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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머리를 말리는 여자들 일상의 행복이란 저렇게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가슴에 담아 두고 몰래 보는 그림 한 점
이주은이 쓴 책 <그림에, 마음을 놓다>
이명옥 (mmsarah)
치유와 새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이어가던 일상의 안온함을 과감하게 떨쳐버린 이들의 용기에 존경심과 부러움이 담긴 시샘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타성에 젖어 어린 시절의 꿈을 접고 살지만 예술적인 끼를 잠재울 수 없는 이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난다. 증권 중개인으로 안정된 삶을 살던 폴 고갱은 마흔이 넘어서야 그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타이티로 떠났다. 최근에 꽤 안정된 치과의사가 가수로 데뷔한 일도 진흙탕 속에서 씨앗 하나 피워 올리지 못하고 뒹굴며 사는 내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라는 그림을 통한 치유에세이를 써 낸 작가 이주은 역시 서울대학교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3년간 무난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커리어 우먼이었다. 어느 날 속절없이 자기 앞을 떠난 시간이 막막해진 그는 평소 이미지의 역사와 소통 방식에 매력을 느꼈던 터라 미술사를 전공하러 미국으로 떠난다. 그는 그의 삶이 막막할 때면 가만히 들여다보던 그림이 주던 따뜻한 느낌과 치유의 감정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에세이를 펴냈다.
객관적인 평가의 잣대로 금 그어진 예술에 대한 안목의 깊이를 떠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미지와 소통하고 소리와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듯하다. 붓 한 번 잡아보지 않은 이들이나 저명한 화가로부터 훈련을 받은 이들이나 각각 느낀 감동은 크게 다를 바 없고, 음표나 박자를 알지 못하는 이들이나 스킬이 뛰어난 연주자나 아름다운 음악이 주는 감동에 전율하며 느낀 기쁨은 한 가지 일 테니 말이다.
제 1부 '사랑을 두드리다'는 사랑의 본질과 사랑의 느낌을 잘 드러낸 그림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통제하고 치유 받는 방법을 알려주려 한다. 제 2부 '타인에게 말 걸기'는 그림에 나타난 무관심, 질투, 속임수, 타인의 감촉, 만남과 관계의 미묘함에 대해 보여준다. 제 3부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는 나를 찾아 길 위에 선 사람과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 모두에게 존재 자체로 향기롭고 귀한 존재라는 자각심을 일깨우고 자신감을 북돋워준다. 그는 그림에서 작가들이 주고자 했던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말들을 당신도 듣고 힘을 얻기를 바란다.
예를 들면 마르크 샤갈의 산책이라는 그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머리가 숨을 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벼운 산책이라고 생각한다. 산책은 기분을 유쾌하게 한다.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의 <산책>에서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손을 꼭 붙잡고 거니는 것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 그 어느 것의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는 무중력 상태의 자유로움이 그림 속에 가득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삶은 박인환 시인의 말처럼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일상을 스치며 만나는 모든 것, 책, 그림, 음악, 음식, 그리거 사람과의 관계가 삶이며 그 삶은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찰나적이고 통속적인 것일 게다. 고달픈 일상 속에 잠시 주어지는 휴식만으로도 커다란 위로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어쨌거나 당신이 가슴에 담긴 그림 한 점을 꺼내들던, 당신이 좋아하는 그림이 소장돼 있는 갤러리를 향해 달려가던, 그 그림으로부터 받는 위로와 희열,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의 빛이 발하는 찬란함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당신이 위로받고 싶을 때 가슴에 담아 둔 그림 한 점의 추억을 펼치듯, 이 책을 꺼내 펼칠 수 있다면 당신은 팍팍한 일상에서 향기로운 연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작은 여유를 맛 볼 수 있지 않을런지.
덧붙이는 글 | 그림에, 마음을 담다 는 이주은의 미술 치유에세이로 앨리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2008.08.10 12:09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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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마음을 놓다
글 잘 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