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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수님!
어제 무사히 기말시험을 끝냈습니다.
몸에는 아직 호스가 끼워져 있지만
헐렁한 옷으로 감추고 있어서
아무도 눈치채지는 못했지요.
출석시험 때도 수술한지 나흘만에
콜택시를 불러 타고 가서 시험을 보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가 기말시험 하루 전에
퇴원을 했답니다.
그렇게 나름대로 굉장한(?) 행사를 치르었는데
시험 결과는... ㅠ.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착잡합니다.
A도 없이 겨우 B 3개에 나머지는...
결과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몇몇 사람들과
'낙제만 없어도 다행이지...' 했지만,
그래도 자꾸 기운이 다운됩니다.
특히 <동서고전>이 겨우 C급밖에 되지 못해서
마음이 서글픕니다. 이제까지 교양과목들은 거의
상위에 속했었는데...
공부 안 한 것은 정말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솔직히 <동서고전>은 학기가 시작하기 전인
2월에만 열심히 보고는 미처 손이 가지 못했습니다.
다른 과목도 거의 그렇치만요.
조금만 열심히 했더래도, 하는 늦은 후회가 들지만
그래도 변명꺼리는 역시 제 건강과 그외 밝힐 수
없는 독특한 사정들 때문이겠만 점수를 만회할
생각을 하니 아득합니다. 전공이 다섯 과목이니...
아, 따지고 보니 전공은 두 과목만 B로 올리면 되겠군요.
이런, 병원에서 나온 게 바로 어제인데 시험 얘기만
늘어놓고 있군요.
10여일 동안의 사건들이 벌써 잊혀지고 말았네요.
할머니 환자들과 간병인들과의 이야기꺼리가 많았지만
메모만 해놓고 나중에 되새김해 볼 작정입니다.
급한 것은 병원에 있는 동안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전화나 이메일을 넣는 것이지요. (교수님이 일착입니다!)
수술하기 전에 수술비를 좀 벌려고 일을 좀 했었는데
(그 덕에 공부할 시간을 더 많이 빼앗겼지만요)
그런데 병원에 있는 동안 사람들이 찾아와서 봉투들을 주고
가는 바람에 수술비의 두 배정도 돈이 들어와 갑자기 부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착하다는 말을 좀 많이 들었거든요...ㅋ ㅋ
다음 주엔 2학기 등록을 하고 병원에도 계속 다니면서 또 돌봐야될
사람을 돌보고, 하는 일들이 남았네요.
그리고 도서관에서 ebook을 빌려보는 일도 기대되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비록 3일 동안이지만 가만히 앉아서 빌려볼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에 좋은 학교입니다. 당분간 멀리했던 소설들을
볼 작정입니다. 음~ 그리고 동서고전도 필히 보아야겠지요? 혹시
계절시험을 치를 수도 있을 테니까요. ㅋ ㅋ
병원에 있는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있을 수 있었는데
집에 오자마자 온갖 잡다한 일들이 나를 옥죄기 시작하지만
내가 잡고 있는 푯대를 열심히 붙잡고 살으렵니다.
병원에 있을 때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참, 용감하다, 씩씩하다, 다른 사람들은 우울증 걸려서 어쩌고, 하는데
스트레스가 스트레스를 이긴다는 말도 있듯이
우울한 일들에 단련이 되어서 이런 일 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교수님! 저 이제 일단 신고했으니까.
물러갈게요. 가끔 엉뚱한 질문꺼리 있으며
갖고 오겠습니다.
더운 여름 즐겁게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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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신고합니다! ^^;
"향연" 강의를 듣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