반드시 악을 명분으로 삼았다. 레이건 대통령도 ‘악의 제국’이란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9․11 테러 이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북한, 이란 등의 국가를 ‘악의 축’이라고 몰아 붙였다. 미국인들은 일상 생활에서도 ‘악을 쫓아내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다시 살아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지구상에서 악을 평정해 나간다는 명분이었다. 이러한 악의 개념은 이제 미국이 지구상에서 세계 경찰로 활동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모든 미국인들은 미국 군대가 전 세계에서 악과의 전쟁을 치르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악을 추방한다는 구실로 세계의 신패권주의 국가로 자리를 굳혀나가고 있다.
미국인들은 과거 동부에서 서부로 개척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디언들을 잔인하게 몰살시켰다. 그러나 이를 악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믿고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미국은 이제 이라크나 북한을 악의 축으로 잡아놓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악과의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도 현재 인권 문제와 관련, 미국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은 인권 문제를 악과 연계시키고 있는데 이는 곧 특정 국가가 미국의 국익과 상반된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악의 축에 포함시켜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미국 국민작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묘사된 미국인들의 모험적 기질이 바로 프런티어 정신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미국인들의 기질을 만든 프런티어는 유럽에서 탈출한 뒤 신천지에 떨어져서 원주민인 인디언과 싸우며 미국이라는 국가를 개척해왔다.
미국인들은 텍사스 사막의 인디언 대신에 중동의 사막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겉으로는 세계 평화와 안전을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미국의 세계패권주의 확보를 위해 한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을 중동의 사막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프런티어 정신과 미국의 동북아 정책
미국은 자국의 이익과 상반되는 행동을 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힘에 의한 외교정책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최근 동북아에서 미국은 안보정책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특히 한반도에서 주한 미군 약 1만 2천명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또한 한국을 1급 중요 안보지역에서 배제하고 그 대신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안보방위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한국 대신에 일본을 선택한 원인은 미국의 과잉 프런티어 정신에 있다. 현재 미국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위치를 굳혀 나가기 위해서는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 시켜 나가야 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의 신정부가 집권 초기에 미국에 대해 독자외교 노선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미국과약간의 마찰을 가져온 것도 주한 미군감축의 부분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거시적인 차원에서 미국이 동북아에서 일본을 한국 대신 내세운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의 한 변호사가 중국 붕괴론을 주장하는가 하면 프랑스 등 몇몇 국가에서는 중국의 경제성장 수치를 비판하며 거품경제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오래전부터 중국을 주시하면서 견제해 왔다. 중국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IMF 위기를 맞았던 시기에도 매년 8퍼센트 이상의 경제성장을 계속해오고 있다. 또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유인 우주선을 쏘아 놀리는 데 성공해서 미국에 우주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노이로제에 걸린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은 이런 중국을 보면서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황화(黃禍, yellow danger)라는 용어로 ‘중국 위협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신문기자 출신 중국 전문가인 에드가 스노우와 작가 펄벅은 이미 수십년 전에 중국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한 바 있다. 이에 미국의 정신은 과잉반응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이대로 두면 2008년 북경 올림픽 이후부터 일본과 겨루게 되며 2015년 이후엔 미국을 위협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대륙 세력인 중국을 일본, 한국, 대만을 군사적으로 이용하여 아시아에서 고립시켜 나가는 것이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 견제용으로 한국 대신 일본을 택한 것은 세계 경제 2위 대국이자 해양세력을 바탕으로 해군력이 강한 일본을 군사 대국화 하여 대륙세력인 중국을 견제시켜나간다는 전략이다. 또한 한반도에서는 북한과 혈맹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핵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견제해 나가고 있다.
중국견제와 과잉 프런티어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는 중국을 유일한 단일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지만 군사적인 면에서는 두개의 정부를 인정, 대만과의 긴밀한 군사동맹 체제를 유지하여 중국이 대만을 흡수 통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또 중앙아시아에도 중국견제용으로 군대를 주둔시켜 놓고 있다. 동남아와 인도 등 중국 인접 국가와도 화해관계를 유지하여 중국을 견제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중화사상에 바탕을 둔 대국주의 바람을 잠재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세계에서 현재 일어나는 반전 및 반미 감정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만들어낸 합리적이지 못한 ‘과잉 프런티어’ 정신의 결과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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