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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위인전기를 읽고 독후감을 쓰라는 방학과제가 자주 있었습니다. 위인전기를 읽다보면 첫부분에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로 시작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그들은 열심히 노력했고, 그래서 각자의 방향은 다르지만 삶을 보람있게 살아갔고, 세상을 꾸려가는데 일조를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자신있게 '과학자요'라고 대답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시골 동네에는 교회가 하나씩 있고, 여름 방학이면 어김없이 '어린이 여름성경학교'라는 것을 합니다. 2박3일이나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어린이 여름성경학교'라는 것을 하는데,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많이 간직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3학년때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어린이 여름성경학교에 우리반은 여자 선생님이 담당이 되었는데, 3박4일동안 정말 정말 즐거운 날들이었고, 여러가지 활동을 정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어린이 여름 성경학교가 끝나는 날, 모두 마치고 짐을 챙겨서 떠나려고 하는데, 담당했던 선생님이 저의 귀에대고 속삭였습니다. '너는 분명히 과학자가 될 수 있을거야! 분명히....' 그 속삭이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공부할 수 있도록 지탱해준 것이 있다면, 아버지의 책읽던 모습과 그 선생님의 귓속말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다는 것.
초등학교시절 담임선생님께서는 나에게 도서관 관리를 맡기셨고, 그래서 많은 책들을 읽지는 않았지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많은 위인전기를 권해주셨고, 그런 덕분으로 많은 위인전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위인전기들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당시 집안사정이 어려웠지만, 그래서 운동회나 소풍날이 가장 싫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지만, 위인전기의 첫머리 글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를 마음속 깊이 담아두면서, 나도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결심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위인전기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니, 최소한 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조금씩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누구의 제자인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인지? 나이가 얼마인가 하는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인지?... 내가 봤을때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고, 어떠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했고, 어떤 책을 읽었고, 그런 방향과 문제의식에 따른 시각은 얼마나 확보했는지, 사고와 인식의 틀은 얼마나 깨어 있는지....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한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내 공부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조잡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세상에는 여러 관점이 있고, 나의 관점은 어디까지나 나에게 한해서 타당하기 때문이겠죠.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다는 것.
내가 이 공부를 통해서 한자리 해보겠다는 것도 아닌데....
그저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 세상이 잘못돌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인데... 내 아버지가 유언처럼 말했던 부탁을 지켜보고 싶었던 것인데.... 그저 세상을 향해서 한마디라도 떠들어보고 싶은 것인데...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다는 것은 위인전기에서 읽었던 것처럼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는 민주노동당에 입당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내 존재의 기울어짐을 느끼면서, 내가 해야할 일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이론이 아니고 실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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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다는 것.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