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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럽지 않은 내일을 위해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자들이 되고자 촛불을 밝혀 든 손이 아름답다.
[현장] 예의바르게 머슴 백일상 차려 준 성숙한 주인들
이명옥 (mmsarah)
6월 3일은 일잘하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일꾼으로 뽑아 세운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주인을 기만하다 못해 무력으로 횡포까지 저지른 것을 생각한다면, 잔치가 아니라 당장 그 자리에서 내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으랴.
금준 미주천인혈(金樽美酒 千人血)이요,
옥반 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姓膏)라.
촉루 낙시민루낙(燭淚落時民淚落)이요,
가성 고처 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라' -춘향전 중 이몽룡의 詩-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더라.
주인들의 뇌리에 이몽룡이 읊은 저 시가 저절로 떠오르고 되뇌어지는 날들이지만 주인은 역시 머슴과는 생각의 깊이가 달랐다. 추적이는 빗속에서도 시청 앞 광장에는 1만 5천여명 이 땅의 주인들이 모여 뽑아 놓은 일꾼 이명박 정부 출범 백일상을 차렸다.
촛불소녀들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궂은비를 마다하지 않고 흐트러짐 없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얼마나 예의바르고 참을성 있는 주인의식과 성숙함의 발로인가.
하지만 백일잔치에 참석한 주인들은 그동안 가슴에 담아 둔 할 말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회초리보다 더 무서운 일침이 이번 만큼은 귀가 둔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며 몇 가지 일침을 소개한다.
멀리 전라남도 무안에서 올라 온 60대 농사를 짓는 여성 농민은 “직거래를 하려고 해도 운송비가 50만원, 인건비가 50만원씩 들어 정성껏 가꾼 무, 배추들이 밭에서 썩어나가는 현실이다. 농부들을 살려 달라. 60평생 뼈빠지게 일해도 자식들을 대학에 보낼 수 없다. 미친소, 미친 교육, 미친 운하 정책은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라고 부르짖어 듣는 이들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 만들었다.
투표로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자유발언을 한 성공회대 총학생회장은 100일 간의 정부 성적을 평가하자면 모두 F가 아니겠느냐며 "'관보 고시 게재 유보 라는 미봉책은 선거를 겨냥한 립서비스인 것이 드러났다. 고시 게재 유보가 아니라 전면재협상을 해야 하며 운하 건설, 물 민영화 추진도 모두 백지화해야 한다"며 전면백지화될 때까지 학생들이 힘을 모아 함께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요즈음은 인터넷 뉴스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는 한 주부 참가자는 "요즘 인터넷을 보면 역사가 거꾸로 흘러가는 것 같다. 사실 80년대는 역사의 현장에 등을 돌리고 살았다. 요즘 인터넷을 보며 부끄러웠다. 또 다시 남들이 흘린 피 값에 무임승차해 부끄러움과 부채감을 더하고 싶지 않아 집회에 참석하고 있지만 솔직히 군화발과 방패가 너무 무섭다"라고 고백했다.
은평구에서 온 다른 주부도 여러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느라 몸살과 감기 기운이 떠나지 않지만 역사와 딸아이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기꺼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노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유발언이 끝난 뒤 시민들은 손에 손에 촛불을 밝히고 무력시위진압과 강제 연행에 항의하기 위해 서대문에 자리한 경찰청앞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청 앞에서 “구금자들을 석방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청와대를 향해 가던 중 광화문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는 경찰과 대치하며 구호를 외치다 모두 자진 해산했다.
자리에 있던 쓰레기를 깔끔하게 수거하고 경찰이 요구하는 대로 길을 비켜주며 법을 준수하는 태도 또한 잊지 않는 성숙한 시민들에게서 이명박 대통령은 부끄러움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인내심 강한 주인이 출범 100일을 맞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돌이킬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주고 있다. 이번 만큼은 부디 주인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란다.
2008.06.04 12:50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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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예의바르게 머슴 백일상 차려 준 성숙한 주인들
다 아시는 글이지만 한 번 더 소개 하고 싶은 셰익스피어의 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