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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을 떠도는 매카시 망령 /홍갑표 ( [월간 말] 기자)
'검은 유령'의 출현과 몰락에 관한 이야기
'색깔론'은 원래 유럽의 종교재판이나 마녀 사냥을 방불케 했던 야만적 서구 전통과 방불한 매카시즘이 근원이다.매카시에 대하여 사전과 검색창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국무성의 공산당원 205명 명단이 여기 있다."
매카시는 위스콘신주(州) 그랜드슈트 출생. 위스콘신주 마켓대학을 졸업한 후 변호사·순회판사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는 해병대원으로 종군하였다. 1946년 위스콘신주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되었고, 1952년 재선되었다. 1950년 2월 상원의 비미활동(非美活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레드 퍼지(Red Purge:적색분자를 공직·기업 등으로부터 추방하는 일)’에 나서 반공선풍(反共旋風)을 일으켰다. 그러나 너무 극단적이었기 때문에 반발을 일으켰고, 1954년 12월 상원의 비난결의에 의하여 급속히 영향력을 상실하였다.(사전)
"국무성의 공산당원 205명 명단이 여기 있다.". 자신의 연설이 온 미국을 흔들어 놓는 선풍이 되리라고는 매카시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종이는 사실 백지였다. 그 수는 나중에는 57명, 이어 10명으로 줄어들고, 마지막에는 오웬 라티모어 한 사람만 남게 됐다. 그나마 라티모어도 끝내 무혐의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국가를 부르는 동안 엉덩이를 긁적거린 사람은 모두가 혐의를 받았다." 이렇게 험프리 보가트는 말했다.
1950년 2월 9일,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공화당 여성 당원 대회 초청 연사 매카시 상원의원은 보수파 중에서도 특히 우편향으로 소문난 인물이었다. 그는 1908년 위스콘신주 아일란드계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수완가로 두각을 나타내 29세에 최연소 주 순회재 판소 판사가 됐다.
진주만 기습으로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자 해병대에 자원, 이 같은 경력을 배경으로 46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예상을 뒤엎고 당선됐다. 입심 좋은 의원으로 평판이 났으나 아직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정치인이라곤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날 밤 연설은 그를 하루아침에 여론의 초점으로 만들어버렸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부처인 국무성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유린되고 있다. 나는 그 205명의 명단을 갖고 있다."
후에 '매카시즘'이라 불리게 된, 사상 희유의 빨갱이 사냥 집단 히스테리가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온 매스컴이 대서특필했다. 여론의 동태가 심상치 않자 트루먼 대통령은 즉각 조사위원회를 소집했다.
애초에 매카시가 말한 '명부'란 없었다. 석 달 후에 그의 발언이 '근거 없음'으로 결론 나긴했지만 적색 사냥 선풍은 이미 손댈 수 없는 기세로 확산된 뒤였다.
매카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저명한 중국 학자 O 라티모어를 필두로 D G 애치슨, G C 마샬 등 민주당 정부 요인들까지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했다. 매카시뿐 아니었다. 역시 초선의 공화당 의원이었던 리처드 닉슨도 가세했다.
정부와 의회, 학계, 문화계, 노동계, 헐리우드 배우들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에서 공산주의자 색출 소동이 벌어졌다. 매카시 선풍은 2차 대전 후의 냉전 전개와 필연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었다.
매카시의 선동적 발언이 나온 시점은 49년 소련이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 미국을 불안에 떨게 한 직후였다. 뒤이어 중국마저 공산화됨으로써 미국인들의 적색 공포는 정점에 달했다. 증거가 필요 없었다. 매카시 일파가 '빨간 색'이란 라벨을 붙이면 그것만으로 사회 생활을 종쳐야 했던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었다.
매카시, 술에 빠진 생활 계속, 실의 속에 48세에 죽음 맞아
2년 뒤인 1952년 선거에서 매카시는 상대 후보를 공산주의자라고 몰아세워 압도적 표 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매카시의 무리수가 서서히 한계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매카시 선풍의 마수가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군부에까지 미치자 1954년 마침내 상원 공청회가 열렸고, 전 국민은 36일 동안 TV를 통해 이 공청회를 주시했다.
무책임하고 야만적이며 정략적인 매카시의 언동에 사람들은 속았음을 깨달았고, 마녀 사냥 열기는 급속히 식었다. 곧이어 상원은 67대 22로 매카시가 '상원의 전통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다고 견책을 결의, 4년에 걸친 집단 광기에 끝을 냈다.
매카시는 그후 비서와 결혼했으나 술에 빠진 생활을 계속, 3년 후인 57년 실의 속에 간장병으로 48세 나이에 죽었다. 한 정치 신인의 야욕과 사회의 불건강한 정신 구조가 함께 빚어낸 한 시대 우화였다.(검색창)
매카시가 그 일을 수행한 것이 과연 단독의 발상과 범행이었을까. 언론과 공안과 미 정부의 플레이를 넘어 미 남북전쟁 때 단돈 몇 푼 주고 징집을 면제받고 전쟁 특수로 떼 부자가 된 대 재벌들의 전통을 가진 그 사회에서 자본주의의의 몰락을 겁낸 당시 재벌들이 그를 고용 조정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는 것이 이상할 뿐이다.
그런데 요사이 국가정보원이 친북 활동 혐의로 사전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재독 철학자 송두율(59) 독일 뮌스턴대 교수가 37년만의 귀국함과 때를 같이하여 벌어진 색깔론의 대두는 다만 송 교수뿐만 아니라 기회만 있으면 몇 몇 고정 인사들이 제기하는 미확인된 혐의가 던져지면 보수기득 언론이 장단을 맞추고 이를 되받아 부풀리는 만성적 매카시즘 선풍이다.
'타도대상'에게 '혐의'를 그리고 '발표'를 하면 기득 대형 언론들이 대서 특필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국민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기정사실화'하다 사실이 아니면 다른 먹이를 찾아 나서는 식으로, 이런 과정을 통하여 기성세대는 그릇된 확고한 신념을 더하고 자라 올라오는 '순수'세대의 머리는 자기도 모르게 사회적'세뇌'가 되어 역사발전의 대량적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밀어닥치는 물갈이를 강하게 주장하는 소장파 의원들의 공격을 받고 입지적 불안에 대한 방어적 반사행동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이미 이 땅에 뿌리박은 고질적 냉전사고와 국가보안법의 무소불위(無所不爲)적 적용에 힘입고 있는 것이다. 현 시기 이 냉전사고와 국가보안법을 뿌리뽑으면 이 희한한 마녀사냥도 그 파급효과를 상실할 것이다.
소련의 고르바쵸프의 등장은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개혁)과 글라스노스트(glasnost개방)에 의한 소련내부의 변화와 대 미 본격적 동서 대화와 화해로 이어져 무기가 감축되고 사실상의 냉전 구조가 마감되었다. 동구의 변화를 가져오고 소련이 해체되고 중국이 등소평 시대를 열면서 본격화하는 시장 경제를 사회주의에 접합, 운신의 폭을 넓힘으로써 빨갱이 운운의 냉전 사고는 역사의 낡은 유물이 된지 이미 오래다.
매카시 유령과 마녀사냥으로 등장한 '색깔론'
그런데 유독 이 분단 한반도의 한 쪽만은 아직도 이 유령이 걸핏하면 횡행하고 있다. 이 유령은 미국의 신자유주의 중에서도 신보수주의 군산매파들이 득표에는 졌으나 모순된 미 선거법과 선거재판이 부시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턱걸이로 당선된 부시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박정희 군사독재 하에서도 이후락 정보부장이 북으로 잠입하여 7.4남북공동성명이 합의되고 자주적, 평화적, 민족적이라는 통일의 기본 원칙이 발표되었을 때도 매카시들은 국가보안법 운운은커녕 침묵으로 일관했고 오히려 환영했다. 물론 이 성명은 아쉽게도 국내의 끓어오르는 반독재 열기를 일시 잠재우고 유신헌법으로 한층 강도 높은 반평화 반자주 반민주로의 선회 전초로 군사정권의 영구집권을 위한 고도의 전술로 이용된 것으로 판단하지만 그 성명이 가지는 통일 원칙은 불멸이다. 통일을 정권 유지 책으로 이용한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한다.
노태우 정권에서 박철언이 대북 창구에서 강도 높게 잠행 활동했을 때도 그 행위를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매카시들은 없었다.
이후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발효 1992. 2. 19)와 6.15 남북 공동성명 이후 본격화한 남북 간의 교류는 전 국민들의 환호 속에 무수히 또 활발히 진행되어오고 있다. 이는 국회를 통과한 제 법률과 그를 근거로 한 합법적 법령과 법규에 의하여 운영된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국가보안법은 진작 폐기했어야 옳고 오히려 법률간의 충돌만 일으키는 하위법적 위치로 폐기보류를 강행하여 일시 남은 법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법이 때에 따라 전가보도(傳家寶刀)처럼 사용됨은 정부와 정치권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부시는 등장하자마자 미국경제의 상징인 쌍둥이 빌딩과 미국 무력의 상징인 팬타곤이 격타당하는 사건을 계기로 빈라덴의 알카에다 타도를 걸고 아프간을 초토화시키고 중앙아시아의 석유와 전략거점을 장악했고 대량살상무기(WMD) 색출 파괴를 걸고 이라크의 석유 탐욕과 이스라엘 외에 석유지역 전략거점 마련, 무기상인들의 재고 털기를 위해서 유엔과 전 세계 반전 평화민중들의 반전 절규를 외면하고 이라크를 침공하여 무수한 인명을 살상했다.
월남전의 고엽제 후유증을 넘어서는 열화우라늄탄의 후유증이 가속되는 가운데 월남전의 늪 이상의 늪으로 함몰하면서 미국내의 반전 분위기 선회와 내년 대선을 두고 추락하는 자기의 지지도 등등의 이유로 미군 대신 유엔의 모표를 단 다국적군을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쟁의 위세와 물리적 승리는 바로 매카시들의 좋은 기회와 용기를 주었다. 이 전쟁의 위세와 정파에서 약체인 노정권의 등장과 제네바 협약을 깬 여파로 야기된 부시의 악의 축의 하나인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전쟁 위협과 그에 연계된, 현대와 대북지원 문제, 햇볕정책 비판, 전투병 파병강요로 분분한 국민 여론 등과 이어진 해외 민주 인사들의 귀국과 특히 송교수의 입국은 문제들이 얼키고 설키면서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과 검찰의 수사 진행과정에 불구하고 매카시의 '명단'을 뽑아 흔들기에 절호의 찬스였다.
서양 중세에 나타났던 종교 재판적 마녀 사냥은 그 본질이 정적 타도의 목적수행 외의 아무것도 없었다. 혹독한 고문에 의한 자백이 유일한 형 집행의 근거였고 결국 산채로 불질러 죽였다. 오늘의 색깔론과 본질상 무엇이 다를까.
이 모든 것은 역사발전에 대한 올바르지 않은 인식과 시대 착오적 현실 인식에서 온다. 다시 말해서 자주와 민주와 평화세력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현재는 자주평화 통일 시대가 아니라는 착각과 불신이다.
중세 세계의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동키호테가 총포가 발달한 현실의 전투방식을 모른 채 중세의 갑옷과 창검과 방패로 무장하고 찌그러질 듯한 로시난테에 올라앉아 풍차를 적장이라 창을 뻗는 꼴을 상상해 보라. 이미 시대착오적 동키호테는 도태되어가고 있다. 이는 동물적 나이가 아니라 인간의 나이로 따져 '長江(야자강)의 앞강 물은 뒷 강물에게 밀리게' 마련이다.
올바른 역사와 현실 인식으로 무차별 색깔 공세를 종식하고 낡은 법을 폐지하며 국민적 단결을 통해 자주적 정책과 외교 활동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2003년10월06일 ⓒ 디지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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