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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수님!
중간고사가 끝나면 게시판의 열기가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마찬가지네요. 교수님의 친절
이 편향적이지 않고 따듯해서 학생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가 봅니다.
저는 학교에 입학한 이래 이번 중간고사가 참 힘들었습니다. 공부할 시간이 나지 않아 책
도 못 보고 연습도 못 한 채 시험을 치렀습니다. 두 과목의 과제물 중 동서양 고전은 일찌
감치 해 놓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나중에 다시 수정하리라 생각했는
데 그도 시간이 허락치 않아 그냥 내고 말았습니다. 점수보다는 미진한 글을 냈다는 자체가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이긴 하지만 시간상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지요, 중간고사도 시험 당
일 아침에야 겨우 자료를 뽑아 들고 가느라 머리 속이 뒤죽박죽 되어 두서없이 쓰고 말았지
요. 전에는 그래도 서론 본론의 격식을 차려 쓰느라 애 썼는데요...
시험 끝나고선 며칠 여유가 있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앙드레 말로의 [희망]을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마구 걸리는 게 많더군요. [시학]에서는 페이지의 여백에 붙인
'1447a7' 이란 숫자와 기호들이 소화가 안 되고요 (주석에는 독일 학자 이마누엘 베커가 아
리스토텔레스의 저작 전집을 내면서 붙인 거라는데 a는 왼쪽 칼럼, b는 오른쪽 칼럼이고 숫
자는 쪽수라는데 반쯤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더라구요,), 앙드레 말로의 [희망]에서는 스페인
내란과 인민전선, 파시즘들이 마구 뒤섞여 있어 백과사전을 찾아가며 이해를 하려해도 가닥
이 안 잡히고 있습니다. 어렴풋이 잡히긴 해도 확연하게 연결고리를 맺을 수 없는 건 아마
도 제 스스로의 오류를 너무 묵히는 바람에 굳어져 버린 결과 같습니다. 예를 들면 사회주
의자와 공산주의자를 같은 맥락에서 보고 게다가 파스스트까지 같은 계열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그 모두가 민주주의와 반대편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 모두를 한 묶음으로 보고 있
던 오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제 스스로 터특한 것인지, 아니면
교육에 의한 것이었는지, 또 아니면 생래적으로 이런 방면엔 무지한 탓인지(문화에는 쬐금
관심이 있어도 정치에는 관심이 없는)조차도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세계사와 한국
사 점수는 A이상이었는데도 말이죠, ㅎㅎ
아직 제대로 읽지도 못했으면서 주절대는 것은 사실 책을 읽으면서 교수님을 생각했기 때
문입니다. 혹시 교수님이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깔끔하게 정리할 방법을 일러주시지 않을까
하는...솔직히 우리나라 근대사도 머리 속에서 확연하게 지도를 그리 수가 없는데, 남의 나라
인 스페인 내란까지 정리해보려니 막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서요(죄송합니다, 꾸
벅 ^^). 사상과 권력, 전쟁과 자유, 정치와 정치가 그리고 민중 혹은 국민, 이 모두가 제겐
'너무 큰 당신' 이라 단어의 의미만으로도 질식할 것 같은데도 궁금증은 나이가 먹어도 줄어
들지 않네요. 교수님! 시골 학당에서 돌아오시면 숨구멍 좀 트여주세요. ㅎㅎ.
앗! 오늘이 스승의 날? 교수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올해는 말뿐이지만 내년에는 어
쩜 마지막 해가 될 테니까 스승의 날 하루 전에 꽃 한 송이 들고 찾아갈지도 모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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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학]과 스페인 내란...
"향연" 강의를 듣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