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눔터

2024. 09. 21.

플라톤의 [향연]을 읽고~

글쓴이: 이순이 날짜: 2008.07.24. 09:41:19 조회: 569 글쓴이IP: 125.176.102.105

여러 사람들이 모여 에로스를 찬미하기로 하고 돌아가며 이야기를 합니다.
뭔가 빠진 듯한, 좀 억지스러운 이야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디선가 들은듯한 이야기들이 나오네요~

원래 인간은 남녀와 제 3의 성(남녀의 성을 겸비한 성)이 있었는데
힘이 굉장히 세고 기품도 매우 고상하며, 신들에게 도전할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지요.
이에 제우스가 모든 인간을 둘로 쪼개어 버리자 모두가 나머지 반을 그리워하게 되었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동성애를 나누는 자신들의 모습을 변명하려 했는지 두 남성의 친애를 가장 우수한 관계로 늘어놓았더군요.
아가톤은 찬미를 하고는 시를 한 수 읊습니다.
인간에게 평화를,
바다에는 고요를,
회오리바람에는 정지를,
고뇌에는 단잠을.....

모두가 에로스를 극찬미하고 있을 때 소크라테스가 입을 엽니다
“나도 자네들과 함께 차례가 돌아오면 에로스를 찬미하기로 했네.
마치 사랑의 도를 모르는 주제에 사랑에 정통한 듯이 주장하며 말일세....(중략)....
앞에서 자네들은 갖가지 형용사를 동원하여 에로스와 결부시키고,
그는 어떠한 특질을 갖고 있으며 또한....(중략)...그를 가장 아름답고 우수한 신으로 인정하려고 들었네. 이것은 무식한 사람들에게나 통하네.”
역시나 남들이 하는 대로 쉽게 넘어가지 않는 소크라테스입니다.^^
‘인간이 무엇을 찬미하든 반드시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선행 조건으로 생각 한다’며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산파술적인 대화가 시작됩니다.
무엇인가를 욕구한다는 것은 그것이 결핍되었기 때문이며,
사랑을 추구하는 에로스는 사랑이 결핍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에로스가 ‘미’를 추구한다는 것은 ‘미’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일 테니
‘사랑’과 ‘미’가 결핍된 그를 과연 아름답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아가톤 뿐만 아니라 모두 괴로워했을 것입니다. ^^;
소크라테스는 만티네이아에서 온 여인인 ‘디오티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예전에 <메넥세노스>에서도 여자에게서 지혜를 구했는데,
이번에도 여자에게서 지혜를 구했더군요.
이런 면에서 소크라테스가 진리를 구하기 위해서 남녀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그를 존경합니다.
흑백논리로 간다면 에로스는 사랑과 아름다움이 결핍된 추한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디오티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핍이 상반되는 존재가 아니며 ‘중간 존재’가 있음을 말합니다.
“에로스는 애지자이며 지자와 무지자의 중간 위치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을 정암학당에서는 어떤 말로 번역할 지 궁금합니다~^^)
사람이 사랑하는 것은 선 이외엔 아무것도 없으며,
멸망하는 자가 생식을 통해 불멸하고자 하는 염원을 발현하려고 하는 것이라네요.
오래된 세포가 죽어 없어진 자리에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져 생명이 이어지듯이 말이에요. 정신적인 생식욕을 가진 사람은 육체보다는 영혼 속에 수태와 생식을 하려고 한다는군요. 그것은 바로 참된 지혜나 모든 덕의 소유자가 되어 인류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거죠.
결국 육체적 생식이든 정신적 생식이든 둘 다 불멸을 위한 욕구로 볼 수 있겠군요......
두 가지가 잘 조화되는 그 때가 바로 신이 두려워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 신이 두려워하지 말고 신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면 되겠군요~
그때쯤이면 우주의 진리가 다 깨쳐지겠네요~~우주 밖에는 또 뭐가 있으려나......
이크.... 호기심이 한없이 뻗어가네요~

모두가 감탄할 즈음에 완벽한 청년 알키비아데스가 나타나 취중진담을 늘어놓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자신만을 사랑하며 모든 지혜를 넘겨주지 않는 것에 화가 난 게지요~
질투에 몸이 달아 소리치는 조인성이 떠오르며 알키비아데스가 마냥 귀엽더군요~ㅋㅋ

알키비아데스가 펄펄 뛰든지 말든지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소신을 밝힙니다.
“사랑의 참뜻에 이르거나 유도하는 올바른 길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이 세상에 있는 갖가지 아름다운 것에서 시작되고, 최초의 미를 향해 보다 높이 올라가는 것, 즉 사다리의 층계를 올라가듯이 하나의 아름다운 육체에서 두 개의 아름다운 육체로, 두 개의 아름다운 육체에서 모든 아름다운 육체로, 그리고 나아가서는 아름다운 육체에서 아름다운 활동으로, 아름다운 활동에서 아름다운 학문으로, 다시 여러 가지 학문에서 바로 그 미 자체의 인식에 도달하여, 결국 미의 본체를 파악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알키비아데스는 사다리 아래에서 씩씩대고 있고, 소크라테스는 ‘미’ 자체를 인식하기 위해 이미 여러 단계를 벗어났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지혜를 사랑하는 행위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존경을 표하며,
‘소크라테스 따라하기’에 열을 올려 봅니다~
그리고 정암학당에서 펴낼 <향연>을 손꼽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