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자씨의 황금시대 철부지 중년 여성이 보여주는 천방지축 좌충우돌 삶과 사랑 ⓒ 대승기획
'찡한 인생'이 보여 주는 '쨍한 감동'
[연극] 민자씨의 황금시대
이명옥 (mmsarah)
철부지 중년 민자씨가 대학로에 봄바람을 몰고 왔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봄바람에 스치는 꽃향기는 중년 여성의 무뎌진 감성의 봇물마저 여지없이 터트려 공연히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중년의 참을 수 없는 권태와 봄바람을 잠재울 수 없다면 최대한 정장을 하고 대학로에 나와 황금카바레에 민자씨를 만나 그녀의 노래로 봄바람을 잠재워 보는 것은 어떨까?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파 배우 양희경씨가 중년 여성들의 스트레스를 확 풀어 줄 창작극 <민자씨의 황금시대>로 3월 6일부터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만일 말없이 집나간 엄마가 10년 만에 몰래 들어와 치마를 한껏 들어올리고 화장실 문을 열어 놓은 채 낑낑거리며 볼일을 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것도 남편의 착한 눈빛이 너무 싫어서 초등학생 딸과 남편을 미련 없이 버리고 가출한 엄마라면?
우선 깜짝 놀라고, 그 다음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마지막은 그 뻔뻔함에 기가 질릴 것이다.
기존의 딸과 엄마 역할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유쾌한 캐릭터 뻔뻔맘 '민자'와 까칠 한 딸 '미아'는 <싱글맘스토리>와 <마요네즈> 주인공들의 연장선상에 있어 상식을 뒤엎는다.
더구나 엄마 역할인 민자의 대사는 반항기 넘치고 철딱서니 없는 사춘기 딸의 그것으로, 딸 미아의 어투는 비록 까칠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족의 굴레 속에서 자신이 양보하고 감당해야 할 돌봄을 마다지 못하는 기존 엄마들의 그것과 닮은꼴이라 마치 역할극을 대하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살던 개인의 삶은 그 나름의 절박한 이유를 지닌다. 뻔뻔하고 철없는 카바레 가수 민자의 인생이 바로 그렇다. 자기감정에 충실하게 사는 민자는 늘 좌충우돌 사건을 일으키고 상처받지만 다른 사람을 보듬어 안을 줄 알고, 또 언제나 다른 사랑을 만나면 새로운 삶을 쿨 하게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철없어 이기적으로 보일만큼 자기감정에 충실하고 자유분방한 민자와 반대로 너무 일찍 거친 세상과의 전투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익히느라 마냥 까칠해진 딸 미아는 상처받지 않으려 감정에 단단한 빗장을 지르고 여간해서는 감정의 조절 수위나 벽을 넘어서는 일이 없다.
가출한 지 10년 만에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무조건 밀고 들어와 딸의 집에 눌러 앉은 철없는 엄마 민자는 첫사랑을 다시 만나자 새롭게 열정을 불태울 만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첫사랑에게 버림 받은 민자는 임신을 하게 되고 자신의 뱃속에서 출렁이는 생명의 움직임이 첫 딸 미아를 가졌을 때 기억을 일깨운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중년의 나이에 딸과 싸우며 기어이 비혼모가 되기로 결심하는 조금은 주책인 아줌마 민자는 사막의 별과 도시의 달, 그리고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외로운 현대인의 자화상이 아닐까?
페이소스가 있는 반전극 <민자씨의 황금시대>는 자신 이름은커녕 정체성마저 잃고 가정에 묻혀 익명의 헌신자로 살며 스트레스를 받는 중년 여성들에게 감정이입을 통해 대리만족을 주는 시원한 카타르시스의 장을 제공한다. 그야말로 '찡한 인생' 속에 '쨍한 감동'이 느껴지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조마조마 가슴 졸이며 무사히 사춘기를 넘겨 그저 가출만 하지 않고 성장하기를 바라며 딸을 키운 중년이라면 딸과 함께 이 극을 볼 일이다. 당신은 그동안 당신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처럼 엉겨 자신을 짓누르던 울화와 억울함으로부터 해방되는 기쁨을 맛 볼 것이고, 광풍의 회오리를 지나 제자리를 찾은 당신 딸은 따뜻한 눈물과 함께 살며시 자신의 손을 어깨에 얹으며 머리를 기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자역을 맡은 배우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파 배우인 양희경씨다. 익히 알려진대로 그이의 가창력 풍부한 노래 솜씨가 극중 카바레 가수 역할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번 극은 순수창작극이다. 순수창작극이 우리 문화계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오래오래 무대를 지키고 싶어 하는 단원들은 연일 자리를 꽉 채워주는 관객들로부터 힘과 용기를 얻게 돨 것이고 관객 또한 창작극을 정착시키는데 힘을 보탠 보람을 맛보게 된다.
팔팔뛰는 물고기 같이 신선한 신인 '김영준'과 '신이영'이 펼치는 4차방정식 같은 젊은이들의 사람 방정식은 당신의 시간을 청춘의 그 시절로 되돌려 놓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증견 연기파 배우 양희경씨가 후배 '최명경' '김영준' '신이영'과 함께 펼치는 창작극 <민자의 황금시대>는 4월 27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평일 8시 토요일 3시 6시, 일요일 3시에 만날 수 있으며 월요일은 쉰다.
2008.04.16 10:37 ⓒ 2008 OhmyNews
|
|
'찡한 인생'이 보여 주는 '쨍한 감동'
"향연" 강의를 듣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