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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톤'을 읽고
글쓴이: 이순이  날짜: 2010.01.18. 03:21:23   조회: 744   글쓴이IP: 122.32.60.208
소크라테스는 사형선고를 받은 후 독배를 들이키기까지는 30일이 걸렸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테네는 해마다 델로스로 사절단을 보내는 델리아라는 종교 행사를 했는데,

사절단을 태운 배가 델로스에 갔다가 되돌아올 때까지는 공적으로 사형집행을 금했기 때문이다.(주석7)



그 배가 오늘 중으로 도착할 것이라는 말을 전해들은 크리톤은 이른 새벽에

평생지기인 소크라테스를 찾아가 탈옥할 것을 간절히 종용한다.

우정과 자녀의 양육문제를 내세우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평판의 중요성을 내세운다.

그리고 자신을 구할 수 있는데도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탈옥할 것을 종용한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에는 크리톤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졌었다.

친구를 살리기 위해 그가 생각해낼 수 있는 온갖 근거를 다 모아서 소크라테스에게 달려갔다.

소크라테스는 평생 그러했듯이 함께 추론해 보고서 가장 좋은 원칙에 맞게 실행하자고 제안한다.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인정한다. 아니 아마 옳을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평생을 곁에서 보아왔던 친구 소크라테스의 철학의 깊이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그의 일상을 지켜보며 그가 옳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기에

그가 죽기로 작정한 것을 막을 수 없음도 알 수 있었으리라.

그러면서 소크라테스를 설득할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한탄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두 번째 읽을 때는 국가와 법 그리고 정의로운 삶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소크라테스에게 계속 설득당하는 크리톤과 함께 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끊임없이 소크라테스를 살릴 논리를 찾아내기 위해 법에 관련된 내 모든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흠..... 슬슬 논리적으로 변해가는 나....^^;;



국가와 법은 모든 시민의 합의에 이루어진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국가와 법 자체는 정의롭다 할 수도 있겠다.

국가와 법이 없다면 삶이 불안하겠지.

그러나 그 국가의 행정이나 법은 인간에 의해 때로는 정의롭게 혹은 부정의하게 집행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읽으며, 법의 이해를 근거한 법관들의 객관적인 판결이 아니라

법에 무지한 시민들의 감정적인 판단에 의한 결정일 수 있는 것이기에

스승을 잃은 플라톤의 분노에 동감했다.

시민들의 투표에 의한 결정은, 소크라테스가 늘 말하는 의사나 체육선생 같은

'전문가-분별 있는 사람'의 결정이 아닌 전문지식을 가지지 못한 다수의 판단이란 것이다.

정의롭지 못한 짓을 당했을 때 정의롭지 못한 짓으로 보복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49b)

정의로운 것이 무지자들에 의해 부정의하게 집행된다면 그것은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부정의하게 행해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의일까?

부정의하게 행해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정의일듯 하다.



소크라테스는 70 평생을 아테네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은 것 자체가

아테네 법의 지배 아래서 시민으로 살겠다고 말이 아니라 행위에 의해 합의(52d)했으니

그 법-정의-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죽음을 맞기로 결론을 맺는다.

그가 선택한 죽음은 우리에게 법과 정의로운 삶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한다.

그리고 그런 부당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은 끝없이 개정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소크라테스의 논리가 아무리 정연할지라도 소크라테스를 잃는 것은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독배를 건네는 순간까지도 아니, 그의 눈을 감겨주면서도

이 멍청한 머리를 굴려 끊임없이 그를 설득할 근거를 들이댔을 것 같다.....

아후.... 속상해....ㅠㅠ;;



예전에 10년동안 민사소송을 한 경험이 있는데 모든 식구들이 포기했지만 남편의 끈기로 이긴 적이 있다.

누가 더 돈과 시간을 많이 써서 자료를 많이 찾느냐에 따라 그리고 법을 어떻게 가져다 붙이느냐에 따라

이기고 지는 법의 집행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The Reader'를 읽으며 법의 형평성을 이유로 개인의 특별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기에

개인에게는 폭력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영화 'Deadman Walking'에서 '사형을 집행함으로서 살인을 행하는 법'이라고 외치던 사형수의 목소리도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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