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엽(2004-07-28 11:12:47, Hit : 2115, Vote : 479
 집들이 후기-무거운 배, 엉덩이가 고생하다.

30분 일찍 마친 심포지움 강독,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모두는 서둘러 대로로 뛰쳐나와 대열을 가다듬고 지령을 내려받았다. 우선 경자의 애마, 프라이드엔 학당장님을 비롯, 집주인과 각종 선물 운반책들이 동승했고 나머진 '명지 전문대'라는 암호를 가슴에 묻고 삼삼오오 택시를 골라잡아 탔다. 택시는 시원한 저녁 공기를 가르며 달리며 애썼으나, 밀려오는 허기마냥 도로엔 차들이 밀려 들었다. 오늘 축구한다는데, 잘 할려나?

상이 차려진 곳은 '굴사랑'이었다. 남해에서 양식하는 굴이라는데, 그 깊은 맛은 깊은 바다와 같았다. 상이 넘칠 정도로 쌓인 굴들... 구운 굴, 튀긴 굴, 삶은 굴, 그냥 생굴 등, 정말 구~욷... 모두들 주일형의 붕어빵, 영우의 재롱까지 곁들여, 풍성한 저녁밥, 만찬, 향연을 즐겼다. 짐승에 가까울 정도로, 잘 먹기로 유명한 몇몇 동료들도 배를 튕기며 물러나 앉았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이동국이 한골 더 넣었다. 2 대 0이란다. 집은 언덕 위의 4층이다. 가파른 길을 따라 걷는 동안, 얼큰한 기운이 돌아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했다. 또 4층 계단을 오르노라니, 입에선 굴냄새가 스물스물 올라왔다. 집은 운동장이었다. 방도 모두 큼지막해서 답답한 기분이 전혀 안 들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서재-원래는 안방인 듯 제일 컸음-에 있는 책상에 앉아 창문을 내다보는 것이었다. 건너편 미리내 가좌동 일대가 시원하게 두 눈 속으로 빨려 들었다. 그 너머 일산, 파주를 지나 임진강까지 내다 보이는 듯했다.

2차가 벌어졌다. 주인 몸매 닮은 맥주병이 서넛 나오고, 물 건너온 와인이 붉게 돌려졌다. 그런데 안주인은 앉을 줄 몰랐다. 처음엔 수박이 각지어 한접시씩 나왔고, 이어 몸튼 오징어와 벌건 고추장, 또 두툼한 육포와 탄력 마요네즈, 땅콩볼 등이 쏟아졌다. 그리고 서재 컴퓨터로 축구가 중계되었다. 후반 시작이었다. 이야, 벌써 3 대 0이네. 할아버지 선생님-영우가 지목한 그 사람-은 차두리가 수비수 3명 제쳤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다시금 빈 접시가 치워지고 참외, 자두, 복숭아가 어울려 올라왔다. 또 자세히 보니, 칼라 햄도 있었다. 그리고 또 수박, 또 참외, 또 자두...

집에 오는 동안, 배가 너무 불러 고생했다. 소화가 안돼 고생했고 몸이 갑자기 무거워져 버스에 앉은 동안, 엉덩이쪽으로 보통 이상의 무게가 몰려 그 부분에 땀띠가 돋았다. 피부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눌러 댔으니, 어련하겠는가. 오늘 아침 식사 건너 뛰고 나니, 이제서야 비로소 좀 진정된다. 이거 주인한테 보상하라고 따져야 하나?

형수님과 형님, 정말 잘 먹었습니다. 영우야, 다음에 만날 때, 날 기억해야 해.
행복한 가정 가꾸시길...



김주일 (2004-07-28 21:03:47)  
감사 인사를 올리려고 들어와 보니, 태엽이가 먼저 선수를 쳤군요. 즐거웠다니 고맙고 반갑습니다. 다들 와줘서 고맙고, 집주인이 기분 좋아서 좀 오버하지 않았나 걱정이 됩니다만,흉보지 않으시리라 자위합니다. 함께 한 시간이 늘 즐거워서 새록새록 정드는 우리 학당 식구들, 집안 속내를 보이니 더 가까워진 듯해 좋습니다. 다시 한 번 와 주신 학당 식구들 감사합니다. 선물로 받는 시계들은 채칵채칵 잘 가고 있습니다. 수진이 화분도 고맙고, 영우는 오늘도 수진이를 기다렸다네. 8월에 여행가면 만난다고 달래고 있어요.
유재민 (2004-07-29 11:37:19)  
저는 형수님이 내주시는 수박을 계~속해서 입속에 주워담으면서, 아니 왠걸 이렇게 계속해서 내오시냐고, 배부르니까 그만 좀 내오시라고 말씀드렸더랬습니다.
하지만 형수님은 듣지를 않으시더군요. 이러다 내 배가 임신 8개월된 와이프 배마냥 남산만해져서 이 집 현관문을 못빠져나가게 되는건 아닌가 걱정 됐더랬습니다. 형님과 형수님이 핸젤과 그레텔마냥 절 잡아먹을것 같지는 않고, 정암식구들 다 돌아간 집안청소랑 설거지랑 빨래랑 다 시킬지도 아니 그거보다 미완의 마룻바닥 청소를 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흠... 정말 정말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무엇보다 자리를 허락해주시고 준비해주신 형수님께 영광을. ^^;
김주일 (2004-07-29 22:29:02)  
동상이몽이로고. 우리 마누라는 왠 수박들을 그렇게 잘 먹느냐고. 수박 없었으면 큰 일 날뻔 했노라고 하던데. 아무튼 잘 먹었다니 좋고, 설겆이는 다음 날 내가 오전 내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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