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눔터

2024. 05. 16.

뜨거운 게토레이

글쓴이: 서진희 날짜: 2008.01.06. 19:09:46 조회: 442 글쓴이IP: 59.9.83.252

인창도서관에 이른 아침부터 도시락 두 개 싸들고 갔던

아이가 오후 세시 경 핸드폰도 없어서, 1544콜렉트콜로 갑자기 암울해서라며 전화했다

아이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해 주고 살그머니 찾아가서

옆에 누가 섰는지도 모르는 아이를 툭 건드려서

엄마가 위에 함께 있을 테니 힘내하고 살짝 말하고 돌아서려는데

두어 줄 건너편 끝자리에서 누군가 날 빤히 쳐다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어, 저 녀석은 2년 전에 호평으로 이사가면서 그만두었던 정화네

옆에 사람이 오고 가는 것도 신경쓰이는 곳에서

평상시처럼 어깨를 툭 치며 반가워하지 못해도

눈인사로 반가운 마음 전하고 나오면서 다시 손으로 화이팅을 외치는 모션을 취하고 나와

내가 갈 2층 열람실을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섰는데

녀석이 언제 나왔는지 뒷짐을 지고 온 몸을 어찌할 줄 모르는 듯 화장실 입구 벽에 기대서서 날 쪽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다가가서 어디 중학교에 다니니, 공부는 잘 되고 있니,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찾아야 해 하는데

내내 보이지 않는 손을 앞으로 돌려 게토레이 캔 하나를 주욱 내민다

날 주려고 일부러 나온 거야?

속으로 정화는 정화인데 성이 뭐더라, 이정화인가, 김정화, 박정화, 다 찾고 있는

무심한 날 위해, 이런 이런...

자기가 먹으려고 자판기에서 뽑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싸늘한 냉기에 손이 시린 게토레이를

녀석이 보는 앞에서 꿀걱꿀꺽 삼키려는데

너무 뜨거워 가슴이 벌겋게 데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