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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실업인 대회 전국에서 모인 반실업인 대회
ⓒ 이명옥 반실업
이 땅의 노동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얼마나 많은 피값을 주고 얻어 낸 권리인데...
이명옥 (mmsarah)
나는 아침에 지하철역 무가지 신문 배포 도우미를 한다. 오늘은 난데없이 투표소가 설치 된 곳까지 가서 직접 신문을 배포하란다. 시어머니, 남편과 나는 아침 7시에 투표를 하러 갔다. 투표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다 번호표까지 챙겨갔더니 가자마자 금세 투표를 마치고 나왔다. 우리 집 식구들은 절대 자기 권리를 유기하는 일은 없다.
올해 여든 두 살이신 시어머니는 선거 날이면 누구보다 앞서 가셔서 투표를 마치고 오신다. 허리를 다친 이후 지팡이를 짚고 다녀서 작은 시누이네 집서 치른 시어머니 생신 자리에도 함께하지 못한 남편까지 지팡이를 짚고 가서 투표를 했다. 누구를 찍는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자기 권리를 지키려는 태도에 대해서만큼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늬만 민주주의라도 어쨌든 민주주의 국가인지라 정치 성향이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가족의 의사를 서로 존중((?)하는 편이다.
다른 날보다 2시간 늦은 시각인 8시부터 10시까지 신문을 배포하라고 해서 7시 40분에 전철역에 나가서 신문을 기다렸다. 신문이 1시간 30분이나 늦게 오는 바람에 추위에 떨며 기다렸다. 다른 때 같으면 이미 신문 배포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에야 평소 배포량의 1/4도 채 안 되는 600부의 신문이 왔다.
지하철 역 앞에는 평소대로 매대를 설치하고 신문을 놓아 둔 채, 두 명의 배포도우미가 각 각 100부 가량의 신문을 들고 다른 투표소 앞으로 갔다. 예상대로 투표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드문드문 투표를 마치는 사람들은 신문을 나눠줘도 본체 만체 그냥 지나가 내민 손을 무안하게 한다.
100부가 조금 못되게 가져 간 신문을 40분 정도 직접 배포했는데도 30여 장이 남았다. 다른 투표소로 배포하러 간 동료 도우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신문을 한 장도 안 가져가 잔뜩 남았다고 징징 우는 소리를 한다. 6개 무가지 신문 중 5개가 안 나오니 나름대로 머리를 쓴다고 신문을 낸 모양인데 사람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니 완전 실패면서 도우미들만 힘들게 한 꼴이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일에는 늘 한계가 따른다. 5년 전 참여정부 출발 당시에도 난 여전히 지하철역에서 무가지 신문 배포 도우미를 하고 있었다.
선거철만 되면 괜히 나와서 인사하고 떠드는 인간들 사이에서 돈이 없는 민주노동당 사람들은 늘 열세였다. 난 그들의 전단지를 슬그머니 같이 돌려주기도 했다. 나 역시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약(公約)을 공수표인 공약(空約)으로 만든 참여정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이 박살이 났을 때도 배신감조차 안 느낄 정도로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냉소에 젖어 산다.
그렇다고 혹 내가 민주노동당 당원인가 오해는 하지 마시라. 난 특정 당에 몸과 마음, 게다가 당비까지 낼 만큼 여유로운 사람이 아니다. 다만 내가 길바닥 최전방에서 몸으로 먹고사는 노동자기에 심정적으로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지지할 뿐이다.
5년 전 남들이 허망한 기대에 부풀어 대부분 '친노'가 되어 방방 뜨고 있을 때 난 꿋꿋하게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내 귀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했다. 원래 정치적 이념과 거리가 먼 나는 그저 “이 나라에 노동자를 대변할 당이 존속해야한다”는 단순하고 원초적인 사고를 바탕삼아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그렇다고 무슨 노동자의 권리 어쩌구 저쩌구 하는 대회를 쫒아 다니거나 노동사를 귀 동냥하며 노동자의 알 권리를 찾을 만큼 열성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뽑을 사람이 없다고 귀한 권리를 지레 포기하고 등산을 가거나 기왕이면 될 사람 몰아준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도 나는 꿋꿋하게 기호 3번에 내 한 표의 권리를 행사했다. 이 땅의 그 많은 노동자들은 도대체 그 누구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했을까?
“얼마나 많은 피 값을 치르고 얻은 권리인데...”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이 흘러야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의식을 가지고 권리를 행사할까 생각하니 씁쓸한 것이 목 위로 넘어 오는 것 같다.
2007.12.19 20:1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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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노동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향연" 강의를 듣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