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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17.

풀뿌리 여성리더들이 만들어 낸 초록별 세상

글쓴이: 이명옥 날짜: 2008.01.03. 23:15:18 조회: 460 글쓴이IP: 211.178.205.73

▲ 풀뿌리 여성정치와 초록 리더십으 가능성 공동육아와 친환경급식 사례등을 구술자의구술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 대화문화아카데미 풀뿌리

풀뿌리 여성리더들이 만들어 낸 초록별 세상
[서평] <풀뿌리 여성정치와 초록 리더십의 가능성>

이명옥 (mmsarah)

풀뿌리 여성리더들이 만들어 내는 작은 세상은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인 가정마다 생명과 웃음이 피어나는 곳, 아이들이 살아 볼만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다.

<풀뿌리 여성정치와 초록리더십의 가능성>은 풀뿌리 여성리더들의 구술을 그대로 푼 것이다. 공동 육아와 공동 교육이 자리잡기까지의 과정들을 고찰한 연구논문적 성격이 강하고, 구술을 그대로 푼 연구방법을 적용한 책이라 일반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환경과 인권 평화가 새로운 삶의 지평으로 제시되는 시대에 이미 그곳에 깊숙이 발을 들여 놓은 이들의 솔직한 경험담을 듣는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저자 김정희는 구술자의 구술을 그대로 살려 마치 현장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 현실감을 되살려 주고 있다. 그것은 이론으로 무장된 전문가의 논리가 줄 수 없는 울림이 있어 저자의 연구 목적에 탁월한 선택적 방법으로 보여진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제 1장, 함께 기르고 함께 돌보는 우리 아이들에서는 공동육아의 역사와 지역에서 공동육아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몇 군데의 실례를 그대로 들려준다. 공동육아는 조합원들간의 오랜 세월 다져진 신념이 가장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현재 공동육아를 하는 곳은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아이들이 친환경적인 여건속에서 최대한 자연과 교감하며 마음껏 뛰어 놀 수 있게 한다는 점일 것이다. 유기농이나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먹을거리 제공이나 농사체험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게 함으로 자연스럽게 환경과 먹을거리에 대한 바른 관심을 키워나갈 수 있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들을 익히게 된다.

제 2장, 마을의 소외계층 아동, 청소년 돌보기에서는 소외된 아동과 청소년을 돌보기 위해 민관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협력하여야 생산적인 성과를 얻어내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정부의 지원 한푼없이 자원봉사자들과 6년간 홀로 공부방을 꾸려 온 곽심화씨는 1994년 9월 1일 문을 연 공부방이 2004년이 되어서야 운영을 위한 정부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부방이 지역아동센터로 자리 잡는 과정에 필요한 여러 가지 여건들을 들려주어 지역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제 3장, 마을학교 네트워크의 씨앗들에서는 박물관학교 일공동체 ‘하얀 토끼’의 사례와 길동 자연생태공원 길동지기 활동, 원주 ‘사회적 일자리’ 멋살림의 사례를 들려준다.

박물관 견학 워커즈 ‘하얀토끼’는 동북여성민우회 회원 4명이 2005년부터 상.하반기 각 월 3회씩 진행하는 교육사례이다. 독서지도사,박물관교육프로그램 이수자 등 준비된 회원들이 진행하는 견학은 시민전문가나 준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체계적인 지원을 통한 자리매김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제 4장, 친환경 급식을 위한 노력들 에서는 유치원 친환경급식 네트워크 ‘얘.하.밥’- <전주의제 21>의 성공사례와 친환경급식을 하게 된 문래초등학교의 사례를 들어 친환경급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얘.하.밥’('애들아 하늘 밥 먹자' 의 축약어) 거의 100% 친환경 급식을 진행하는 공동육아 어린이 집이며 전주에서 뿌리를 내렸다. 친환경급식은 급식의 원가가 2배 정도로 상승하기 때문에 원아교육, 부모교육, 교사교육의 삼두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더디지만 천천히 그리고 원장이 철학을 지니고 있을 때 지속가능한 사업이라는 점은 아동들의 육아를 책임지고 있거나 앞으로 책임지고자 하는 사람들이 새겨봄직하다.

이 책의 구술자 중 유일한 남성인 서울문래초등학교 김광철 교사는 스스로가 ‘살림꾼’임을 자각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우선 쌀이라도 유기농으로 먹이자며 2003년 학부모들을 설득하며 시작한 친환경급식이 이제는 김치를 제외한 100% 유기농식단급식으로 바뀌는 쾌거를 이루었다. 처음에 약간 상승한 급식비가 완전 유기농급식을 시작하면서 야채는 유기농을 먹이면서 오히려 값이 싸지고 전체 운영비도 예상보다 비싸지 않더라는 대목에서는 윤구병 선생이 주창하는 도농연대를 통한 전 학교급식 유기농화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저자 김정희가 생각하는 여성주의는 자기와 타자를 함께 살리며 살리고자하는 살림니즘(Sallimnism)이라고 한다. ‘실림살이’ ‘살림꾼’ 등은 여성으로부터 시작된 말이지만 결국 사람을 살리고 사람이 뿌리내리고 사는 지구를 초록별로 살려내는 일은 풀뿌리 여성리더들만이 아닌 여, 남 모두에게 필요한 일일 것이다. 아이를 홀로 태어나게 할 수 없듯이, 육아와 교육과 살림이야말로 이 땅에 살아남은 모든 이의 몫일 것이므로….

덧붙이는 글 | 풀뿌리 여성정치와 초록리더십의 가능성은 풀뿌리 여성리더들의 구술을 중심으로 엮은 육아와 유기농 먹을거리, 친환경 마을네트워크 속에서의 교육과 유기농급식에 관한 사례별 모음집으로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출판되었습니다.

2008.01.03 15:13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