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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얻으려던 공자와 세상을 희롱한 장자
[서평] <동양고전강의>
이명옥(mmsarah) 기자
<동양고전강의>는 사마천의 '사기', 공자의 대표 어록 '논어', 인의를 역설한 '맹자', 약자와 무지렁이를 위한 사상 '장자', 세상을 읽는 64개의 실마리 '주역'의 다섯 장으로 되어 있는 논술용 강의서이다.
동양 고전, 특히 중국 고전은 학생들에게 어렵고 고리타분한 책으로 인식되어 있어 쉽게 읽히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문 논술교사인 저자는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접근법이 아닌, 책의 탄생 배경, 숨겨진 비화, 야사, 그리고 우화 고사성어에 읽힌 이야기 등을 위주로 엮어 지루함을 덜어주고 있다.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동양고전>을 접근하기 쉽게 배경지식이 가득하여 호기심을 자아내는 책으로 만든 점이 돋보인다. 그가 소개한 공자와 맹자, 사마천과 장자, 세상을 읽는 비밀코드 주역을 잠깐씩 소개한다.
사립학원장 공자 세상을 훔치는데 성공하다
정치를 통해 자신의 이념을 구현시키려했던 공자는 사숙에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내는 것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 공자의 사상을 이어받은 맹자 역시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데 실패하고 많은 제자들을 길러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전쟁이 끊이지 않던 춘추 전국 시대 인과 예를 주장하며 왕도정치를 외치던 공자와 맹자를 받아들일 군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주희에 의해 사서삼경(四書三經)에 공자와 맹자의 저서로 알려진 <논어>와 <맹자>가 포함되면서 관료가 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자와 맹자가 주창한 정치 이념이 수 천 년 간 통치이념이 되었으니 최초의 사립학원장이었던 공자는 세상을 훔치는데 멋지게 성공한 셈이다.
공자의 가장 큰 공로는 자신의 문하에서 뛰어난 제자들을 많이 길러냈다는 점이라고 한다.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비천한 집안 출신이었던 공자는 15세에 잔칫집 문전에서 문전박대를 받은 뒤 학문에 뜻을 두고 주경야독 학문에 전념하고 그 학문을 실천하였다. 학문이 깊어지자 많은 문하생들이 그의 학문과 인품을 배우고자 몰려들었다. 이른바 공자학당의 시작인 것이다.
비천한 집안 출신인 공자가 나름대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데는 춘추 전국 시대라는 특수한 시대적인 요인이 작용한 바 크다. 하지만 신분의 수직 상승을 위한 배움을 도구 삼는 것, 전장에서 무훈을 세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출세의 확실한 보증수표가 되는 셈이다.
현대 역시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습득은 곧 자신의 입지를 견고하게 하는 도구이자 안락한 삶을 보장하는 길이라 믿기에 모두들 머리를 싸매고 공부해 대학에 들어가고, 외국어를 습득하지 않는가.
공맹 사상을 단순히 고리타분한 옛것으로 치부해버리기엔 너무나 많은 경험적 지혜들이 넘쳐난다. 경험과 지혜는 세월만큼의 부가가치를 지니기에 우리는 여전히 세상을 훔쳤던 공자의 지혜를 넘봐야 하지 않을까?
궁형의 굴욕이 만들어낸 최고의 역사서 <사기>
기원전 99년 사마천은 친구 이릉을 변호하다가 한무제의 분노를 사 남근을 제거당하는 궁형을 받고 살아남아 환관이 되는 수모를 겪는다.
한나라 당시 북쪽 흉노와의 대립은 한나라의 골칫거리였다. 화친정책을 펼쳤던 문제와 달리 적극적인 정벌정책을 취한 무제의 정책으로 인해 백성들의 살림이 궁핍해지자 사마천은 정벌정책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된다. 흉노 정벌에 나선 친구 이릉이 흉노에게 잡히자 이릉이 투항했다고 무고하는 신하들이 생긴다. 한무제는 이릉의 친구인 사마천에게 의견을 구하고 사마천은 이릉을 변호하다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 사형, 50만전의 벌금과 신분 강등, 남근을 제거당하고 환관이 되는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마천은 개처럼 죽임을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죽음보다 더한 수치와 치욕을 감내하면서 궁형을 받고 환관으로 남게 된다. 그는 <사기>를 완성하는 것만이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고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 여겨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대나무 조각을 엮어 52만 6500자라는 글자를 8년이나 새겨 <사기> 130편을 완성하였다.
그의 바람대로 사마천이라는 이름은 역사에 길이 남는 이름이 되었고 불후의 역사서 <사기>는 가장 생생하게 당대를 기록한 현대사로 평가받고 있다. 재야역사가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대의 인물들의 잘잘못을 기록했기에 관제 역사서인 반고의 <한서>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궁형의 굴욕이 한 제국의 충신 사마천을 객관적인 시각을 지닌 재야욕사가로 변신시켜 명저를 낳게 했던 것이다. 투철한 역사의식을 지닌 사가들이 없는 현대, 역사를 국가나 관의 편에서 왜곡하기를 서슴지 않는 현대에 사마천 같은 진정한 역사의식을 지닌 사가가 더욱 돋보인다.
천하를 희롱하며 세상을 소요하는 장자
어느 날 장주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유유자적 재미있게 지내면서도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보니 다시 장주가 되었다. 장주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다 -호접몽-
장자의 '호접지몽이라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무지렁이와 약자를 내세워 세상의 권세가들을 꼬집는 장자의 수많은 비유들은 변화를 바라보는 그 나름의 애정 어린 일갈이었고 지금도 힘없는 많은 이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고 있다.
어찌하든 왕에게 발탁되어 자신이 이상을 펼치려 했던 공자와 달리 장자는 세상을 소풍하는 기분으로 소요하며 살았다. <장자>는 서양의 이솝우화에 못지않은 지혜와 해학과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읽히는 애독서라고 한다.
<장자>는 '우물안 개구리 이야기'나 장자를 꾸짖는 붕어 이야기' 등을 통해 상하를 불문하고 통쾌하게 인간의 소아적 사고와 무지를 꼬집는다. 그는 이론과 허상에 매달리는 사변가가 아니라 실천적인 지식인이었으며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였다. 너무 작고 미미한 존재인 자신의 현재의 모습에 낙담하고 있다면 과감하게 <장자>를 집어 들고 세상을 소요할 일이다.
주역이 분서갱유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주역의 64궤만 알면 우주의 원리와 인생의 이치를 깨달아 낯선 인간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족집게 도사가 되어 당장 저자거리에 돗자리를 펴도 되는 걸까?
난해하기 그지없다는 주역에 심취해 수십 년 이상, 주역에 빠져 지내는 분들이나 한번 주역 강의를 들으면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들은 나약한 인간들이 자신의 미래를 얼마나 궁금해 하는지에 대한 역설적 반증이 아닐까? 주역하면 점술을 떠올리는데 사실 주역은 우주의 이치를 설명한 심오한 철학서라고 한다.
춘추전국 시대 통일을 이룬 진시황은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기위해 유생들과 그의 체제를 비판할 수 있는 학문을 말살하기로 결정한다. 진시황은 시경과 서경을 포함한 제자백가들이 가진 책들을 모두 불살라 버리고 유생 460명을 산 채로 구덩이에 묻어 버리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키는데 그것이 이른바 '분서갱유(焚書坑儒)'다.
여기에 예외가 있었는데 농업, 의역, 점복 등 실생활에 관련된 실용서적은 불태워 버리는 데서 제외되었다. 주역은 점복에 관련된 책이라 하여 분서갱유 사건에서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미신적인 요소가 강한 점술이 왜 실용서가 되는 것일까?
과학이 발달되기 전 자연의 이치를 깨우치는 일은 인간의 생존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부족이나 국가 성립 초기에 인간의 두려움을 덜어 줄 신과의 교신자인 영매는 곧 부족이나 국가의 지도자와 같은 위치에 있었던 것은 서양이나 동양이 별반 다르지 않다. 제정일치 시대를 거쳐 인간의 지혜가 발달하면서 통치자와 종교 지도자의 분리도 이루어졌던 것을 기억하라.
아무튼 그런 이유로 유일하게 역경에 해당하는 주역은 분서 사건에서 살아남았던 것이다. 주역은 하늘, 땅, 인간과 음양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모두 64궤가 기본이 된다. 하늘, 땅, 인간인 효, 긴 가로줄로 나타내는 양, 짧은 두개의 가로줄로 나타내는 음을 각각 세 개씩 겹쳐 놓은 소성궤(태극의 건곤이감은 8궤중 4개의 궤에 해당하는 하늘, 땅, 불, 물을 나타낸다)와 소성궤를 두깨씩 세로로 겹쳐놓은 대성궤 즉 8×8 모두 64개의 궤를 가지게 된다.
그 64궤를 기본으로 삼아 다양한 해석과 관계들을 만들어 낸 것으로 처음에는 자연철학적 성격이 강했으나 전국시대와 유가를 거치면서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성격이 강해졌다고 한다. 모든 철학적 사고는 인식에서 출발하는데 주역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덕목으로 삼는다.
주역은 주술에서 출발했지만 그 사상이 깊고 심오해서 현장의 점술가들에게서는 외면을 받지만 심오한 사색으로 진리를 깨우치고자 하는 사람들은 가장 불길한 궤로부터도 희망을 읽어내는 지혜를 터득하기도 한다고 한다.
사실 소우주인 인간은 얼마든지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의지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위대한 존재인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알고자 하는 마음만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건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진정한 수양에의 의지가 더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세상을 읽고 싶다면 64개의 세상을 읽는 코드를 배워 볼 일이다.
동양고전강의/손병목지음/한겨레출판/15,000
2007-01-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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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얻으려던 공자와 세상을 희롱한 장자
다 아시는 글이지만 한 번 더 소개 하고 싶은 셰익스피어의 말들.
