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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
1.
처음으로 대하는 '무라카미 류'의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를 읽었다.
이 한 권의 책을 모두 읽어 낸 지금, '뭔가 한 문장이라도 내 식대로의 느낌을 남겨야 하지 않겠어?' 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엉기적거리며 한글97을 열었는데, 막상 그 책에 대해 쓰려고 하니 이상하게(정말 이상하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책 속에서 '님프마니아, 자위, 스페르마, 엑스터시, 헤로인, 페니스'등의 단어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어쨌든 굉장히 외설적인 단어들이 저마다 다른 어미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사라지며 소설은 이어졌다. (길이는 중편정도의 소설입니다. )
책에는 주인공인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그러니까 그녀들의 손가락을 만진다거나, 엉덩이를 실제로 자신의 입술로 핥아 보는 일 같은 것은 일어날 확률이 거의 '0 %' 인 어떤 상징 같은 여자들이 등장하고,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알콜 중독자가 들끓는 뉴욕의 어두운(어둡겠지) 거리에서 거지로 살아가고 있는 남자도 등장한다.
그 남자가 그곳에 있는 이유에 대해 그의 대사를 빌어 짐작해 보면 이렇다.
「알기 쉽게 설명해주지. 예를 들면 우리는 이렇게 앉아서 비교적 사이좋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자, 장소를 바꾼다고 하세. 자네는 우리가 가는 술집인 코테지엔 갈 수 없어, 물론 나도 자네가 갈 수 있는 어떤 바나 카페에도 들어갈 수 없어.
그 차이는 단지 패션 뿐이야. 알겠나?
그런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이 세상 곳곳에 있어서 나는 거기에 지쳤단 말이야. 그 정도로 이해해 주게.」
그는 시시껄렁한 치레와 공식으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서 그 시시껄렁한 치레와 공식을 습득한 사람들이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이 마치 우주의 법칙이라도 되는 양 살아가는 일에 대해 지쳐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남자를 이해한다거나 그 남자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꼭 좋은 사람이어야 된다는 법칙도 없고,(모두 좋은 사람이면 좋겠지만 ^.^) 사실 어떤 것이 좋. 은. 것인지 알 수 있는 능력도 내게는 없다.
세상엔 저마다 다른 생각(생각이 있기나 하다면)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오랄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런 짖을 하는 것은 정말이지 엉망진창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웨딩드레스 스타일의 속옷을 경멸하는 사람과 여자의 뾰족한 힐을 빨면서 카페트에 페니스를 비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일 같은 전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 아닌가.
이들 중 과연 누가 좋은 사람인지를 알아내는 일이란 하늘의 별을 따 집안에 장식하는 일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혹시 이런 사람들과 매일 같이 출근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내색대로 위안을 드려 보자면,
"그대가 그다지 걱정할 것은 없어요.
사람은 모두 유유상종 인 것 같고, 그 차이라고 해봐야 거지남자의 말처럼 다만 패션일 뿐
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에요. 그래봐야 취향이 다르다는 것 정도일 뿐이잖아요?"
소설의 결론을 읽고 뭔가 엄청난 것을 느꼈다거나
정말 좋은 소설이야 하고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했다.
그냥 읽었다.
그렇지만, 뇌와 심장의 꼭지를 크게 열어놓고 잘 읽은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소한 단어와 경험들을 많이 만나는 일이 즐거웠다고 고백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나 역시 코카인이나 엑스트시 같은 마약을 한 열 줄(알) 정도는 빨아 댄 것 같은 기분을 상상 할 수 있게 되었다.
SM 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도 정확히 알게되었다.-그것도 향유라면 향유-
2.
묘한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아마 '무라카미 류'의 다른 책들을 읽게 되면 오늘과는 완전히 다른 독후감이 생겨버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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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식대로 읽기-『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
교수님의 강의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