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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창간 5주년 기념 신영복 교수 특강이 ‘대립과 갈등의 시대, 진정한 소통을 위하여’란 제목으로 9월 21일 한국일보 송현회관에서 1시간 30분간 진행되었다.
신교수는 언론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대립 갈등 소통 문제에 대한 특별한 대안은 없다고 말하며 사실 언론이 소통의 장이 돼야 하는데 기존의 언론이 신뢰받지 못해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언론이 신뢰받는 제 3의 집단으로 진정한 신뢰와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한 개인의 고집은 그 사람이 살아 온 삶의 결론이다. 누가 뭐라고 한다고 쉽게 고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 역시 우리 사회가 살아 온 결론이고 이것이 우리가 대면한 역사의 현실이라는 전제하에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 보는 것에서 시작을 했다.
그는 신뢰받는 집단이 진정한 소통의 창구가 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과 사고를 바탕으로 존재론적 삶에서 관계론적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제원론에 비추어 보면 비생산적으로 보이는 인문학이 인간 삶에 대한 성찰의 바탕이 된다고 전제한 신교수는 물질적 이해관계가 중심이 된 사회는 모든 가치가 상품화된 등가물적 화폐 가치로 전면화되고 화폐가치로 전환할 수 없는 사랑, 우정, 타인에 대한 배려, 같은 비재화적인 것들은 가치 없는 것으로 전락하게 된다.
예를들어 쌀과 구두 한켤레가 등가 가치를 이루면 쌀과 구두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화폐적 상품 가치만 남게된다고 설명한다. 자본주의 경제 이론의 경제 효율성은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의 달성이 모든 수단을 합리화하는 사회에 진정한 게임의 법칙은 존재하지 않고 인간의 삶은 황폐화된다. 그러나 역사와 사회는 비상품화된 것들에 의해 지탱되고 문화는 자기희생을 본질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와 논리와, '소통과 대화' 를 배제한 근대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근대는 자기 존재를 배타적으로 강화하려는 존재론의 패러다임이고 근대사의 전개 과정은 그런 패권적 논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왔다. 자기 입지를 강화하려는 존제론적 사고로는 진정한 소통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진정한 소통의 전제 조건은 존재론으로부터 관계론으로의 전환이다.
그는 20년간의 감옥 생활 동안 약 5년간 독방 생활의 대부분을 면벽 명상으로 보냈다. 우주와 소통 할 수 있다는 믿음은 독방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무척 매력적인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면벽 명상만으로는 그 어떤 소통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명상의 시간에 자신의 삶에 관계되었던 사람들을 되짚어 보는 추억 여행을 시작했다. 4살때의 기억부터 그가 감옥에 들어 가기 전까지 그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의 삶을 차근 차근 되짚어 보기 시작했을때 비로소 소통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 알지 못하던 많은 것들이 이해되고 깨달아 지는 놀라운 순간이었다. 인간은 거울이 아닌 인간에게 비추어 봐야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볼 수 다는 사실을 그는 절실하게 깨우친다. 따라서 그는 독자적인 개체로서의 자아는 없으며 자신과 관계 맺은 모든 것의 총체가 자아라고 규정한다.
그는 우리에게 2개의 가장 먼 여행을 시작하라고 권한다. 사람은 이성과 감성과 실천의 삶으로 살아간다. 우리 신체의 머리에서 발까지는 짧지만 머리의 이론이 가슴의 감성화로 변하는 것, 그런 감성이 일깨운 삶의 실천 덕목을 삶에서 실천하는 여정은 결코 짧지 않다.
아니 차가운 머리(cool head)에서 따뜻한 가슴(warm heart)으로, 가슴에서 발로의 여행이 가장 먼 길일지 모르고 사회발전 역시 그 길과 다르지 않다. 때문에 길위에 함께 서 있는 것으로 절망하지 않는 사람들이 긴 여행길을 함께 할 수 있다.
그가 감옥에서 나와서 처음 쓴 글이 '여럿이함께' 였는데 그 글을 읽은 후배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여럿이 함께라는 방법은 참 바람직하다. 하지만 있고 목적이 없는 것 같다. 여럿이 함께 무엇을 하자는 이야기인가? 그 이야기를 듣고 아래에 이런 글을 덧붙였다.
"여럿히 함께 가면 길은 그 뒤에 생긴다"라고...
그렇다. 진정한 사회 발전은 기성 사회에 발빠르게 복속시키거나 패권자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직한 독법으로 사회를 읽는데서 발전이 시작되고 우직한 실천의 걸음이 변화를 만들어 간다
이론만으로 무장된 차가운 머리와 냉철한 이성을 소유한 지혜로운 자들은 사회의 윗자리에 군림하느라 발전이 느린 긴 여정에 함께 견디지 못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미안해서 동참한 사람들은 그 긴 여정을 견뎌내더라. 그렇게 따뜻한 가슴을 지닌 이들이 일깨운 의식을 가지고 삶의 터전에서 다양하게 소통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 발로의 여행이고 그렇게 한 사람의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다른 나무들과 더불어 숲을 이루는 일이 된다.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관계는 소통에서 시작된다. 신뢰집단이 바로 소통의 중심이며 진실과 비판을 본령으로 삼는 언론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신뢰집단으로 선다면 사회의 이항대립의 극단적 갈등을 지양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사회적인 역량의 내부 소모를 줄이고 통합의 외연을 확대함으로 사회는 성장한다.그런 통합과 연대는 물처럼 낮은곳, 바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하방연대여야 한다. 낮은 곳에서는 소외된 구석구석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멘홀 아래서 위를 보면 아주 자세히 보이지 않는가?
그는 프레시안 5주년 기념으로 정언천리(正言千里)라는 글귀를 주었다. 새로운 신뢰집단으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감당하려는 프레시안, 오마이 뉴스를 비롯한 수많은 대안 언론 매체들이 깊이 새겨 들어야 할 경구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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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교수 특별 강연회
"향연" 강의를 듣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