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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생쥐의 꿈........
글쓴이: 유남순   날짜: 2002.06.11. 13:32:00   조회: 1052   글쓴이IP: 211.215.229.19
커피 생쥐의 꿈

생쥐 한마리가 있었다.
눈을 반짝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꿈이 가득 찬 눈망울을
까맣게 뜨고 세상을 바라보는 생쥐 한마리.
이름 따위는 있을 리 없다.

다른 생쥐와 차이가 있다면 꿈을 갖고 있다는 것.
편의상 그 특이한 생쥐를 커피생쥐라 부르기로 하자.

커피생쥐의 꿈은
커피공장 옆으로 이사가는 것.

늘 향긋한 커피향을 맡을 수 있고
하수구에서 나오는 물조차 다른 곳과는 다른 곳.
카페인의 여분이 섞여 있기도 하고
가끔은 까만 커피빛의 물이 흐르기도 하고.

어느날 커피 생쥐는 광고라는 걸 보게 되었다.
남자라는 사람과 여자라는 사람이
서로 따뜻한 웃음을 교환하며 마시는 커피.

커피 생쥐는 알게되었다.
사랑하는 생쥐가 생기면 같이 커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생쥐가 생겼다.
커피생쥐는 눈을 반짝이며 '같이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좋아하는 생쥐는 커피생쥐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생쥐 주제에 무슨 커피를 마시니?
너같이 현실감각 없는 생쥔 싫어"

또 좋아하는 생쥐가 생겼다.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커피는 인간들이 일을 하기 전에 마시는 거야.
골치 아픈 음료라구. 공부 시작할 때 마시거나
무슨 괴로운 일이 있을 때 홀짝거리는 음료가 커피라구.
우리 같이 마음 편한 생쥐가 그딴걸 왜 먹어?
그걸 마시기 시작하면 괜히 골치 아파 진다구. 자...날 봐"
좋아하는 생쥐는 뒤로 벌렁 누워 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배나 두드리며 사는게 행복이야"

이번에는 커피생쥐가 돌아섰다.
아무리 생쥐로 태어났지만 배만 두드리고 살 수는 없었다.

커피생쥐는 높은 담위로 올라갔다.
엄마 생쥐가 보면 대낮에 무슨 짓이냐며 혼낼 일이지만
답답한 마음을 참을 길이 없었다.

멀리 저쪽 담벼락의 끝에 한마리 생쥐가 올라와 있었다.
커피생쥐는 웃었다.
쟤도 엄마 속 되게 썩이겠네.

커피생쥐는 그 생쥐에게 달려갔다.
첫눈에 알아 볼 수 있는
두 볼이 홀쭉하고 뱃가죽은 들러 붙었지만
두 눈은 반짝반짝한... 꿈을 갖고 있는 생쥐.
그 생쥐의 꿈은 하늘을 날아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늘 담벼락에 올라와서 하늘과 땅의 높이 차이를
계산하고 날기 위해서 최대한 야윈 몸을 만들고
이제 날개가 생기기만을 기다린다고 했다.

커피생쥐는 눈을 반짝였다.
이쁜 꿈을 가진 그 생쥐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날고 싶은 생쥐는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자판기를 알고 있었다.
"이 도시엔 커피 공장은 없어.
그러나 그 정도의 꿈은 커피 자판기 옆에서라도 충분히 이룰 수 있지"
커피생쥐의 꿈은 너무나 쉽게 이루어졌다.
오늘은 이 자판기 내일은 저 자판기.
도시에는 끝없는 커피 자판기가 있었다.

두마리 생쥐는 지금 공항 한 귀퉁이를 떨면서 걸어가고 있다.
자판기 옆에서 인간들의 대화.
비행기를 타면 하늘을 난다는 것.
그것을 엿들었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두 생쥐연인은 지금 살며시 걸어간다.
살금살금... 쉿!!! 절대 들키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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