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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선생, 저작집 발간과 함께 절필 선언
18일 출판기념회... "내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집사람 덕"
이명옥(mmsarah) 기자
'고난을 무릅쓴 선생님의 역정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한국 현대사의 살아있는 지성 리영희(77) 선생의 '리영희 저작집'(전12권·한길사) 출간기념 모임이 18일 저녁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출판회장에 걸린 플래카드 문구이다.
한 사람의 고난이 어떻게 우리 시대, 모든 이들의 희망이 될 수 있었을까?
비판적 지식인으로 이름이 높았던 리영희 선생의 <전환 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등의 저작들은 가지고만 있어도 구속감인 금서였다. 하지만 당국의 눈을 피해 손에서 손으로 돌려 읽히며 수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고, 거짓인 우상으로부터 참된 진실인 이성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맹목적인 반공 이데올로기를 상식의 눈으로 비판한 책 <우상과 이성> 서문에 그는 이렇게 썼다.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어 그것에서 그친다. 우리에게는 현실의 가려진 허위를 벗기는 이성의 빛과 공기가 필요하다. 진실은 한사람의 소유물일 수가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괴로움 없이는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진실을 찾는 열정, 그것이 리영희 선생이 살아온 삶이었다. 진실을 찾는 그의 삶이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삶이기에 그가 고난을 무릅쓰고 씨를 뿌려온 세월이 우리 모두의 영광의 잔이요 희망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날카로운 지성의 필발로 많은 이들의 의식을 깨워 온 그가 저서 12권 발간을 끝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그의 절필 선언에 대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리영희 선생님께서 저작집 발간을 계기로 절필을 선언하셨다. 글을 쓰는 일만이 아니라 일체의 공적인 발언도 하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이성이 있을 때 그만두는 것이 지성인이 할 일이다. 많은 이들이 그 말에 환영의 만세 삼창을 부르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만세를 두 번만 부르고자 한다.
리영희 선생님이 건강하게 당신을 지키고 계시는 것이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일이다. 근간에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몹시 안 좋은 상황도 있었다. 아무래도 활동 중에 건강을 해칠 수도 있고 스트레스도 받으실 테니 편안하게 건강을 지키시라는 의미로 첫 번째 만세를 부른다.
리영희 선생은 평소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 이번 절필을 계기로 소장하고 있던 서적을 전부 기증하고 종교 관계 서적만 남겨둔 것으로 안다. 당신이 계발하지 못한 면을 가꾸어 보겠다는 선생의 의지에 두 번째 만세를 부른다. 하지만 격식을 갖춘 글이나 강연이 아니더라도 편안한 자리에서 종교의 지혜를 나누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만세를 두 번만 부르고 싶다."
그의 절필 선언은 물러설 때를 알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 또 한번의 경종이 되지 않을까?
리영희 선생은 네 번의 해직과 복직으로 인해 20년 넘게 교수로 재직하고 정년퇴직을 했지만 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든든한 후원자인 부인이 곁에 있어 자신의 신념대로 글을 쓰며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거듭된 구속과 해직에도 그의 양심을 지켜내게 한 친구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던 부인에 대해 그는 이런 말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집사람 고생은 말할 수 없었지요. 용케도 가정을 꾸려주고 살림을 꾸려나가고 아이들을 잘 키워줬어요. 내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집사람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영희 선생이 부인에게 감사의 표시로 볼에 뽀뽀를 하라는 깜짝 퍼포먼스에 응하자 소설가 유시춘, 긴급구호활동가 한비야 등 '리영희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오빠 부대원들이 축가를 부르면서 행사장을 즐거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이들은 5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신념을 지켜온 노 지식인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오빠, 오빠부대들이 매년 음주 가무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 오빠부대가 주문한 깜짝 퍼포먼스에 응해 부인의 볼에 뽀뽀를 하고 있는 리영희 선생
ⓒ 이명옥
2006-09-19 10:52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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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선생, 저작집 발간과 함께 절필 선언
가끔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