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개도 없이/
남들은 듣기 싫은 소리해도 실실 웃는 사람보면
간, 쓸개도 없냐고 하지만
나도 남들이 뭔 듣기 싫은 소리해도 돌아서면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실실 웃어버렸지
어느 누가 웃는 모습이 안 예쁠까마는
웃고 있는 모습이 젤 이쁘다는 말에
시인들이 쓰는 사금파리같은 웃음은 어떤 웃음인지 알 수가 없어
그러한 웃음을 지을 순 없어도
내 얼굴 근육으로 지을 수 있는 웃음은 다 웃고 있었지
간혹 내 웃음도 사금파리 같을까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확인할 수 없는 일이지
그제 기름 탁탁 튀는 돼지껍질을 뒤적이던 수정씨도 그러더군
언니는 슬픔따윈 전혀 없을 거라고
몇 년전부터 간혹 들리는 핸드폰 벨소리,
전화기를 들어보면 부재중도 없는데
벨 소리는 계속 들리고
운전하면서 일원동 가는 중에는 특히 더욱 심하게 들렸었지
내내 들리는 내 벨소리
울리지 말아 줘, 들리지 않게 해 줘
제발 그만 울려 줘, 찾는 사람이 나 아니면 좋겠어
그럴 수록 더욱 크게 들리던 벨소리
때론 잠자려 누울 때에도 귀에서는
이명이 윙하고 들려 벌떡 일어나 귓속을 새끼손가락으로 몇 번이나 파내고
돌아누워봐도 다시 들리던 윙 소리...
좀 전만 해도 그래
그도 나도 지하 3층에 차를 대고
그는 2층, 난 6층을 눌렸는데 그가 내리는 순간 생각없이 따라내렸다 다시 탔고
지난 가을 이 여인이 도대체 누구냐 하며 읽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를
어젯밤에는 이미 알면서도 편지를 받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갔다가 여인의 마음으로 갔다가
내 마음은 또 허둥지둥 했었지
배드민턴을 매일 친 탓일까
인창클럽의 회원들이 알면 매일 설렁설렁 대충 치고 가는 사람이 뭔 운동때문에 할 테지만
왼손잡이가 왼팔관절이 너무 아파 항상 찾았던 한의원에 갔었지
올 초 갈 때마다 성당 나오라며 권유의 말씀을 하시던 해맑은 얼굴의 원장선생님
갑상선암수술로 대신 오게 됐다는 젊은 여한의사는
송장도 그 자리에 침을 맞으면 벌떡 일어난다는
내발 경혈자리에 침을 놓다가 산송장인데 벌떡 일어나지 않으면 정말 죽은 사람될까봐
떠나갈 듯 소리치며 뻗어댄 내 다리에 쥐가 나니
죄지은 사람마냥 발과 종아리를 주무르며 말하더군
담이 부족한 사람은
이명도 잘 들리고, 담의 경혈이 옆구리쪽으로 지나가서 옆구리가 아프고,
감정이 불규칙하게 되고, 허둥지둥할 때도 있고, 겨울도 많이 타고, 여름도 많이 탄다나
그러고보니
칠 년전에 떼어낸 담낭 덕에
쓸개도 없는 사람으로
새로운 얼굴하나 만든 셈이다
|
|
쓸개도 없이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