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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고민하여 왔고, 요즘도 여전히 고민의 대상이 되는 것이 '철학은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 작용하는가?'하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를 두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을 해 보았는데 요즘은 대략 몇 가지로 생각이 정리된다.
첫째로 철학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대중의 의식중 가장 밑바탕의 의식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그 사상은 가치와 판단의 전제가 된다. 어떤 하나의 사상이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의 밑바탕을 이룬 상태에서는 당위나 규범의 문제는 그 사상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된다. 이렇게 됨으로써 그 사회가 벗어날 수 없는 어떤 테두리를 만들게 된다. 따라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사회 구성원의 가장 밑바탕의 근본 사상을 바꾸어 놓는 일이다.
둘째로 개별과학의 근본 토양으로 작용한다. 이런 경우 인식론적 근거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고, 철학적 사유가 개별과학의 상상력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고로의 전개를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특히 철학이 사회과학에 미치는 영향력은 심대하다.
셋째로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경우가 합쳐진 것이기도 한데, 그 사회의 법률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법률은 당대의 사회 인식이나 사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법과 사회는 상호작용한다. 법을 제정이 사회 의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회 의식이 법의 제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는 소수의 철학자에 의해서 계발된 사상이 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될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사회 구성원 전반에 깔린 당위에 관한 문제들이 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일 것이다. 특히 헌법의 경우는 당대의 철학적 사유를 나타내주는 전형이다.
대략 이 정도로 정리가 가능하다. 물론 개인적 차원이나, 기타 과학에 미친 영향 등에서도 여러가지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말하려 하는 것은 철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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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러한 관점에서 내가 생각하는 민중과 호흡하는 철학의 출발점을 찾으려 한다. 철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민중에게 심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민중과 철학은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나에게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철학과 사회를 함수-변수 관계로 파악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실증적인 연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어, 사회실제론적 입장에 머무르게 된다. 결국 철학과 사회의 구체적 작동방식은 발견하지 못하고, 철학과 사회를 특정 철학은 독립변수로, 이로 인한 사회 반응은 종속변수로만 파악하게 된다.
그러나 이 반대의 경우도 심대한 오류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테면 사회명목론적 입장에서 철학과 사회를 바라보게 되면 개인의 사상이 사회의 사상이 된다고 하는 개인주의적 오류나 심리학적 환원론에 빠지게 된다. 사회는 개인들의 총합으로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러한 페러다임의 한계를 뛰어넘는(혹은 종합하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철학과 현실이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작업을 계속해야 할 것이고, 민중은 어떤 방식에 의해서 가치와 인식의 방식을 획득하게 되는지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연결고리를 종교, 법률, 정치, 역사, 경제 라는 맥락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나의 관심은 철학자체에 있기도 하지만, 그 작용과 영향력에도 큰 관심이 있고, 철학 사상이라는 것도 그것의 영향력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아직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언제쯤 내 공부의 토대를 닦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나는 지는 싸움에 뛰어들었다. 이 싸움이 반드시 지는 싸움이기는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싸움인 것 같다.
무엇엔가 도달하려고 한다는 것은 처절한 몸부림이다. 나와 나의 상황과의 몸부림이고, 지적 유혹으로부터의 몸부림이고, 나의 시각과 인식의 한계와 맞서야 하는 몸부림이고, 나의 육체와 맞서야 하는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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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가?
한여름 오후의 꿈인것 같은 착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