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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9.

“정형근, 당신이 고문하지 않았다고?”

글쓴이: 이정호 날짜: 2004.12.11. 18:41:48 조회: 1072 글쓴이IP: 218.135.198.1

“정형근, 당신이 고문하지 않았다고?”
피해자 “고문의 기억, 꿈에 보일까 두렵다”

2004-12-10 16:42 김성곤 (skzero@dailyseop.com) 기자

“정형근 의원의 1992년 당시 비인간적 고문과, 지금 와서는 마치 없었던 일인 것 처럼 뻔뻔하게 부인하는데 정말 인간적 비애를 느낀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간첩 암약’ 주장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으려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실질적 배후조종자란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는 정형근 의원이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정형근 의원은 10일 오전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에 출연,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이 고문이나 조작에 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일체 고문이나 조작은 없다”고 밝히고 “우리당 내에 이철우 의원 이외에 관련자가 또 있다”며 확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1992년 당시 중부지역당 사건의 핵심관련자인 양홍관(45) 전 민해전(민족해방애국전선) 중앙위원은 ‘중부지역당 고문조작설과 관련한 정형근 의원의 부인‘에 대해 “허탈하다. 인간적 비애를 느낀다”며 말문을 열었다.

10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 당시 양씨는 “사건의 추이를 더 지켜보겠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지만 “국보법을 둘러싼 워낙 첨예한 사안으로 가해자가 또다시 악의적인 왜곡에 나섰으니 진실규명을 위해 적극 나서달라”는 간곡한 호소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형근 “성기 고문까지 해놓고 왜 부인하나”

정형근 의원의 고문조작설을 반박하며 그가 털어놓은 내용은 본인으로서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겠지만 양씨는 진실확인을 위해 용기를 냈다. 다음은 양홍관씨의 고문관련 증언 내용.

“안기부에 끌려간 첫날, 수사관들은 팬티 하나 남기지 않은 채 모두 옷을 벗겼다. ‘뒤로 돌아서라’고 하더니 그들은 여기에 온 이유를 스스로 알 거라며 자백하라고 재촉했다.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니 갑자기 7명의 수사관들이 달려들어 양팔을 꽉 붙잡고는 주먹으로 사정없이 구타하기 시작했다. 창문에 묶어놓고 때리기도 하고 팔을 비틀고 각목으로 때리고 심지어 손가락에 나무를 찌르는 고문도 했다. (중략) 하루종일 반복적으로 고문을 당하면서 그렇게 첫날이 흘렀다.”

“안기부에 끌려간 둘째날 책임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들어왔다. ‘이 자식, 아직 안 불었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깡다구도 없어 보이는데 왜 안불어’라고 화를 냈다. 그는 30cm 가량 길의의 막대기로 귀두를 때리기 시작했다. ‘포경수술도 안한 놈이 이거 완전 꼴통 아냐’고 말했다. 성적 혐오감과 인간적 비애를 느끼게 하는 성기고문을 통해 진술을 얻어내려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습관화된 모습으로 보였다. 그 당시는 몰랐지만 그가 나중에 국회의원이 된 정형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

“이철우 파문 본질은 수구세력의 기득권 연장 의도, 실패할 것”

양홍관씨는 “무려 10여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사건을 지금 한나라당이 또다시 거론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느냐”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대해 “과거 특권을 누리고 힘깨나 쓰고 했던 사람들이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 때문”이라는 현답(賢答)으로 이철우 의원 파문의 본질을 끄집어냈다.

그는 껄끄러운 과거를 털어놓은 뒤 “인간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다. 정형근(의원)은 인면수심의 사람”이라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너무 바쁘게 살아오셔서 다른 것은 못 보셨다”며 정치인 정형근의 존재에 대한 심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양씨는 정형근 의원의 국회진입은 “분단과 지역분열 상황은 한쪽 생각과 판단을 강요해 사람들의 균형적 사고와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며 “균형과 상식, 진실보다는 ‘내가 어느 지역에 있느냐’가 옳고 그름의 판단이 된 것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한마디로 “이번 사태는 (수구세력의) 마지막 발악”이라며 “그들의 시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국민은 그래도 현명하다”

양홍관씨는 ‘이철우 의원이 노동당에 가입했고 고정간첩으로 활동 중’이라는 한나라당의 폭로를 처음 접하고 난 뒤 “어이없는 헛웃음만 났다”면서 “이철우 의원은 노동당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고 못박았다.

양씨는 “남북한 분단상황이 평화협력과 공존공영으로 가고는 있지만 평화체제의 완전 구축까지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면서도 그래도 우리나라 국민은 현명하다고 밝혀 이번 폭로파문이 한나라당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파문은 냉전과 지역감정에 편승한 한나라당 내 수구세력의 정체성 찾기”라며 “한나라당은 왜 그들이 두 번이나 연속해 대선해서 실패했는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홍관씨는 이번 파문의 원인이 된 중부지역당 사건에 대해 “사건의 진실은 한마디로 말해 대선을 앞두고 조작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양씨는 실제 92년 9월 12일부터 안기부로부터 무려 20여일간 고문에 시달릴 당시 “수사관들이 ‘진술이 맞지 않으니 함께 잘 만들어보자’며 타협을 시도했다“면서 “왜 이렇게 쥐어터지면서 힘들게 고생하느냐“며 수사관의 회유를 받았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또한 이철우 의원 연루에 대해 “전대협 1기와 반미청년 활동으로 깊은 신뢰를 쌓았던 이철우 의원에게 92년 4월 ‘조국통일애국전선’ 참여를 권유해 6월 가입시켰다”면서 “이철우 의원은 상부조직인 민족해방애국전선을 전혀 몰랐고 민해전 중앙위원이었던 나도 역시 중부지역당이라는 명칭을 안기부로부터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양홍관씨는 1992년 당시 민족해방애국전선 중앙위원, 조국통일애국전선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중부지역당’ 사건과 연루돼 간첩혐의로 대법원에서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98년 8·15특사로 가석방했고 지난해 4월 30일 사면복권됐다.

양씨는 현재 (사)팔당생명살림연대에서 지역내 환경과 생태활동에 전념하면서 ‘초록마을’이라는 유기농 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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