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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6. 02.

re: 그 책을 읽으셨군요.(보충)

글쓴이: 이정호 날짜: 2003.05.13. 21:12:14 조회: 322 글쓴이IP: 211.207.69.48

윤구병 선생님의 그 책은 선생이 보통 써온
에세이 류 글과는 성격이 판이한 아주 전문적이고
상당히 골치아픈 책인데 용케 참아가며 읽으셨군요.
그러나 자꾸 보시다 보면 문의가
점점 트이고 그럴 수록 더욱 철학적 흥미를
더해주는 정말 대단한 책이지요.

지금 집에 있어서 코플스턴 책을 볼 수 없어
전후 맥락을 더 봐야 알겠으나
그 [부정의 길]의 의미는 올려주신 문맥에서만 보면
[인간의 술어들을 넘어선다]는 바로 윗줄의 말과 관계가 있을 것
같군요.
즉 신플라톤적 일자나 기독교적 일자 즉 신 또한 플라톤의
일자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논리적 언술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일자를 논리적 언술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를 테면 기독교적 신앙은 논리의 부정 즉 모순을
받아들임으로써만 그 접근이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죽으면 살리라] 이 말을 옳게 받아들이려면
우선 논리부터 부정해야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플라톤적 일자와 기독교적 일자가 그런 점에서는
일면 상통하나 구체적인 내용이나 성격은 전혀 다릅니다.
그 내용은 코플스턴 책에도 다 나와있을 테니까 찬찬히
살펴보시도록 하십시오.

더욱 정진있으시길 빕니다.

이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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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학교에 와서 그 책을 보니 플라톤의 형상인식을 신플라톤학파와 기독교 철학의 일자에 대한 인식과 비교하는 문맥이더군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일자에 대한 인식에 있어 플라톤이나 기독교 둘 다 "논리적 언술"은 부정하지만,
플라톤의 경우에는 인간의 선천적 진리인식기능(nous)에 의한 이른바 지성적 직관(noein)을 그 인식수단으로 제시하고(그 방법을 그리스어로 dialektike라고 해서 변증법이라고 번역을 하지만 적확한 번역어는 아님)
신플라톤학파나 기독교는 신비적 직관 내지 신앙으로 일자에 접근하므로 내용적으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