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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교수님.
고맙습니다.
뭐가 고마우냐 하신다면....
교수님께서 사비를 털어 마련하신 정암학당,
그곳에서 나누어 주신 신화와 정의에 대한 씨앗들을
정암학당의 철학적 토양에서 키울 수 있었던
지난 한 해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그 씨앗들이 작은 꽃 한 송이로 피어 날 수 있었습니다.
정암학당에서 얻은 철학적 사고의 씨앗을 품으면서
내가 가장 나답게 나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와 가장 가까웠던 것들에 대한 몸낮추기라고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화를 한 편 썼습니다.
그동안 문학의 다른 영역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동화라는 영역만큼은 동심에 누를 끼칠 것 같아서
쉽게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문학의 영역 중, 그 어느 한 곳에 정착할 수 없는 허황된 바람기와 그 바람기에 묻어온 세상의 부정한 기운들을 동화의 영역으로는
흐르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쌓일 수록 업은 배로 쌓이는 것이라,
삶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아서 답답하기 그지 없을 즈음,
문화교양학과의 '신화의 세계'를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정암학당의 연구원이신 '강대진' 교수님의 그리이스 신화와
제가 속한 국문학과 '박종성'교수님의 동양의 신화는
제가 잊고 있었던 신화의 세계에 대한 재발견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정암학당까지로 이어진 심도있는 신화와 철학의 세계에서 스토리텔링의 실타래를 찾아내는 계기를 갖게 되었던 것입니다.
'유니콘'과 '해치'에 대한 신화를 요즘 우리사회의 시위문화와
접목시킨 동화를 한 편 써 놓고 그냥 컴에 던져두었습니다.
밤을 세워 다 써놓고도 그 다음, 도저히 부끄러워서
작품 가까이 갈 수가 없었습니다.
오래 두고 숙성의 시간을 거치고 싶었는데....
컴의 바탕화면에 깔린 동화를 읽은 아들이 컴에서 바로
서울시 주최 단편 동화 공모전에 저 몰래 응모를 해버렸습니다.
서울시의 상징인 신화속 동물 '해치'를 소재로 한
단편동화의 공모전이었습니다.
숙성의 시간도 짧은 작품이 입상의 그물망에 덜커덩 걸리는
행운과 미처 발효되지 못한 문장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교차하는 시간속에서 이제 동화의 길로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져봅니다.
'아르릉의 길'이란 제목으로 '은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에게 수상 소식을 듣고는 부끄러워서 이불을 덮어쓰고
종일 아팠습니다.
작품을 좀 더 다듬지 못한 아쉬움과 좀더 치열하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 써 본 동화, 한 편이 은상을 받게 되니,자신의 주제는
생각하지 않고 금상에 눈에 쏠리는 이 무례한 욕망은
도대체 뭘까요!
아직 몸을 굽힌 것이 아닌 것 같아서... ...
교수님께 이 글을 올리면서 제 욕망의 뻔뻔스런 무례에 대해
반성하겠습니다.
'신화의 세계'에서 마음껏 유영할 수 있게 해 준 문화교양학과와
정암학당의 강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동화의 여백속에 깔아둘 수 있었던
교수님의 호흡에 고맙다는 말씀올립니다.
지금은 발표 후,수상작품의 전체 표절에 관한 검증을 거치는
중이고 시상식을 거친 후, 서울시에서 책으로 묶어서
전국초등학교와 전국 도서관에 배부를 한다고 합니다.
책이 출간되면 교수님께 달려가겠습니다.
정암학당의 그 선한 모임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새해에는 저처럼 자신의 길찾기에 확신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이 정암학당의 그늘에서 쉬어가기를 바랍니다.
국문학과생 임경미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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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학당의 그늘에서 다시 길을 찾다.
다 아시는 글이지만 한 번 더 소개 하고 싶은 셰익스피어의 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