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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 그르니에 전집을 읽고 이해하실 정도면
대단한 수준의 철학공부를 하신 분이시군요.
프랑스 철학은 형이상학과 실증주의적 전통을
함께 가지고 있어 그 심오함과 구체적 흥미를
함께 느끼게 해주지만 그 만큼 그 전체적인 모습을
이해하는데는 오랜 시간과 공부가 필요한 사상입니다.
프랑스 철학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 및
자료 조차 제대로 축적되지 않은 우리나라 풍토에서
요즈음 현대 프랑스의 첨단의 사조까지 인기리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현실은 저로선 매우 의아스러운 일입니다.
그것은 프랑스철학이 갖는 삶과의 유기적 직접성과 유독서구
첨단사상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문화풍토가 포스트 모던한
시대분위기와 맞아떨어져 가능했던 것으로 여겨지긴 하지만
그러한 관심이 프랑스철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곧바로 연
결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프랑스 철학의 형이상학적 측면에 대
한 이해가 뒷받침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려야하니까요.
그리스철학을 전공하는 저 자신도 프랑스 철학에는 그리 밝지
못한 형편이라 우선 질문하신 내용에 대해 자세한 답을 드리지
못하는 것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질문하신 "르끼에"는 "프랑스의 키에르케고르"이자 사르트르
에게도 영향을 준 사람이긴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물론 현대철학사
상가로서 일반에 그리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고 아마 제가 알기로 그
에 대해서 알수 있는 우리말 문헌 내지 안내 또한 현재 거의 찾아보
기 힘들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질문하신 내용의 전후 맥락이 어떠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
만 질문하신 내용의 성격을 미루어볼 때 아주 부분적으로는 르끼에
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으로도 개략적인 시사정도는 얻으실 수 있
을 것이라고 여겨져서 다음과 같이 기본정보를 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유가 앎의 원천"이라는 르끼에의 말에 주목하면서..
쥘르 르끼에(Jules Lequier: 1814-1862)는 19세기 프랑스 철학자
로 그 사상의 경향상 실존주의의 선구자이자 프랑스의 키에르케고
오르라고 불리워지기도 하였습니다. 르끼에가 생전에 펴낸 저술
은 "앎의 문제" 뿐(그것도 완성작이 아닌 일부)으로 그 이외에는 모
두 그의 사후에 친구들에 의해 편집 출판되어 세상에 사상이 알
려지게 됩니다. 그러나 50도 안된 나이에 찾아온 그의 죽음은 그를
철학사에서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르끼에는 철저하게 제일진리(une premier verite)를 탐구하기 위해
데카르트처럼 회의적인 방법으로 "가장 명증적인 것"의 근저를 파헤
쳐 들어갑니다. 그러나 그 결과 마지막에 그가 찾아낸 것은 데카르
트의 코기토가 아니라, 일체의 앏의 원천에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
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즉 "자유의 발견"입니다.그가
실존주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것은 그의 그러한 주장때문입니다.
르끼에는 학문을 "하는 것,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 하는
것에 의해 스스로 하는 것(Faire, non pas devenir maie faire,
et en faisant, SE Faire)"이라고 정식화합니다. 이 "en faisant se
faire"라고 하는 말은 나중에사르트르의 유명한 말 "실존주의는 휴머
니즘이다"말의 핵심적 의미를 제공하게 됩니다.
르끼에는 그러나 그러한 실존주의의 틀을 넘어 이 자유의 본질을 한
층 더 규명해들어가 "인간은 자유 덕분에 스스로 행위하기는 하지
만 스스로 자유를 만들어내는 자는 아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자유의
기원을 탐색하는 데로 나아가고 그 과정에서 르끼에는 인간의 자유
의 모형으로서 "신의 자유"를 그리고 자유로운 행위의모형으로
서 "신의 창조행위"을 제시하게 됩니다. 즉 르끼에의 인간론은 이제
독자적인 신학으로 발전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것이 또 앞에서 말
했듯이 그를 프랑스의 키에르케고오르라고 부르게 된 연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에게 찾아온 죽음은 그가 "앎의 문제" 그
의 "신학"에서 펼치고자 하는 그의 뜻까지 어둠에 묻히게 하고 말았
던 것입니다.
더욱 정진있으시기 바라며
이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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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르끼에'에 대하여
'르끼에'의 말 중에서
re: '르끼에'에 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