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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사준비를 하고, 세탁기에 빨래를 넣었다. 하필이면 검정 빨래들......
빨래까지 다하고 가면 너무 늦을 것 같아 아들에게 세탁기 빨래가 끝나거든 모두 꺼내서
흐르는 물에 한 번 더 행궈서 널으라고 부탁을 해놓고 친정으로 갔다.
미숙이네 식구들이 먼저 와서 진을 치고 있었다.
배추는 이미 씻어 건저져 있었다.
"아이고, 제부가 벌써 다 씻어놓았구려~" 라고 농담을 치며 들어서니
"아침 7시부터 가자고 해도 마누라가 늑장을 부려 억울하게도 제가 못씻었어요~"로 받아친다.
칼이 하나 밖에 없다며 엄마 혼자 무우채를 썰고 있었고,
올케가 앞집으로 칼을 빌리러 갔는데, 자기네도 써야한다며 빌려주지 않는다기에
온식구가 한바탕 욕을 해주고 올케에게 칼을 두 개나 사오게 했다.
나중에 11살 날 조카아이까지 끼어드는 바람에 고무장갑이 모자라자 장난기 많은 제부가
"앞집에 가서 고무장갑 빌려달라고 하면 고무장갑 끼고 칼 씻어야 해서 안 된다고 할 거야"
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칼 세 개로 제부, 미숙, 나는 채를 썰기 시작했다.
엄마가 막걸리를 한 잔씩 따라 주어 건배를 했다.
술 마시면 칼이 비껴나가 제대로 채가 썰어지지 않을 거라 했더니
제부는 "요거이 채썰기에 기름칠 하는거예요~"로 받는다.
무를 두어 개 썰고 나니 속도감이 붙는다.
그.런.데......
제부가 제일 잘, 제일 많이 썰었다.^ ^;;
김장에서 제일 힘든 것이 배추 절이기와 씻기라면, 정말 힘이 필요한 것은 배추속 버무리기일 것이다.
역시나 자신의 장기라며 제부가 고무장갑을 낀다.
일단 시작하면 화장실을 못가니 화장실부터 다녀오라는 동생의 말에
"바지 앞에 고추가루 양념 묻히면 되지 않겠느냐?"고 농을 치자
"벌써 다녀와서 손까지 씻었다."고 한다.
다 버무리고 나더니 고무장갑에 묻은 양념 닦게 배추를 하나 달라고 한다.
음......고.수.다.
우리가 배추에 속을 넣는 동안에 재부는 배추뿌리를 잘라내서 우리에게 건내준다.
"어허~ 속도 봐라~ 배추가 줄지를 않네"라는 말에 우리는 열심히 배추 속을 넣었다.
"어허~ 속도 봐라~~꼭지 자른 배추 빨리 주세요~ "라고 딸아이가 말하자
"내가 논 줄 아니? 나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구~ 얘애가 날 허당으로 보네~" 라면서
잘라서 쌓아놓은 배추를 왕창 가져다 준다.
우리가 정신 없이 속을 넣고 있을 때, 다른 소쿠리에 꼭지를 잘라서 담아놓았던 거다.
음..... 진정한 프.로.다.
중간에 돼지고기 삶은 것을 썰어내서 배추속 넣는 각자의 그릇 한 쪽에 넣어주며 알아서 싸 먹으라고 했더니
"아이고~ 가끔 김장김치에서 돼지고기 나오겠네~" 라고 제부가 말해서 웃음.
제부가 아이들의 짱구과자를 한 봉지 빼앗아 일하는 여인네들 입에 하나씩 넣어주니 모두들 맛있어 하였고, 금방 동이 났다.
모두들 더 먹고 싶다고 하니 제부가 나가서 짱구를 세 봉지나 사왔다.
"아이고~ 김장김치에서 짱구도 나오겠네~~" 라고 농을 치니
"반쪽짜리만 아니면 된다~"로 받아 또 웃음.
내가 심부름하느라 왔다갔다 했더니 동생이 커피를 먹고 싶다고 한다.
"커피 마실 사람~" 하면서 수를 세고 있자니
"저는 다방커피로 주시고요~ 내가 낼테니 한 잔 드세요~"라고 농을 친다.
"그럼 난 쌍화차~~" 내가 콧소리 넣어 받아쳤더니,
"대신 내 옆에 앉아서 드세요~"로 한 술 더 뜬다.
게임기를 하나 가져와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느라 조용하더니,
한 참 후에 시간을 어겼다며 싸움이 벌어졌다.
"너희들이 싸우면 내 입장이 곤란해진다" 고 소리치며 방으로 들어간다.
가위바위보 소리가 들리고 순서를 다시 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재부가 게임기를 들고 나온다.
일단 싸웠기 때문에 벌로 자신이 30분간 해야한다나 뭐라나~
제부가 움직이는대로 다섯 아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 쥐떼처럼 쪼르르 몰려다닌다.
우린 또 웃음바다~~
정말 쎈쓰있고 쓸모 많은 남자어른이다.
끝없는 농담과 웃음으로 양념이 밖으로 튀기기도 하고, 침이 김치 속으로 튀어들어가기도 했지만
철든 남자어른 한 사람 덕분에 김장이 힘들지 않고 쉽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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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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