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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자 호적법 정정 판결을 보며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명옥(mmsarah) 기자
“대법원 당사자와 통화하면서 판결 소식을 확인한 순간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울컥하더라. 당사자 분이랑 통화했는데 그때 눈물이 뚝뚝 나더라.“
한국성전환자인권연대 한무지 대표의 말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지난 달 22일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들은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며 “성전환자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호적의 성별란 기재는 물론 이에 따라 부여된 주민등록번호가 여전히 종전의 성을 따라야 한다면 사회적으로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되고 취업이 제한됨으로써 결국 이들의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성전환자 호적정정에 대한 허가 판결을 내렸다.
그 판결문을 놓고 종교계를 위시해 사회 일부에서는 사회 혼란, 질서 파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요지에 의한 성전환자의 호적법 정정은 마땅한 절차임에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우선 호적을 정정할 수 있는 충족 요건 자체가 그리 녹녹하다거나 만만한 것이 아니다.
성전환자는 △출생당시의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반대의 성에 대한 귀속감을 느끼고 △일상생활에서 반대의 성을 가진 사람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신체 역시 반대의 성으로 만들고자 원하여 △정신과적으로 성전환증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음으로써 △성전환수술을 받아 반대 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갖추고 △자신을 바뀐 성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고 성관계나 직업 등도 바뀐 성에 따라 활동하여 △주위 사람들이 바뀐 성으로 알고 있는 경우에 비로소 인정된다는 것이다.
성전환자들은 그들이 느끼는 자아정체성의 부조화와 혼란으로 인해 그들 자신이 누구보다 더 많은 고통과 고민을 안고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위에 제시한 많은 과정들을 거쳐 사회의 모든 제약과 편견을 각오하고 힘들게 성전환을 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호적과 주민등록상으로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생물학적 성에 의해 주민번호 1과 2로 구분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었다.
그들은 어디서나 신분을 증명하는 주민등록이나 등본을 요구하는 이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박유리씨는 성전환자라는 이유로 업소나 막노동 등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만의 아픔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만일 법이 호적 정정을 좀더 일찍 허용했더라면 자신은 업소가 아닌 디자이너로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한국성전환자인권연대 한무지 대표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을 한 경우이다. 그는 컴퓨터 자격증을 비롯한 다양한 자격증을 가지고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우연히 그의 주민등록증을 보고 그가 성전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동료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기까지 했던 과거를 털어 놓았다.
성전환 자체는 범죄가 아니다. 그런데 뚜렷한 근거도 없이 그들을 잠정적 범죄자 취급을 하거나 백안시 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 대한 이중의 차별이요 그들의 인권을 무시한 처사였다. 삶의 양상이 다양해진 현대사회의 현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의 책임방기일 수도 있다.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약자나 소수자라 해서 그들을 사회 변방의 벼랑 끝으로 내몬 것 자체가 그들에 대한 사회의 폭력이요, 방조가 아니던가. 그들의 상처를 돌이키거나 보듬어 안기에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최대한 서로의 삶과 인격이 존중되는 사회로의 발전을 향한 노력이 거듭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2006-07-05 11:41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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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자 호적법 정정 판결을 보며
'세상읽기와 논술'과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