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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아이는 어른이 될 준비가 되었나
[서평] 멜 레빈의 <내 아이의 스무 살, 학교는 준비해 주지 않는다>
이명옥(mmsarah) 기자
▲ 책 겉표지.
ⓒ 소소
주변의 가족 구성원 중에도 준비되지 않은 성인이 있어 오랜 시간 방황하는 것을 보며 이 책의 많은 부분에 공감할 수 있었다.
10대에는 어감만으로도 뭔가 다른 느낌이 들어 빨리 스무 살을 동경하던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았을까? 다만 어른을 동경하던 그 철없음에 대부분 성인으로의 책임감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자의 말을 빌면 입신(立身)이라는 '사회적 주체로 목표를 정해 사회에 공헌하려는 결단을 하는 중대한 시기' 가 바로 스무 살이다. 현대 사회 역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이나 사회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시기가 대략 스무 살 무렵에 맞물려진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스무 살은 여전히 부모의 그늘에서 보호받는 유아적 사고를 지닌 애매한 나이인 것 같다.
멜 레빈은 현대 교육이 시행하고 있는 교육 과정들이 성인의 관문에 들어서는 스무 살 청년들에게 확고한 자기 확신이나 자신감을 심어주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인으로 필요한 많은 부분이 결핍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철자가 얼마나 정확한지, 삼각함수 문제를 얼마나 잘 푸는지, 역사적 사실들을 얼마나 잘 기억했다가 앵무새처럼 욀 수 있는지, 운동신경이 얼마나 뛰어난지 하는 따위들은 모든 작업에서 거의 쓸모가 없다"고 말한다.
철자의 정확성보다는 의사 표현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상대에게 전하는 훈련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기보다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시대를 바르게 읽어내는 혜안의 훈련이 필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 교육에서 간과하고 있거나 결핍된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바른 의사소통 능력, 일의 기획, 실천, 조정, 객관적 평가 능력 등이 사회에 발을 내딛는 스무 살들에게 더 필요한 것들이다.
소아과 의사로 30년 이상 독특한 두뇌 구조를 가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치료해 온 저자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의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인가"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오랫동안 수많은 아이들의 '학창시절'의 시작과 종착점을 접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젊은이들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어른으로 학교에서 사회로 곧장 뛰어들어 벽에 부딪치는지를 알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독특한 아이들 자체에 있기보다 현재의 교육제도가 지닌 뿌리 깊은 병폐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의 교육제도로는 어른이 되어 생산적이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그는 자신이 이 책을 쓴 목적이 '직업인생 준비부족'의 다양한 양상을 찾아내는 일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참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아무런 준비 없이 ▲어른이 되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것들 ▲두뇌 밭을 일구는 사람들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많은 인터뷰와 임상 사례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학교라는 보호받던 온실에서 개인의 책임이 확대되는 넓은 사회에 발을 내딛는 초보 성인들의 불안감은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것만큼 커다란 두려움일 수도 있다.
내 아이의 스무 살, 누가 준비할 것인가?
아이들은 고백한다.
"난 학교에서 직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도 늘 일을 해서 돈을 벌었어요. 하지만 그건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일 뿐이에요. 둥지를 벗어난 현실세계로 들어가서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였고, 너무나 가혹했어요.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예요." -본문-
이른바 사회진출기(start-up years)라 불리는 시기는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의 시기에 해당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든 사회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좌절감은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가 되어 오랜 치유의 시간을 필요하게 만들기도 한다.
실업난이 심각한 현대 사회는 비자발적 학습 유예기간을 강요하고 있어 많은 젊은이들이 30대까지 공부를 하거나 학교에 남아 있기도 한다. 학교에 남아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응력이 더 떨어지는 고립된 인간군으로 남는 것을 보며 저자의 경고를 되새겨 보게 된다.
학력이 신분 상승의 도구가 되던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사회가 정말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적응력이 뛰어나고 독창적 사고를 지닌 신지식인일 것이다.
사춘기를 한참 지나고도 여전히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많은 젊은이들, 생산 활동에 종사할 시기를 넘기고도 여전히 부모가 먹이고 입히며 건사해야 하는 사회부적응증을 앓고 있는 이들이 증가하는 이 사회는 이미 병든 사회다.
"과잉보호, 왕자병, 공주병, 과잉충족 욕구 등이 성년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간관계, 시간 관리법, 두뇌 개발, 패턴 인식법, 등 인생을 준비할 인생준비학교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귀담아 들을 부분이다.
당신의 아이도 스무 살 성년을 준비하는가? 학교는 내 아이의 스무 살을 준비해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부모가 준비해 줄 수 도 대신 살아 줄 수도 없다. 기나긴 인생학교 수업으로 뛰어드는 내 아이의 스무 살, 과연 누가 준비할 것인가?
내 아이의 스무 살, 학교는 준비해 주지 않는다/멜 레빈 지음.이희건 옮김/도서출판 소소/18,000
2005-12-03 15:04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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