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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나 학문의 유일한 정당화는 현실과 실천에 있다는 것이 저의 평소의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삶의 환경인 현실에 응용되지 않는 학문이나 이론은 이미 죽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그것이 인간의 공동체적 특성, 즉 인간은 상호간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서의 본성을 갖는다는 엄연한 이치를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학문이라는 상아탑에 갖혀 '관념의 유희'나 즐기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 내지 문제를 애써 눈감아 버리는 일부 지식인을 볼 때면 마음이 씁쓸해 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물론 학문을 현실에 직접적으로 응용하는 데에는 일정한 어려움과 심지어는 위험성이 따른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학문이나 이론은 현실전반을 체계화하는 노력이어서 그것이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역사적 현상을 포괄해서 설명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현실을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학문이 오히려 역사적 현실을 도그마화해서 틀지우려는 위험성이 있어서 현실인식의 수단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현실을 왜곡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향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은태 님의 글을 보면서 기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진지하게 학문하려는 자세와 함께 현실에 좀더 비중을 두고 '고민'하시는 면모 볼 때 이런 분들이 없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적 물신숭배와 천편일률적 가치를 암람리에 요구하는 정치적 문화적 '권력' 속에서 참다운 민주적 가치는 사라지고 주체적 민중 대신에 군중만 있다는 것이 저의 뼈아픈 현실인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저에게 주류적 가치관을 지닌 이들과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교훈을 교훈을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인식론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른 지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체계적 '회의'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결국 메타철학 까지는 가지 못하고 근대인식론까지 밖에 공부를 못했습니만, 어쩌면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선이해(pre-understanding)가 사물을 해석(설명)함에 있어서 주체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그것을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다든)는 철학적 해석학의 메시지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제 처음에 의도했던 대로 좀 더 구체적인 현실로 내려와 보기로 했습니다. 한시대와 특정 시점의 사회를 규정짓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난 후 맨 처음에 떠올핬던 것은, 철학으로 그러한 물음에 답을 내려야 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는 김은태 님의 생각처럼 그 물음에 근접한 해결을 내 놓으려면 총체적인 분야의 관찰과 분석, 그리고 그에 걸맞는 이론을 세우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접근하고자 한 현상적 실체가 문화입니다. 한 시대를 좌우하는 세계관 내지 욕망을 찾아보자는 것이죠. 먼저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그같은 실체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파토스가 지배적일 수 있는 실재를 로고스가 규정짓고 이론화한다는 것이 우스워보여요. 그렇지만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야죠. 어차피 현실극복의 방안으로서 지나친 상대주의적 관점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겠습니까.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현하의 우리나라 흐름을 보면 대화와 토론이 심각한 고갈상태에 처해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수구적 족벌언론이 여론과 민심을 왜곡해서 보도하고 있어서 메이저 신문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언론의 권력화에 편승해서 서회적 주류 지식층이 되려는 욕망을 보여주고 잇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비주류 층의 어려움 내지 당혹감은 극우매체와 민족주의로 가장된 쇼비니즘적 지식인이 대화의 장으로 선뜻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일부 지식인, 더 정확히 말해서 주류 지식인의 보수적 또는 억압적 행태입니다. 자신의 처신에 유리한 발언을 해놓고, 아무리 개혁 진보가 그 발언에 대해 떠들어봤댔자 모르쇠 하면 여론과 학계의 무게중심은 자연히 자신들에게 기울어진다는 거죠. 애써서 반박하는 것 보다는 무시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타산적 사고방식 아니겠습니까.
김은태 님의 민중적 철학하기(?!)에 격려를 드립니다. 사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계급은 민중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지배층의 억압적 이데올로기로 인해 여러모로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 과거와 작금의 상황입니다. 저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고 마르크스주의적 역사구분에 동의하지도 않지만 자본의 권력화는 기를 쓰고 반대합니다. 김은태 님의 '철학하기'에 마음으로 성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그러한 '복잡한' 생각을 한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기쁘다는 심정을 다시 전해드리고 싶구요. 다믐 기회에 또 쓰기로 하지요. 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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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사회와 그 동조자들(김은태 님의 글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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