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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설화 뮤지컬 < Kiss me, Tiger >
아들과 함께 본 뮤지컬... 아들은 만족, 엄마는 아쉬움
이명옥(mmsarah) 기자
내 기억에 남아있는 뮤지컬은 <피가로의 결혼>, <아가씨와 건달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비교적 고답적인 스타일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비디오 세대인 아들아이는 당연히 연극보다는 영화, 마당극, 뮤지컬, 아이스 발레, 스포츠 관전 등 비교적 화려하고, 호흡이 빠르고, 주제가 무겁지 않은 것들을 선호한다.
퓨전 뮤지컬은 아들아이처럼 퓨전 문화에 익숙한 세대들이 부담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주제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김현감호설화>를 근간으로 윤회, 인연, 사랑을 재구성한 작품이지만 퓨전 뮤지컬이라는 것을 확인시키듯 제목에서부터 퓨전 풍의 냄새를 풍긴다.
자칫 설화적 주제가 젊은이들에겐 지루하거나 식상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공간인 복잡한 지하철, 시립 도서관, 공항 등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곳에서부터 이야기는 풀려 나간다.
지하철역에서, 혹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어깨를 부딪친 남녀와 공항에서 여성이 떨어뜨린 신발을 건네주려 달려 온 남자의 눈길이 마주치며 경험하는 데자뷔(기억의 착오) 현상이 윤회와 인연이라는 고대 설화와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만들어 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 동화 <해님 달님>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떡을 가지고 고개를 넘던 여인이 사랑에 빠지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 반수의 호녀는 낮에는 호랑이로 밤에는 인간 여자로 비극적인 생을 이어가며 호랑이 무리에서 왕따가 되어간다.
이름이 적힌 종이 한 장과 깊은 산중의 사찰에 버려진 아이 김현은 마니를 훔쳐 소원을 이루려 사찰에 침입한 호녀를 만나게 되고…. 속내를 풀어 낼 상대를 만난 김현과 호녀는 나날이 정이 들고 만나는 시간만큼 사랑의 감정도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들의 얽히고 설킨 인연의 줄은 사람과 호랑이의 이루지 못한 사랑과 죽음이라는 도식적 전설의 비극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
진부한 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장인 고양이 춤, 장돌뱅이들의 등장을 통해 마당극 형식을 도입한 것은 짧은 호흡을 즐기는 현대인들의 눈길을 잡아두는 적절한 구성 방법인 것 같다.
연인의 죽음이나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는 주제가 서로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가볍게 마음을 주고 쉽게 이해 관계를 따지며 헤어지는 현대인에게 그다지 비극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탓일까?
아니면 모호하고 장황한 설명 탓일까? 결말 부분에서 극적 반전 효과나 가슴 찡한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시종 가볍게 웃다 나오게 만든 것이 조금 아쉽다. 가사 전달의 미진함과 주제 전달 방식의 모호함 또한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아들아이는 대체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신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전자악기를 동원한 배경음악, 신나는 몸짓 등이 주제의 모호함이나 설화적 배경의 지루함을 던 이유인 것 같다.
혹 뮤지컬을 본 사람이라면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우연히 누군가에게 강렬한 눈길이 머문다면 아마도 이렇게 묻게 되지 않을까?
“혹시,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나요?”
2006-07-19 14:31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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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설화 뮤지컬 < Kiss me, Tiger>
다 아시는 글이지만 한 번 더 소개 하고 싶은 셰익스피어의 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