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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5.

'일본의 팽창주의, 어떻게 봐야하나' 좌담/평화만들기

글쓴이: 이정호 날짜: 2005.04.25. 11:23:07 조회: 982 글쓴이IP: 157.17.1.7

웹진 [평화만들기]179호(2005/4/24)에서 퍼온 글입니다.

'일본의 팽창주의, 어떻게 봐야하나' 좌담

사회: 강치원 강원대 교수
토론: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
이장희 외국어대 교수
김승국 평화만들기 대표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

▲강치원(이하 강): 최근 일본의 독도 문제 언급과 교과서 왜곡 등으로 한일 관계가 급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반일시위 확산과 미국의 불분명한 태도 등으로 이 문제가 동북아정세의 새로운 긴장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동북아 평화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어 향후 한국 시민사회는 물론 이 지역 시민사회의 공동대응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관련 문제들을 보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용하(이하 신): 우선 문제는 일본의 팽창주의적 정책의 확산에 대한 국내언론들의 미지근한 반응이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성원 아래 동아시아, 그들의 표현으론 극동지역 패권장악을 위한 포석을 두는 것이다. 극동지역 안에는 한국&대만&필리핀이 일차적으로 들어가 있다. 따라서 일본은 한국 뿐 아니라 동중국해, 필리핀 수역에 대한 강렬한 침략정책을 펼치는 것인데, 친일 배경을 가진 국내 일부 언론들은 이러한 사실이 세계 각국 언론에 보도되고 있음에도 언급하지 않는다.

독도문제만 하더라도 지난 99년 신한일어업협정이 일본의 독도 권리를 설정해준 것처럼 국제적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핵심 쟁점을 역시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냥 안하는게 아니라 외무부의 종용과 부탁을 받고 안하고 있다.

▲이장희(이하 이): 최근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문제와 관련해 한번 더 강조돼야 할 것은 왜 이 문제가 중요하냐는 방향성이다. 한국은 현재 동북아의 올바른 평화공존 질서를 확립해야하고, 특히 한반도의 입장에선 분단의 강을 넘어 21세기 평화통일을 맞아야 할 상황이다. 일본이 역사왜곡이나 독도문제를 통해 노리고 있는 것은 결국 팽창주의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 전체에 도움이 안된다. 지나친 평화헌법의 개정을 통한 군사화는 일본 스스로에게도 역시 패착이다.

단순히 한국에 대한 역사왜곡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질서와 평화 애호국가로서 세계 강대국으로 진출하려는 일본에게도 큰 전환기라는 것이다. 때문에 동아시아 전체의 보편적인 문제제기와 위기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우려되는 것은 최근 한국의 대일본 관련 부서가 과거 식의 대응에 머물려는 조짐이다. 해양수산부 등 관련부처들이 국민들의 반일 열기가 과열되면 국제 분쟁화가 되고,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되면 결과적으로 국내 수산업계 등이 타격을 받는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다. 전경련 회장의 이와 유사한 최근 발언도 마찬가지다. 역사와 주권의 문제임에도 경제적 타격을 감안해 한일관계를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독도만 강조하고 울릉도는 소홀히 다루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한국 학계가 독도의 역사적 영유권을 주장하며 가장 강조하는 것중 하나가 울릉도 부속도서로써의 독도다. 울릉도 인구는 지난 70년대 3만여명에서 지금은 1만여명 밖에 안된다.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위해서는 울릉도와 연계한 울릉도&독도개발법과 같은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관련 문제 대응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99년 신한일어업협정만 하더라도 외교부는 지금까지 어업협정이기 때문에 영유권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하지만 이는 이 지역을 분쟁수역화하려는 일본의 작전에 그대로 말려드는 것이다.

▲강: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에 약점이 있던지 내막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데, 이 문제는 다시 집중적으로 검토키로 하고 일본의 패권주의를 뒷받침하는 우경화를 짚어보도록 하자.

▲권혁태(이하 권): 기존의 일본사회에는 전후 민주주의를 지탱해준 평화세력, 군비축소 촉구 세력이 존재했으나 지금은 없다. 본격적인 우경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90년대 후반까지 일본에선 헌법 개정을 통한 군사대국화 전략을 밀고 나가려는 흐름이 있긴 했지만 영토, 역사문제와 결부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보여지는 모습은 헌법개정이라는 최종목표 달성을 위해 영토&역사문제를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다.

헌법 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면 자국 정치권이 내홍으로 풍비박산나고 이로 인해 새로운 합종연횡 정치구도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따라서 외부의 위협을 강조하는 형태로 먼가 터트려야 한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 그래서 역사&영토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의 중간층을 재집결하는 우경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후쇼사 등 왜곡 교과서 채택을 주도한 세력들에게도 이같은 분위기 조성은 지난 2001년 전쟁 찬미세력이란 지적을 희석화하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건이다.

▲김승국(이하 김): 우리의 상황도 짚어봐야 한다. 최근 독도사태 이후 일본대사관 앞 등에서 벌이는 반일시위를 보면 너무 자극적이다. 특히 소위 우파단체들의 손가락을 자른다거나, 점거식 시위는 일본의 자학사관을 타고 넘을 수 없을뿐더러 국수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이 계획적으로 진행하는 도도한 움직임을 그런 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한편으로 진보적이란 시민사회 운동단체들도 지켜만 보는 상태다.

이 두 모습을 보면서 기본적으로 한국 시민사회가 일본알기 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민사회단체는 많지만 일본 전문가가 단체내 몇 명이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때가 늦었지만 현재 일본내 중심에서 이뤄지는 전략과 활동을 심층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이같은 역량을 쏟을 중요한 과녁은 평화헌법 폐기, 천황제 강화&부활 저지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일본내 양심세력과 연대해야 한다. 과거사 청산, 교과사 왜곡 저지, 독도문제 등 대중성 강한 이슈를 운동의 기반으로 삼되 일본이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군사대국화, 평화헌법 파괴, 천황제 강화 저지의 쐐기를 박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독도사태 등과 관련해 일본과 한국의 우익만 재미를 본다는 냉소적 평가를 딛고 근본적 해결 대안을 찾아야 한다.

또 다른 운동과녁으로 미일동맹 문제를 설정해야 한다. 미국이 기본적으로 일본편을 드는 추세를 막아야 한다. 일본의 군사&정치대국화를 미국이 방조하는 사이에 외연이 넓혀져 독도까지 간 것 아닌가. 북한이 핵무기 보유선언을 한 후 미국은 절박하게 미일, 한일 동맹을 총동원해 북한을 옥죄고 6자회담장에 끌고오려 하고 있다. 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일본의 최근 행보에 미국이 당황해 할 수도 있다. 이것을 오히려 북핵 해결의 역공으로 환원할 호기가 될 수 있다. 한일 마찰을 평화운동으로 승화하고 동북아 평화의 기초를 쌓은 틈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대사관 앞의 자학적 시위는 충정을 고려해야겠지만 차분히 생각해야 한다.

한편으로 일본의 진보세력을 봐야 한다. 일본의 좌파 지식인들은 의외로 북한 혐오증과 국가주의가 강하다. 알고 있는 일본 진보인사로부터 독도를 한일간 공동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이런 인식 차이가 너무 커서 일 양심세력과의 연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다른 일본의 진보적 신문사 외신부장은 개인적으로 독도문제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평결을 받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슈에서는 한국 사회의 진보인사들과 입장이 동일함에도 이 문제에선 너무 의외의 생각을 하고 있다. 간단치 않은 문제다. 진보지식인들도 민족주의에 매몰돼 있다. 심하게 말하면 극우는 아니지만 우리가 보기엔 대동소이하다.

▲신: 독도문제에 있어서는 일본내 양심세력이 따로 없다. 일본은 극우에서 극좌까지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총단결하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독도는 우리가 지킬 수밖에 없고 일본 내부의 동맹 세력은 없다고 보는게 맞다.

교과서 문제는 독도와 다르다. 극우적인 군국주의 찬미 내용에 대해 일본의 젊은 세대가 잘못된 세계관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일본내 양심세력이 가지고 있다. 교과서 문제는 동맹세력이 있다. 과거사 문제는 교과서보다는 약하지만 역시 동맹세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1940년대 일본 공산당 당수는 코민테른에서 활동하는 국제적 혁명가였지만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도발하고 나중에 전세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일본으로 돌아와 공산주의자 모두 황군의 일원이 돼 연합국에 대항하자고 선동했다. 이를 거부한 김천해 등 재일 조선인들이 오히려 일본 공산당을 지키던 시대가 있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좌파가 너무 순진하고 미숙하게 일본의 좌파세력을 대해선 안된다. 이번 독도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조직적으로 왜곡 교과서를 만들고 외교적인 묵인에 내각회의서 결국 승인한 것은 침탈 의지마저 느끼게 한다. 여기에 대해 한국 정부는 물론 국민들과 운동진영까지 모두 타성에 젖어 방심하고 있지 않은가 걱정이다.

▲권: 특히 일본 좌파들이 국가주의적 경향을 가지면서 미국을 혐오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일본 좌파가 북한에 우호적이었다가 혐오로 뒤바뀐 것은 얼마전이다. 최근 좌파 지식인들은 일본인 납치사건 등으로 북한에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좌파의 독도 문제 인식만 하더라도 50년대 독도가 한국에 의해 불법 점류당했다며 무력을 통해서라도 탈환해야 한다고 가장 먼저 입장을 밝힌 곳이 일본 공산당이다. 현재는 그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동관리라는 해법을 들고 있다. 일본 공산당의 한계이기도 하고, 독도에 대해 그들이 너무 모른다는 것도 이유다.

▲강: 그렇다면 독도에 대한 한국의 해법과 대응이 어떠해야 할지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이: 독도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논리는 세가지다. 우선 고유영토설이다. 역사적으로 자기네 섬이란 것이다. 이어 1905년 선점설이다. 마지막으로 1952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통해 일본 통치권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 중 샌프란시스코 협약에서 5차 초안까지는 독도가 한국의 영토였음에도 6차 이후 마지막 9차 합의문까지는 어느 국가의 것임이 표기되지 않았다. 여기서 일본의 공작설이 나오는데, 당시 미국 대표 딘 러스크에게 일본이 미국의 레이다 기지 설치 등을 언급하며 전략상 독도를 일본 것으로 하는게 좋다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거부했지만 결과적으로 명확한 선을 긋지 못했고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부속도서로 명기되지 않은 독도를 일제 점령기 주권을 바탕으로 자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의 대응도 살펴봐야 한다. 52년 이승만 정부는 위기의식을 갖고 독도는 우리수역 내라는 평화선을 공표한다. 그러나 65년 한일어업협정을 보면 이 평화선이 한일 공동어업규제 수역으로 분리된다. 평화선을 팔아먹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마저도 99년 신한일어업협정에서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선을 그어 중간수역으로 정했다. 울릉도의 부속도서로서 독도가 한국땅임을 주장했으나 이제 이를 포기한 꼴이 됐다. 이승만 정권도 독도 바깥쪽으로 선을 그어 우리땅임을 주장했는데 왜 99년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선을 그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한국내 일본의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다.

독도를 울릉도의 도서로 규정하지 않고 한낱 바위덩어리로 스스로 인정한 정부는 이제라도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과거 해양법은 인간이 독자적으로 살지못하면 섬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투자하고 개발해서 인위적으로 인간이 살 수 있다면 자국 섬으로 인정하고 있다. 독도의 점유권을 99년 협정에서 약화시켰다면 이제부터라도 경찰청 산하 40여명이 관리하는 독도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개발해 실효적 지배권을 획득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외교부 등이 관계악화 등을 이유로 오히려 이를 말리고 있다. 독도 지원입법은 이러한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만일 국제사법재판소까지 이 문제가 올라갈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그렇다.

▲신: 근본적으로 일본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 역사적으로 1618년부터 70～80년간 조선이 울릉도 공도(空島)정책을 취할 때 시네마현 두 어부 가문이 도쿠가와 막부의 도해면서를 받아 독도에 들어선 적이 있다.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고유영토설을 주장하는데, 도해면허라는 것은 막부가 외국에 건너갈 때 발급하는 일종의 여권이다. 때문에 독도가 자국 영토가 아님을 밝힌 것과 다름없다. 이후 조선 어부 안용복 등이 독도에서 일본인들과 충돌하자 막부는 1696년 울릉&독도는 조선영토이므로 일본 어부들은 가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어긴 어부를 사형에 처할 정도였다.

역사적으로 독도가 일본땅이란 근거가 완전히 없는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일본은 강점기인 1905년 내각회의에서 독도를 죽도로 명하고 시마네현에 편입했다. 그때도 이 섬이 지금까지 타국이 점유했다는 흔적이 없는 무주지이기 때문에 편입했다고 밝히고 있어 17세기 점유설을 스스로 부정했다.

이 교수가 잘 설명했는데, 일본은 현재 유일하게 샌프란시스코 조약 내용만을 매달리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제주도&거문도&울릉도는 한국 도서임을 적시했지만 독도는 없기 때문에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천개의 한국내 도서를 어떻게 다 표기하나. 우도가 표기 안됐다고 제주도 땅, 한국 섬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국제해양법에서도 인정받는 사실이다.

그래서 일본은 후속 조치로 독도가 울릉도의 부속도서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같은 목적을 99년 신어업협정을 통해 일본은 부분적으로 달성한 것이다. 만일 독도와 일본 오끼도 사이의 선을 경계선으로 잡았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텐데 울릉도와 독도사이를 기점으로 삼은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때문에 지금에서라도 실효적 지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일리가 있다. 이는 독도에 민간인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이나 군인이 지키고 서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신어업협정 체결후 한국정부는 그나마 살고 있는 민간인을 철수시켰다. 알 수 없는게 대한민국 외교부다.

어업협정은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 제1조에 나오는 ‘배타적 경제수역’이라는 문구를 ‘배타적 어업수역’이라고만이라도 고쳐야 한다. 영토와 관련안되게 어업협정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외교부가 대통령과 전 국민을 속이고 있다. 어업협정이기 때문에 독도영유권과 전혀 상관없다고 하지만 그럴려면 제1조의 이 문구부터 바꿔야 한다.

또 하나 일본은 대외역량, 특히 해외공관을 총 동원해 각국 도서관, 출판사, 지리원 등에 독도를 죽도로 표기하도록 맹렬한 활동을 벌였다. 그런데 한국 외무부는 역시 국제분쟁화를 우려하며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이제부터라도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강: 어업협정에 대한 제고가 우선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한국정부, 특히 외교부가 왜 필요한 시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냐는 의문이 생긴다. 대일관계, 경제문제도 고려해야겠지만 문제삼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이: 지난 65년 어업협정 이후 일본은 82년 전두환 정권에게 안보차관을 주면서 독도에 한국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일본내 정서가 좋지않다는 식의 의사전달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정부는 독도 전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허가제로 입도를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실효적 지배가 약화된 것이다. 97년 경제위기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의 꾸준한 독도 영유권 확보 전략이 이어졌던 것이다 .

▲신: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65년 한일협정 체결당시에도 전혀 상식에서 벗어난 협정에 합의해 크게 반발했지 않는가. 미국이 30년마다 내놓는 비밀문서가 지난 96년 공개됐는데 일본에 파견된 CIA가 당시 본국에 보낸 보고서에 따르면 협정체결 당시 회담 도중 한국대표가 일본대표측으로부터 6천6백만달러를 뇌물로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강: 결국 정부가 아닌 시민사회의 관심과 대응이 독도문제, 나아가 과거사 등 일본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이 자리에서 언급된 각종 의혹들과 문제들도 보다 넓은 공론의 장에서 다뤄져야 할 필요를 강하게 느낀다.

▲김: 독도를 영토분쟁으로 몰고가려는 일본은 동시에 중국과의 영토분쟁도 함께 진행하려 한다. 중일간 문제는 특히 자원내셔널리즘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를 일본의 방위영역 확대 움직임까지 확대 해석하면 이 뒤에 서있는 미국의 역할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이: 자연스럽게 더 넓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입장에서는 통일을 생각해서라도 한반도 주변국가의 평화질서가 수립돼야 한다. 그런데 일본의 현재 상황은 동북아 전체를 위기로 몰고 있다. 이는 일본의 주류사회의 잘못된 역사의식 때문이다. 이를 견제할 일본내 시민사회가 성숙되지 않은 점도 안타깝다.

최근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97년 미일 신가이드라인 방위지침에 따르면 한반도 유사사태 때는 자위대가 공해상에서 미국의 병참을 돕기위해 나올 수 있게 됐다. 필요하면 한국내 일본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상륙도 가능하다. 그런데 한반도 유사사태를 누가 결정하나.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다. 미국의 국가이익을 위한 세계전략 상에 한국의 입장은 이차적 문제다.

앞서 말했지만 일본의 팽창주의 전략은 일본 주류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된다. 일본 좌파의 한계를 말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양심적인 세력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소수라 할지라도 그들 건강한 견제세력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국제적인 관계맺기에 소홀해선 안된다.

▲신: 고이즈미 정권은 본질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패권주의 세력으로 일본을 정립하려 한다. 97년 미일방위협력 40개 가이드라인은 이를 가능케 했다. 극동개념에서 일본이 맹주가 돼 중국을 포위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일본의 구상에서 가장 걸리는 것은 과거사다. 구 일본의 침략 역사에 대한 양극단의 해결방법은 독일처럼 과거사 사죄와 배상 또는 제국주의적 침략을 대동아 해방전쟁으로 미화하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후자의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행보다. 이는 중대한 침략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소위 균형자론은 이같은 상황에서 유효적절했다고 본다. 친미주의자들이 보수신문 통해 심하게 매도하지만 이는 한 면만 보는 것이다. 중일 등거리 외교를 통해 중도적 자주독립국가의 위치를 지키려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발상이다. 이를 집행할 관료세력과 지식인 세력 중 이 새로운 변화를 읽지 않고 너무 친미&친일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강: 그렇다면 미국의 세계전략, 일본의 팽창전략에 맞선 균형자론의 실제와 이를 진행할 경우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어떻게 유지하냐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 기본적으로 미일 동맹은 신냉전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국정부는 초기에 이같은 질서재편에 대응하는 모습이 서툴렀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지난 LA선언은 칭찬할 만 하다. 북한 핵문제에 있어 핵불용, 평화해결, 한국주도 해결을 발표한 것인데 결국 어떠한 형태의 전쟁위협과 냉전체계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균형자론은 힘의 균형자가 아니라 평화 협력의 균형자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일동맹이 결과적으로 신냉전을 창출해 중국의 군사패권주의를 부추기는 모습을 역시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결국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팽창전략이 동북아 관련국가의 전면적인 저항에 부딪치는 모습을 보고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에 미국이 제동을 건 것도 변화의 단초다.

▲김: 미일 동맹이 우려스러운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결국 힘 나누기를 통한 패권주의 확산이다.

▲권: 고이즈미 정권의 대북방향은 조일정상회담 직후 급격히 냉각됐다. 납치자 문제를 둘러싸고 방북 한달후부터 미국의 사주를 받았다는 설이 파다한 극우파의 공세가 시작됐다. 급격하게 일본 전체가 군사화, 우경화로 나갔다. 이에 대해 한국은 제대로 일본 정세를 읽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 결정은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문제삼아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거론하기 어려운 구도를 만들었다. 그게 노무현 정부 조용한 외교를 말할 수 밖에 없는 족쇄며, 이후 대일 대응에도 걸림돌이 됐다.

균형자론에 대해선 국내 우파들은 한미관계 훼손, 좌파는 협력적 자주국방 노선으로 보는 경향인데, 단기적인 외교전략이 아니길 바란다.

세계 질서는 두가지 틀에서 규정된다. 하나는 유엔, 또다른 하나는 WTO다. 유엔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침략 반대의 결과로 나온게 아니라 승전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을 위해 만들어졌다. 유엔 자체가 기본적으로 일본의 한국침략과 피해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못한다. 균형자론은 이같은 관점에서 미래의 독트린이다. 자주적 목소리를 내면서 일본의 팽창주의에 대한 경계를 유엔의 힘을 빌지 않더라도 확산시켜야 한다.

▲강: 독도문제와 과거사 왜곡 등의 현안이 있지만 이 문제는 결국 동북아 새 질서 재편이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는 결론이다. 마지막으로 정리할 발언이 있다면.

▲신: 일본의 도전은 신 군국주의적 팽창정책을 극동지역에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배후에 미국의 세계전략이 있다 할지라도 미국은 매우 빨리 변하는 나라이므로 구애받지 말고 일본의 도전에 맞서야 한다. 특히 독도문제는 한치도 양보없이 지켜야 한다. 역사교과서, 과거사왜곡도 마찬가지다. 일본내 양심세력과 협조하면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일본이 생각하는 극동패권, 그리고 중일간 패권경쟁으로 인한 동아시아 평화 교란 어느쪽에도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평화를 지키는 나라가 되기 위해선 이 기회에 더욱 더 자주독립 노선을 국제사회에 인식시켜야 한다. 노무현 정권의 큰 틀에서의 대외정책은 한국의 미래를 밝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문제는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년 대통령의 4대 기조 5개 대응 LA발표, 최근 균형자론, 해방 60주년을 맞아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나름의 중심을 잡아가는 것 같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대응을 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 일본 만 탓만 할게 아니라 우리 내부의 국수주의 문제도 다뤄야 할 것이다. 즉흥적, 즉자적 민족주의는 국수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극우세력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예컨대 독도 방어를 위해 활동반경이 더 넓은 전투기를 도입해야 한다거나 대양해군을 건설하기 위해 최신 군함을 들여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면 또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타자와 공존하는 열린 민족주의를 어떻게 견인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이같은 관점에서 독도, 과거사 문제 등과 관련해 일본 양심세력과의 연대가 다시 절실함을 느낀다. 이들도 한국 운동세력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 시민사회의 리더십이 한일문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확산돼야 한다.

▲권: 일단 최근 한일문제가 불거지며 양쪽 우파진영에 이니셔티브를 뺏긴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일정 기간 이들의 주도권을 잡고 한일문제가 다뤄질 수 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족주의를 넘어 세계 시민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한일,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양심세력을 돕는 것에도 적극 동의한다. 일본의 양심세력이 한국의 반독재 투쟁을 돕기도 했지 않은가. 오에 겐지부로와 같은 저명한 인사들이 일본 내에서 평화헌법 개정 반대 등을 위해 만든 헌법구조회와 같은 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강: 일본 시민단체와의 연대, 나아가 한중일 국제 네트워크 구성 등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이 절실해지고 있다. 또한 한일, 미일관계에 있어 석연치 않는 한국정부의 입장과 태도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성도 크다는 입장이 모아진 토론이었다. 장시간 토론에 응해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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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재환(시민의 신문) 기자 y2kljh@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