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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15.

그가 몰고 온 태풍에 휩싸이고 싶다 (오마이 뉴스)

글쓴이: 이명옥 날짜: 2005.09.22. 21:28:42 조회: 441 글쓴이IP: 211.44.155.30

그가 몰고 온 태풍에 휩싸이고 싶다
[서평]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이명옥(mmsarah) 기자

ⓒ2005 푸른숲
오지 여행가로 잘 알려진 '바람의 딸' 한비야가 돌아왔다. 지난 5년간 민간구호 단체인 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겪은 일들을 엮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란 제목의 책을 가지고.

한비야는 지금 제 2의 생을 살고 있는 듯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독립군’에서 ‘연합군’으로 변신을 한 것이란다. 변신을 감행한 그가 이번에 새로 낸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책을 읽은 어떤 사람은 "역시 한비야군"이란 찬사를 넘어 자신이 집필 중이던 책을 쓰고 싶은 전의마저 상실했다고 고백했다. 전문작가가 아닌 그가 쓴 글이 많은 독자들에게 가슴 뜨거운 울림과 여운을 줄 수 있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진실함 때문이 아닐까.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가난한 아프리카나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이란, 아프가니스탄을 돕는 이들이니 그들의 목숨은 마땅히 구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의 몸값은 0원이라고 한다. 늘 목숨을 내놓고 사는 삶이라는 이야기다.

첫 번째는 유치원 어린아이의 용돈에서부터 좌판이나 행상 할머니의 쌈짓돈까지, 기아와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는데 사용하라는 후원금으로 거액의 몸값을 지불해선 안 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구호 단체 직원을 인질삼아 몸값을 뜯어내는 세력들에게 돈을 주면 구호단체를 더욱 괴롭히려 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젠가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가 한 말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바깥세상을 보고 실상을 바로 알 필요가 있어요. 나는 전장을 방불케 하는 기아와 빈곤으로 죽어가는 이들이 있는 현장을 다녀올 때마다 힘이 점점 더 세지고 목소리가 더 당당해 지는 것을 느껴요. 그 현장의 실상이 어떻게 하든 많은 분들을 움직여 신속히 그들의 긴급상황을 해결해 줘야한다는 사명감을 부채질 하거든요. 긴급이 뭐예요? 시각을 다투는 급한 용무잖아요? 단돈 만원이면 지구 저편에서는 한달 양식을 살 수 있답니다.”

듣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는 ‘하나’가 아니다. 진실을 본 사람의 전 생의 지표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오지여행가며 독립군을 자처하던 자유인 한비야의 인생이 그 사실을 잘 증명하고 있다. 그는 지금 두 번째 삶과 열렬한 열애 중이다. 가슴에 열정이 있는 한 물리적 나이나 한계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그의 젊음이 빛나 보인다.

우리가 흔히 지니는 그릇된 편견 중 하나는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싸우고 있는 아프리카, 그 밖의 극빈국 사람들은 공짜를 좋아하는 게으른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난 이번 책을 통해 흉년으로 기아와 싸우는 아프리카나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까지도 정말 눈물겹게 씨앗을 심고 수확을 기다리는 생명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까지.
아득히 내 눈길이 닿는 데까지. 벌판 가득 감자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수만, 수십 만, 아니 수백 송이의 하얀 감자꽃!
송이송이 함박눈이 들판 가득히 내려 쌓인 것 같았다.
파란 이파리와 푸른 방풍림을 배경으로 핀
하얀 감자꽃이 등물인 양 환하다.
산들바람이 불면 일제히 찰랑. 몸을 흔드는 감자꽃.
아, 저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밤을 새우고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본문 중)

구황작물인 감자는 고산지대에서 잘 자라고 기후의 영향도 적게 받아 이모작까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북한은 감자 혁명 중이라고 한다. 문제는 바이러스 없는 ‘씨감자’를 대량 생산 하는 것인데 그 ‘무바이러스 씨감자’ 대량 생산을 위한 물자와 가술 지원을 월드비전이 돕고 있다고 한다. 4백만 톤의 감자가 생산되면 북한이 식량 부족분이 해결 될 수 있다는데 그 씨감자가 피운 감자꽃을 본 그의 감격이 어떠했을지….

한비야는 바란다. 개마고원 전역에 감자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해 다시는 긴급구호 식량을 배분하기 위해 북한 땅을 밟는 일이 없기를. 하지만 그것은 한비야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당신의 가슴 위에 가만히 손을 얹어 보라. 가슴의 열기가 손끝으로 느껴지는가? 가슴속 어딘가에서 용솟음치는 열정의 용트림이 감지되는가? 이제 당신도 전 생애를 던져 화산처럼 타오를 준비가 되었다. 이제 지도 밖으로 행군할 일만 남았을 뿐이다. 당신도 지도 밖으로 행군하고 싶은가? 먼저 마음 속 지도를 깨끗하게 지워라. 지도는 사실 그 어디에도 없다. 오직 당신 마음의 벽과 망설임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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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푸른숲/9800원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인 한비야는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으로
아프가니스탄 이란 쓰나미 피해 지역 북한 등 전세계 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바람처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2005-09-22 16:02
ⓒ 2005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